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일반(sw) 2009-12-08   3915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10년의 그늘




들어가며








권리씨가 누구냐구요? 권리씨는 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우리들의 ‘권리’임을 알려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권리씨는 올해 복지 현장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문제는 무엇인지, 해결책은 없을지 고민한다고 하네요.

권리씨가 이번에 찾은 곳은 서울역 근처에 있는 쪽방촌입니다. 10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는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에 몇 안 되는 주거빈곤지역입니다. 권리씨가 동자동에서 만난 세 분의 할아버지는 빈곤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이셨어요.

10년 전에 연락이 끊긴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그나마 받던 긴급지원도 이번 달이면 끊겨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시고, 지하철에서 신문을 수거해 하루하루를 이어나가시는 분들이셨어요. 국민 누구나 나이와 근로능력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권리씨가 만난 할아버지들께서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권리씨의 발길이 무겁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권리씨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합니다.

“복 많이 받아요. 우리 같은 사람 누가 신경써준다고 이렇게 얘기 들어주고……”


현장에서


“먹고 잘 수만 있으면 돼요
 더 바라는 것도 없어”


빈곤층임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정부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410만 명으로 전 인구의 약 8.4%나 됩니다. 특히,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100만 명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아들이나 딸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생활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권리씨도 어렵지 않게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권리씨가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봉천동에서 만난 63세 김00 할머니는 아들이 둘 있지만 연락이 끊긴지 벌써 오래입니다. 특히 첫째 아들은 10년도 지난 어느 날 어린 자식만을 할머니에게 맡긴 채 집을 나가 행방불명입니다. 그렇게 어린 손자를 데리고 힘들게 살면서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을까 여러 차례 동사무소에 방문했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폐지를 줍거나 소소한 일을 하시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동자동에서 만난 67세 이00 할아버지도 같은 경우입니다. 할아버지는 동대문종합시장에서 40년 넘게 일하시면서 한때는 집도 여러 채가 있을 정도로 부유하게 사셨습니다. 그러다 사업이 어려워지고, 주식투자에 실패하면서 가족들과는 뿔뿔이 흩어져 이제는 혼자 살고 계십니다.


“이곳 쪽방에 들어오기 전에 서울역에서 노숙을 했어. 한겨울에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 그러던 중에 정부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서 수급자 신청을 했어요. 동에다 신청했더니 구청에서 답사가 나와서 환경을 보더니 아저씨는 자녀중 하나가 300만원 타는 사람이 있어서 원래 40만원 나가는데 20만원 밖에 안 나가요 그러더라고. 그래서 그 돈 20만원으로 여기 쪽방에 와서 방세내고, 무료급식 하는데서 줄서서 얻어먹고 그렇게 지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 동에서 연락이 왔는데 사위가 진급을 해서 월급이 올랐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한번은 10만원을 줘요. 또 얼마 있으니 수급에서 짤린다고 하는 거예요. 법이 그래서 재간이 없다고 해요.”



결국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되어 기초노령연금 8만원8천원으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밀린 방세 때문에 주인이 나가라고 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습니다. 내키시진 않겠지만 자식들에게 연락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법대로 하면 자식들에게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맞지. 구청에서도 내가 정히 손 벌릴 형편이 못되면 자기네가 돈을 주고 자기네가 자식에게 받아도 되겠냐고 해요. 그런데 내가 이대로 끝났으면 끝났지 애들한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애들 형편도 어려운데…… 연락 끊긴지도 오래되었고……”



동자동에서 만난 70세 박00 할아버지 역시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식이 8명이나 된다고 했습니다. 연락을 하려면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차마 자식들에게 연락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애비로서 생활비를 달라고 할 수 없어요. 저희도 힘이 드니까 못해주는 거라고. 사는 게 말도 못하지. 딸들은 모두 결혼했고, 아들이 하나 있는데 사업하다가 옆 세탁소에 불이 나서 다 말아먹었어. 그동안 찜질방도 다니고 닥치는 데로 잤지. 제일 싼 곳만 찾아 다닌거야”


할아버지는 정부로부터 긴급지원을 받게 되어 겨우 쪽방을 구해 지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방세를 내고나면 한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아침은 굶고,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저녁은 간단히 해결합니다. 그나마 받던 긴급지원 12만원이 이번 달이면 끊긴다고 하니 다시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일이라도 해볼까 싶어 동사무소에 공공근로라도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입니다. 



59세의 이00 할아버지는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올까 불안해하고 계셨습니다.

최근에 의료급여 1종에서 2종으로 강등되었는데, 통지를 제대로 못 받았어요. 다세대에 살다보니 통지서가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요. 통지를 받고나서 2주후에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어요. 근로능력이 없다는 것을 떼오지 않으면 2종으로 바꾸겠다고. 그 과정에서 한시적 1종으로 되었어요. 이번에 병원에 가서 근로능력이 없다는 진단서를 떼야해요. 의사선생님들은 움직이는 게 다 노동이라고 하던데 뭘 기준으로 근로능력을 판단할지 애매하다고들 해요.”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공사판에서 일을 하다 척추가 주저앉아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동에서 근로능력이 없다는 증명서를 떼오라고 하니 혹시라도 의사가 진단서를 써주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해하셨습니다. 


