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7-28   869

[희망UP 캠페인] 최저생계비인가, 최저생존비인가

– 최저생계비 수급자 김옥희·홍경숙·이남수 씨 인터뷰

올해는 최저생계비 실 계측이 이루어지는 해. 최저생계비 측정을 위한 계측이 이루어진지 5년만이다. 지금 제대로 못 고치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현실에 맞는 최저생계비를 설정하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업시간에 들은 것으로는 모르잖아. 우리가 직접 이 돈으로 살아보자”며 하월곡동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을 학생들과 일반시민이 벌이는 동안 조건부 수급자들이 아침 일찍 만나 수다판을 벌였다. 조건부 수급자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 중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최저생계비를 받는 이들을 말한다.

1년 가까이 조건부 수급자로 지정 받아 최저생계비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김옥희(41), 홍경숙(43), 이남수 씨(40). 한 달이 아니다. 1년 가까지 수급자 생활을 해왔고, 앞으로도 얼마가 될지 모르는 기간동안 해야 한다. 정작 이들이 일하면서 받는 최저생계비의 체감온도는 몇 도일까? 성북자활센터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수다판을 벌였다. 자! 그들의 수다 속으로 풍덩해보자.

부족하고 남을 게 뭐 있어? 우리가 맞춰 사는 거지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저생계비가 105만5000원이라고 기입된 용지를 보자마자 다들 눈이 휘둥그래진다.

“어이구. 4인 가족이 이 정도면 살지요. 실제로는 이렇게 못 받아. 이 정도를 현금으로 받아봤음 좋겠어요.”

실제로 4인 가족의 생계비를 받는 김 씨는 손부터 내젓는다. “사람들은 이 액수를 보면 한 달 동안 살 수 있겠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한꺼번에 이 돈을 타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해서 50만 원 정도는 센터에서 나오면 나머지는 55만5000원이 남지만 이것도 교육비, 의료보험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 받는 건 3-40만 원 정도밖에 안 나와요.”

국민생활기초보장법에는 4인 가구인 경우 105만5090원을 받도록 책정되어 있지만, 현물로 지급되는 의료비, 교육비, 주민세, TV수신료 등을 차감한 금액인 92만8000원을 받도록 되어 있다.

홍 씨의 남편은 병원 신세를 진 지 오래다. 아무리 아껴 써도 병원비로 목돈이 나가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의료급여를 받는다고 하지만 집안에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다들 개인적인 사정이 많겠지만 저는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3만 원 조금 넘게 나와요. 지금 현재 남동생 집에 머물고 있거든요. 거기서 주거비 21만 원을 또 빼가요. 근데 뭐 불평할 수 있나요. 이거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돈 액수가 적다며 미안해하는 사회담당자를 보면서 괜찮다고 하며 돌아서지만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어쩜 이들에게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이었을지 모른다. “최저생계비가 생활하기에 넉넉하신가요? 얼마정도가 현실에 맞게 책정되는 거죠?”라는 질문에 “말 그대로 최저에요. 최저. 우리가 여기에 맞춰 가야죠.”라고 답하며 돈의 액수가 부족한 것과 함께 수급자들이 겪고 있는 다른 문제들을 꺼내놨다.

열심히 해도 받는 바가지 크기는 같은 것을 몰랐었네

조건부 수급자로 일하는 이들은 성북자활후견기관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간판청소, 입주청소, 건물 바닥 청소 등의 클리닝과 폐 컴퓨터를 수거하거나 재활용 옷을 판매하는 일 등이다. 이 씨는 6인 가족의 생계비를 받는다. 잠시 옆에서 “부자네”하면서 우스개 소리를 해 웃음꽃이 폈던 것도 잠시. 홍 씨가 꺼낸 주변의 다른 조건부 수급자의 이야기에 다들 가슴아파한다.

“그분이 있잖아요. 폐 컴퓨터 모으는 일을 해요.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요. 고물도 많이 모으고…. 나름대로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열심히 일했으니까 내심 더 받을까 생각했나봐요. 근데 받는 액수가 같으니까 낙심한 모양이에요. 안 오른다고 화를 내다가 결국 그만 뒀잖아요. 그러니 능률이 떨어지는 거죠.”

