월간복지동향 2003 2003-07-06   1687

플레잉 코치가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요즘 들어 부쩍 플레잉 코치라는 용어를 자주 듣는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축구 등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감독이나 코치는 경기에 뛰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속성을 깨고, 선수로 뛰면서 다른 선수들을 지도하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어중띤(?)사람을 말한다. 각 구단에서 플레잉 코치를 활용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뛰어난 기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수들과의 유대관계가 돈독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포츠 선수로서는 노쇠해 은퇴를 해야함에도 은퇴를 하기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면서 마지막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특혜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플레잉 코치들은 유명하다. 그리고 플레잉 코치가 뛰는 날은 경기가 의외로 잘 풀린다. 그리고 한 가지 더욱 신기한 것은 플레잉 코치의 활용도가 높은 팀일수록 성적이 좋다는 것이다.

이 플레잉 코치 방식을 사회복지 기관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이렇게 말하면 분명 반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의 기관에서 상급자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서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관장이나 부장은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인가? 그러나 반론에 대한 반론보다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각 기관의 리더들의 마인드가 사회복지의 전형적인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어야 할 것을 말하고 싶다.

업무분장이라는 것이 있다. 이 업무분장을 보면 위로 올라갈수록 활동적이기보다는 관리 위주의 업무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행정체계인 상의하달의 체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이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 업무분장으로 인해 일은 잘 추진될 수 있지만 상급자와 하급자간의 간극이 가장 크게 나타나 겉의 조직력은 튼튼해 보일 수 있어도 속의 조직력은 와해되어 실무자들의 이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플레잉 코치 제도다(이건 개인의 생각이니 공론화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각 기관의 관장, 과장, 부장, 실장 급들의 주 업무는 관리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관리라는 부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래 실무자들이 상위 간부들에 대해 어떤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견해의 차이일 뿐 확실하게 “그렇다” 라고 할 수 없다. 간부들은 관리하고 있는 직원들을 잘 다스려 최대의 효율을 발휘해야 한다. 하급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상급자가 얼마나 잘 이해해 주느냐 인데, 열악한 임금에 과도한 업무를 하는 실무 직원들이 대부분일 때 움직이지 않고 지시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급자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경의는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조직을 물렁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때 상급자는 하급자의 일을 이해하는 태도를 취하고, 어려운 점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앉아서 말로 지시하는 것보다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솔선수범하여 프로그램이나 사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하급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

그 실례로 작년 우리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월드컵의 주인공인 히딩크 감독은 그런 지도자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우리 나라 감독들이 월드컵을 준비할 때 보여지는 것은 직접 뛰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이리 가라 저리 가라(물론 전부 다 보여지는 것이 아니니까 아닐 수도)정도의 지시나 작전에 대한 지도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그런 지도자들의 모습과는 달리 훈련에 같이 참여하고, 축구골대 옮기는 것까지 같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공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것은 곧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아무리 훈련해도 16강에 들지 못했던 팀을 그 이상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사실 상급자가 지위상 실무에 임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일 지는 모른다. 그러나 사회복지의 현실을 바로 알고, 개선해 나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저 지시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참여와 솔선수범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세미나에서 관장들은 관장끼리 모이고, 중간 관리자는 중간관리자끼리 모이고, 실무자는 실무자끼리 모여 사업의 문제점을 논의했는데 세 단위가 논의한 의견이 각 단위마다 달랐다. 그때 했던 말이 관장은 관장이고, 중간 관리자는 중간관리자이며, 실무자는 실무자일뿐이다 라는 것이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서로 마음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묶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어도 사회복지에서 사람을 따라오게 하는 방법은 상급자의(중간관리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플레잉 코치의 역할로 가능하리라 본다.

이경국 / 오산자활후견기관 실장, lgk74@hanmail.net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