“잘 배우고 신체 건강한 사람도 백수로 노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 이제 통증에서 벗어나니 또 엄한 소리를 하니 답답해. 마음 편하게 내버려뒀으면, 내 능력이 부족하니 내가 돈 많이 달라는 소리를 안 하잖아. 당뇨 약도 먹어야 하고, 최근에 초음파 검사를 하니 전립선도 안 좋다고 해요. 4개월 가량 잠을 못자고 있어요. 없던 병도 자꾸 생기고 있어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같은 사람 흔들지 않았어요. 그때도 어렵고 지금도 경제가 어려운데 37만원 받는 사람들 흔드니 자꾸 욕이 나온다고. 동사무소 사람들도 밤낮 전화하고…… 전화할 때마다 불안하다고.”



무엇이 문제일까?


구멍 뚫린 기초보장제도,
빈곤층 수백만 명에게는 그림의 떡


그렇다면 국민의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 실제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보장법) 제정 이후 법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경주된 것이 사실이다. 법 개정도 여러 차례 있었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특례조치를 늘려 미약하나마 실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도내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보장법은 빈곤심화 등의 사회현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수는 10년째 3% 수준에서 변화가 없다.



더욱이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으로 전인구의 약 8.4%나 된다. 특히,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100만 명으로 전체 빈곤인구의 17%나 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현행 기초보장제도의 어떤 부분이 문제일까? 첫째, 부양의무에 관한 문제이다. 위에서도 지적되었듯이 기초보장제도의 사각지대 중 4분의 1 가량이 부양의무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다. 기초보장법에 의하면 부양의무의 범위는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법 제2조 제5항)로 되어있는데 문제는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행위를 하지 않는 부양의무자의 존재 때문에 수급에서 제외되거나, 수급을 받는 경우에도 간주부양비 규정으로 인해 급여가 삭감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참여연대가 진행 중인 간주부양비 폐지 공익소송의 원고(原告) 윤모씨의 경우에도 딸과 사위로부터 전혀 부양을 받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간주부양비 규정에 의해 생계급여가 월 374,060원에서 월 46,030원으로 감액되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실제로 수급신청탈락 가구의 25.7%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탈락되고 있고, 이들 중에 56.2%가 부양의무자로부터 사적이전소득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한다는 결과가 있다.


부양의무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별기준이다. 현행법은 부양의무자의 실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인 경우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가구는 차상위층 정도의 생활수준에 해당하는 가구라는 점에서 부양 여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와 연동되어 있는 부양능력 판별기준은 기준 자체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마땅할 빈곤층을 가족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실제로 사교육비와 집값 폭등으로 엄청난 부담을 지고 있는 저소득층 가구에게 또 다른 가구의 생계를 부양하라는 것은 빈곤의 확대 재생산만 가져올 뿐이다. 



둘째,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의 수준과 결정방식도 문제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최저생계에 해당하는 필수품의 가격을 더하여 결정하는 전물량 방식으로 3년을 주기로 계측되고 있으며, 비계측년도에는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하여 해가 갈수록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평균소득이나 중위소득에 비해 지속적으로 그 수준이 하락되어 왔다. 즉 제도 시작시점인 1999년 이래 10%이상의 상대적 수준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서 어떤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을 지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실제로 휴대폰 보유 비율이 95%에 달하고, 가구당 보유 대수가 2대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장바구니에 담을 지가 논쟁이 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예산에 맞게 책정되는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수급자 선정에 사용되는 재산기준도 비현실적이다. 재산 조사시 총재산에서 지역별 최저주거면적에 해당하는 전세가격(4인기준, 11.2평, 방2개 기준 대도시 5,400만원)을 공제하는 기본재산액의 경우 2004년과 2009년에 각각 한 차례씩 조정되었는데 2009년에 개정된 기본공제액 5,400만원(대도시 기준)은 2007년 최저생계비 계측조사 때의 전세가격 5,88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최근에 전세값 폭등을 감안하건데 현행 기본재산액 기준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또한 재산의 소득환산율도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 올 초 10년 된 봉고차가 한 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 화제가 된 ‘봉고차 모녀’ 사건이 보여주듯 자동차는 일반재산(4.17% 환산)과 금융재산(6.26% 환산)에 비해 100% 환산되고 있어 자동차 처분이 어렵거나 사용이 불가피한 가구의 경우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답게 살 권리,
기초보장법이 답하라


정부와 국회는 무얼하고 있나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연말 이명박 대통령은 “취약 계층에 대해 의식주와 교육 등 기본생활이 가능하도록 긴급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발표한 것은 저소득층 노인의 별도가구 인정특례 허용조치(기존에는 ‘결혼한 딸의 가구에 거주하는 부모’에 대해서만 별도가구로 인정되던 것이 ‘결혼한 아들가구에 거주하는 부모’로까지 확대)였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 임시적인 조치로 시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개선 혜택을 받기 극히 미미한 수준의 특례조치였던 것이다. 그 뒤로 정부가 내놓은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의 경우에도 한시적 땜질정책에 불과했다. 결국 6개월 만에 한시생계보호 대책은 끝이 났고, 긴급복지지원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65.5%가 삭감되었다.