이 씨가 그 말을 듣자마자 안타까운 사람이라며 혀를 찬다.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네. 센터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받아야 아무 소용없어요. 내가 일 더해서 그만큼 더 받으면 나중에 동사무소에서 그만큼 제하고 줘요. 결국 받는 양은 같은 거죠. 한마디로 받는 바가지 크기는 같은 건데… 왜 이걸 이해 못해.”

현행 기초생활제도는 50만 원의 소득을 신고하면 최저생계비에서 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을 열심히 하든 하지 않든 받는 액수는 같은 것이다. 현재 성북자활후견기관에서 조건부 수급자들이 하는 일들은 일당 2만2000원에서 2만5000원 정도이다. 예전에 비하면 단가가 올랐지만, 센터에서의 근로비가 오르는 것은 백날 올라도 소용없다는 것.

최저생계비의 액수를 한참 보던 이 씨가 갑자기 하는 말. “최저생계비 자체가 올라야 도움이 되죠. 2인 가족 생계비를 1인이 받고, 3인 가족 생계비를 2인이 받고. 이렇게 한 칸씩 옮겨 최저생계비가 인상됐음 좋겠네.”

근로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성북자활후견기관의 김은주 실장은 입장을 같이 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최저생계비는 작년에 비해서 올해도 1-2만 원 정도 오른 것 아닌가요?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일을 적게 해도 가족수가 많다고 해서 생계비를 더 받으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나겠어요. 어느 정도 근로 유인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되요.”

“엄마 동그라미 치지마”

홍 씨는 아이들이 있는 만큼 수급자 딱지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이 많다. 자신은 조금 창피하면 되지만, 아이들이 부끄러워 할 때가 가장 괴롭다고 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단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 무료급식 원하는 사람들은 동그라미 쳐 오래”라며 학교에서 나눠준 설문지를 내밀었다고 한다. 홍 씨가 동그라미 표식을 하려고 하자 아이가 갑자기 하는 말.

“엄마, 동그라미 치지마.”

“왜?”

“아이들이 본단 말야.”

“그냥 선생님에게 내면 되잖아.”

“안돼. 뒤에서 걷는 애가 본단 말이야.”

“괜찮아. 보면 어때.”

“싫어.”

결국 그 날 홍 씨는 아이의 요구대로 동그라미를 칠 수 없었다.

수급자들은 수급자라는 사회적 지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낙인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홍 씨도 마찬가지.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아이들 교육이 급하고 최저생계비를 받지 않으면 그나마 받는 교육도 시킬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다. 그리고 ‘자식이라도 교육을 시켜야지’라는 맘이 여느 부모와 다를까.

“사람들은 우리가 거저 먹는 줄 알아요. 사회에 나가서 똑같은 일을 하면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요. 최저생계비라는 딱지가 붙어 다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최저생계비 받는다고 하면 거저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안 그래요. 여기 있는 사람들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데요.”

돈 문제보다도 수급자들이 가지는 이미지가 화두가 되자 김 씨는 빠르게 말을 이어 나간다. “우리는 가족들의 금융관계가 다 노출되어 있잖아요. 한마디로 내 속옷을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 느낌이라니까. 아예 발가벗긴 것 같지. 쪽팔리기도 하고.”

이 씨가 어쩔 수 있냐고 한다. “돈이 많으면서 받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다 조사하는 거겠지. 근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도 피해보는 것 같아요.”

김 실장은 최저생계비 수급자들이 현재 상황을 쉽게 탈출할 수 없음에 주목한다. “정말 좋은 직장 아니면 나가서 직장 얻기 어려워요. 아이들 크기 전까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수급자 생활이라도 해서 교육을 시키고 싶어하세요.”

빈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빈부격차는 사회의 문제라는 시각을 얻고자 하는 희망은 무리한 걸까? 빈곤의 해결 없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최저생계비를 재 설정하기 위한 계측이 이루어지는 만큼 17대 국회가 빈곤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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