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지원센터 칼럼(ws) 2019-05-14   4970

[칼럼] 학교에서 5번 쫓겨난 교사 "지금도 난 선생님이다"

같은 학교에서 5번 쫓겨난 교사 “지금도 난 선생님이다”

2012년 동구마케팅고 비리 신고한 공익제보자 안종훈 선생님

 
공익제보자의 삶은 어떤가? 후회는 없나? 한번 살아 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면, 아니면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종종 하는 언론 인터뷰에서 늘 받게 되는 질문이며,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자주 되묻는 말입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학교로부터 받은 2번의 파면 처분, 그리고 복직 이후 10개월 동안 모든 수업과 업무 배제, 또다시 반복되는 직위해제 9개월, 2017년 간신히 학교로 복귀하였지만, 2018학년도가 끝나자마자 해임 처분으로 학교 밖으로 내몰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동구마케팅고의 학교법인인 동구학원의 이사장과 학교장, 행정실장으로부터 무려 8차례나 고소 고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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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동구마케팅고의 교비 횡령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한 안종훈 선생님이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결국 6년 동안 다섯 번이나 강제로 교실 밖으로 쫓겨나는 인사 처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책상을 정리해서 제 자리를 떠나야 하는 모습을, 함께 생활하던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보이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길 소망했지만 번번이 산산이 조각난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침묵하지 않고 신고한 대가치고는 너무 무겁고 버거운 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스스로에게 되물어 봅니다. 다시 한번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그래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벌써 다섯 번째 스승의 날을 거리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실제로는 신분이 어떠한들 아직도 ‘내가 선생님이다’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래서 교실에서는 도덕과 정의를 가르치면서 내가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몹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누구의 시선보다 두려운 것이 나 자신의 눈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결과는 비슷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익제보라는 당당한 행동에는 고통이라는 대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 고통의 크기를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좋은 관계들과 인연들이 내 삶 속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과분하리만큼 많은 응원과 격려, 굳센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나아가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라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장 먼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자리에도 서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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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8일,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한국투명성기구가 서울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앞에서 공익제보자 안종훈 선생님에게 4년째 보복징계를 가하고 있는 학교법인 동구학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시 안종훈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 취소와 정당한 수업권 보장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2016년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1,150명의 시민 서명과 함께 학교법인 동구학원에 보냈다. <사진=참여연대>

 

그래서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및 서울시교육청의 청렴교육 강사로 등록되었습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익제보자로 인정되어 신고보상금 뿐만 아니라 구조금 지급 대상자 1호로 선정됐고, 앞으로도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를 받습니다. 이를 통해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만들고 확대해 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음에 큰 보람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공익제보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문제는 공익제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공익제보는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과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는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다시금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갑니다. 공익제보자의 삶은 어떤가? 교사로서 삶은 얼마만큼 보호받을 수 있을까? 또 한해가 흘러가면서 5월 ‘스승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 스승의 날을 거리에서 또는 교실 밖에서 맞이합니다. 그래서 또다시 소망합니다. 내년에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그리고 학교를 찾아오는 제자들을 맞이하면서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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