국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초보장법 개정안 12건이 제출되어 있다. 이 중 의원들이 발의한 의안이 11건이고, 간주부양비 폐지를 비롯하여 수급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제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참여연대 개정청원안도 있다. 문제는 의원들이 발의한 대부분의 기초법 개정안들의 내용이 실효성의 여부를 떠나 대동소이하다는 것이고, 현재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차상위계층에 대한 정의 규정을 법률상 명시하고,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안이나 최저생계비 결정에 있어 상대빈곤선 방식을 도입하도록 하는 안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의원들이 기초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국회 내에서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할 것인가에 있다. 그러나 국회는 4대강 사업, 세종시 등 여야대립으로 민생법안의 처리를 미루고 있고, 대통령은 4대강 전체 예산을 복지에 쓰는 게 포퓰리즘이 아니겠냐고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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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면 개정해야


대안은 이미 있다.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 방치된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보장법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는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현실화하고, 경직된 기준 때문에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기초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법 제정 10년을 맞는 기초보장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다. 실제로 빈곤층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다면 구멍이 숭숭 뚫린 기초보장법의 개정에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먼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급자 선정 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해야 한다. 실제로 북유럽의 경우 보육 및 노인의 돌봄은 국가가 주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가족이 부양을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이 거의 없다. 북유럽 국가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국가가 아동 및 노인에 대한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인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빈곤에 대한 부양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빈곤한 사람은 ‘정부’에서 일차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74%가 넘고, 선지원 후 보장비용을 청구하는 구상권의 행사에 대해서도 찬성의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규정은 보장비용 징수 요건으로만 활용하고 수급권자 선정 조건에서는 제외하도록 하며, 급여신청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자의 존재를 이유로 급여신청 포기를 유도하는 행위 금지 규정을 신설하여야 한다. 간주부양비 폐지, 급여신청체계의 개선 및 보장비용 징수관련 법령도 재정비하여야 한다.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을 상대빈곤 방식으로 전환하여 빈곤층의 생활보장 수준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 최저생계비는 법에 규정된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그 격차가 점점 벌어져 1999년 계측된 최저생계비는 같은 해 도시근로자 가구 중위소득의 45.5%에 해당하였으나 2008년 최저생계비는 도시근로자 가구 중위소득의 34.8%까지 하락하였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최저생계비는 전년도 도시근로자가구 중위소득의 40% 이상이 되도록” 법으로 명문화하여야 한다.


수급자 선정을 위한 재산기준도 합리화해야 한다. 높아진 생활수준에 맞도록 기본재산액과 잉여재산의 소득환산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의 경우도 해당가구의 정밀한 자산조사를 통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정하던 개별가구의 재산범위·재산가액의 산정기준 및 소득환산율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기본재산의 공제액 항목은 수급권자 선정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주택법이 정하는 최저주거기준 등 현실성을 고려하여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급자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빈곤층에 대한 선지원을 통하여 빈곤을 예방하고 기초보장법 자체의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차상위계층을 현행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20 이하인 자”에서 “소득인정액이 도시근로자 가구 중위소득의 50%이하인 가구로서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계층”으로 개정해야 한다. 또한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장기관의 조사?관리 업무와 사회복지서비스·고용지원 등 공공서비스 연계를 의무화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법에 보장된 권리내용을 수급권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알게 하고, 급여수준 결정의 내용,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의 정확한 액수, 급여내용의 결정경로, 산출내역을 문서로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수급권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감면혜택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려 국민복지의 증진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또한 소득공제대상 소득에서 일반근로를 포함시키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추정소득 근로자에 대해서는 소득 부과기준을 최저임금으로 하는 등 수급권자들의 빈곤탈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하여야 한다.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에 걸 맞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기대하며


최근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에서조차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였다. 아시아 지역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권 보장을 제대로 실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권위원회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기준의 개선을 신속히 검토하고, 홈리스, 비닐하우스 거주자, 보호시설 수용자 등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을 기초보장제도내에 편입시킬 것을 권고했다. 이것이 국제사회가 보는 한국 사회보장권의 현실인 것이다.


권리씨가 만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더 이상 춥고, 배고프게 지내게 방치하는 것은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자 ‘아시아의 선도적 인권옹호국’임을 자임하는 한국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급증하고 있는 빈곤의 규모 및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땜질식 한시대책이 아닌 새로운 양상의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기준 등 수급자 선정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급여수준도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할 것이다.


WR20091208_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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