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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지원센터    불의에 저항하는 공익제보자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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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고발한 권종현 교사   <사진> 권호욱 경향신문 선임기자   <기사>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사학 운영 모난 돌, 비리 제보 왕따, 품위 위반 해직자

 

권종현은 23년 내내 ‘모난 돌’이었다. 문제가 보일 때마다 말하고 행동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일들은 누군가가 소리를 내고 싸우고 버틴 끝에 당연한 것이 됐다. 권종현도 기꺼이 싸우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립학교 교사인 그가 싸우는 대상은 때로 학교 재단(우천학원)이었고, 때로 정부(교육부)였다. 2000년대 초 학내 인사위원회, 예결산위원회 설치를 주장해 만들었다. 2008년엔 ‘일제고사 감독 불복종 선언’에 참여했다. 2009년엔 재단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을 알면서도, 언론에 자사고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2011년엔 서울시의회에 재단비리를 공익제보했다. 감사 결과 제보 내용의 상당 부분(49개 사항)이 사실로 확인돼 재단은 시정요구를 받았다. 2017년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열린 정책토론회에 나가, 사학재단의 비민주적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내에서 보고 겪은 부당한 일들을 끊임없이 올렸다.

 

생각을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권종현은 외로워졌다. 어떤 이는 그를 불러다 “나서지 말라”고 했고, 어떤 이는 “꼭 그렇게 어렵게 살아야겠냐”고 채근했다. “출세하려고 저런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그를 지지했던 동료들도 현실적인 불이익이 닥치자 하나둘 멀어졌다. 권종현은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누군가 해를 당할까봐 밥도 혼자 먹고, 길도 혼자 걷는 날이 많아졌다.

 

오랜 싸움의 결과 2019년 9월23일, 재단은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해임 사유는 ‘복종의무 위반’ ‘품위유지 위반’ 등이다. 공익제보 이후 사실상 ‘왕따’처럼 살면서도 괜찮은 척했던 그는 요즘 이명 현상을 겪고 있다. 권종현은 어쩌면 자신이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지 못한 조직 부적응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째 개정되지 못한 현 사립학교법(사학법)은 그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괘씸죄’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사회는 아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해임 후 1년,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한 그를 만났다.

 

“해임 부당 소송 끝내 패소하더라도 내 싸움의 의미가 없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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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 교사는 “학교생활에서 일상의 싸움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싸움이 오랫동안 사학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한 작은 조각이라도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진> 경향신문

 

공익제보 10년 불이익·해임…다시 긴 싸움 나선 교사 권종현

이사장 바뀐 뒤 점점 문제 발견

MB 정부 때 ‘일제고사 불복종’

처음으로 재단에서 경고를 받아


- 해임된 지 1년이 다 돼갑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소송 준비하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 나가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돕고요. 일주일에 한번은 심리상담도 받고…그렇게 지냅니다.”

 

- 7월17일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우천학원이 승소했죠.

 

“네. 그런데 해임 사유가 정당한 것인지는 판단을 하지 않고, 절차에 대한 부분만 판단한 거예요. 소청심사위는 ‘우천학원이 징계 사유를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아 피징계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해임취소결정을 했고, 학교법인에선 그 부분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했고요. 법원도 절차적 부분에 대해서만 보고 ‘징계사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판단한 거죠.”

 

- 소청을 제기할 땐 해임내용과 절차 모두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인데…복잡하네요.

 

“저로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죠. 다른 사건에서도 반복되는 일인데요. 소청심사위에선 절차와 내용(해임사유)을 분리해서, 일단 절차가 잘못됐으면 그것만 판단해서 결정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법인에선 절차만 보완해서 다시 징계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처럼 절차가 아닌 징계의 실체적 정당성을 두고 처음부터 다시 심리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당사자 입장에선 쟁송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힘들잖아요. 생계문제도 있고…하루하루 압박감과 시선을 견딘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관(법인)이 더 유리하죠. 개인은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교원소청심사위는 절차부당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고, 내용상 부당에 대한 재심사를 검토하고 있다.

 

- 행정소송에서 피해자가 이겨도 사학법인이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죠.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사학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사학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사장의 절대 권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가 느끼기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교사 한 명을 뽑을 때 얼마나 많은 자격을 요구합니까. 어려운 시험도 통과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연수도 받아야 하죠. 그만큼 교사 한 사람이 학생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잖아요. 이사장은 그런 교원 수십 명…어떤 곳은 수백 명에 대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자격조건이 없어요. 교육경력이 전혀 없어도 할 수 있어요. 법인운영의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사실상 이사장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구조예요. 초기 사학 설립자 중에는 훌륭한 분들도 많아요. 우천학원 설립자와 전 이사장님은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분들이죠. 제가 1996년에 임용돼서 학교에 임명장을 받으러 갔는데, 이사장님이 교장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당시 학교에 이사장실도 없었거든요. 이사장님이 다리가 조금 불편하셨는데, 새파랗게 젊은 저를 보고 일어나셔서 손을 잡으면서 ‘우리 학생들 잘 좀 부탁합니다’ 하셨던 게 지금도 기억나요.”

 

- 우천학원의 우신고등학교와 우신중학교에서 23년 동안 사회 교사로 일했습니다. 어쩌다 재단과 불편한 관계가 된 건가요.

 

“이사장이 바뀌고 학교가 점점 변해가면서 여러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행정실 사람들이 바뀌었는데 곳곳에서 업무가 펑크 났어요.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 월급 계산이 이상한 거예요. 담임을 안 한 사람에게 담임수당이 들어가고, 동호회 활동을 안 하는데 동호회비 원천징수가 됐어요.”

 

- 기본적인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군요.

 

“저희가 보기엔 그랬죠. 그 뒤로도 매점운영이라든지 학교 시설 대여·공사 등에서 이상한 점이 많이 보였어요.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저건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했죠.”

 

- 학교에서 처음으로 경고를 받은 건 2008년 ‘일제고사 불복종선언’ 때였다고 들었어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 교육에서 급격하게 강화된 것이 경쟁주의였어요. 가장 상징적인 게 학교와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는 일제고사였어요. 일제고사 감독에 반대했다가 서울지역 교사 9명이 해직당하면서 ‘일제고사 불복종선언’을 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100명이 참여했는데, 저도 이름을 올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재단에서 경고를 받았어요.”

 

- 최초의 ‘모난 돌’ 선언이었는데, 걱정되진 않았나요.

 

“고민이야 했지만 딱히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2000년대 초반에 교육계에서 ‘사학민주화 싸움’을 열심히 했어요. 사립학교 이사장과 교장의 전횡을 막기 위한 인사위원회, 예결산위원회를 만드는 싸움을 엄청나게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촌지가 일상화돼있었고, 특히 고3 담임을 하면 부수입이 엄청나다고들 했어요. 담임 촌지 외에도 부교재 채택료, 수학여행 업체, 졸업앨범, 사진값 등 각종 리베이트가 일상적이었지요. 그 돈이 어디로 가겠어요. 저도 학교에서 엄청나게 싸웠죠. 그때만 해도 교사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수직적이어서, 어떤 분한테 불려가서 욕을 먹었죠. 어디 초짜가 (교내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회의 때 목소리를 내느냐고요.”

 

재단의 자사고 추진을 알고도

자사고 정책 비판하는 신문 기고

결국 중학교로 부당한 전보 발령

 

- 2009년 신문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를 한 것이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 150개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이사장이 우신고를 자사고로 추진하겠다고 했어요. 자사고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공부를 해보니까 우리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우리 이사장이 추진한다고 했는데 써도 될까…싶다가 물리적으로 막는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게 뭐 큰 문제가 될까 생각했어요.”

 

- 글이 나간 뒤에 학교에서 반응이 있었나요.

 

“조용했어요.(웃음) 어떤 선생님이 ‘너 어쩌려고 그래?’라고 한 정도였어요.”

 

- 조용했다가 인사발령이 났군요.

 

“네. 학교에선 정당한 인사라고 하고, 저는 부당인사라고 주장하는 부분인데요. 자사고 신청할 때 평가기준에 교직원들의 찬성비율도 있거든요. 선생님들한테 설문지를 돌렸는데, 반대한 사람이 저를 포함해서 5명이 나온 거예요. 이후 학교에서 ‘자사고를 반대했는데 우신고가 자사고가 됐으니 중학교로 전보조치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자사고 정책에 대한 신념과 자사고에서 근무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입시교육의 현실을 비판하지만, 학생들이 그 제도 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하잖아요. 자사고가 돼도 마찬가지인 거죠. 이사장 면담에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서 ‘알았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학교에서는 그걸 제가 원해서 간 것처럼 주장해요. 1996년부터 14년 동안 일한 곳에서 갑자기 나오게 됐죠. 2010년 3월에 우신중학교로 전보발령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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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 교사의 징계위원회 소집을 앞두고 2019년 9월10일 권 교사를 지지하는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서울 우신중학교 앞에서 ‘부당인사·보복징계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권종현 교사 페이스북

 

서울시의회에 공익제보한 뒤

특별감사로 49개 지적사항 나와

교장에 파면, 교감에 정직 권고


- 2011년 서울시의회에 한 공익제보를 바탕으로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가 실시됐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벌어진 미심쩍은 일들,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자료를 13쪽 분량으로 정리해서 제보했어요. 특별감사가 실시됐고, 49개 지적사항이 나왔어요.”

 

서울시교육청이 2012년 4월 작성한 ‘학교법인 우천학원 및 우신중·고등학교 관련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공금횡령 등 회계 관리와 인사 관리, 시설공사 관리 등에서 문제 사항이 발견됐다. 교육청은 교장에 대해 ‘파면’, 교감에 대해 ‘정직’ 처분을 권고했다.

 

- 학교생활은 많이 불편해졌을 것 같네요.

 

“처음엔 제가 제보했다는 걸 밝히지 않았지만 다들 저라는 걸 알았죠. 이사장과 교장이 감사 때 증인으로 나가서, 호되게 추궁당했어요. 태도불량까지 지적당했으니까…아마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을 거예요. 인간적으로는 저를 좋아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이해해요.”

 

교내 일 생길 때마다 목소리 내

미운털은 늘 박혀있었을 듯

 

- 그 후에도 재단과 크게 부딪친 일이 있나요.

 

“음…저는 교내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손들고 얘기하던 사람이라서 ‘저놈 저런 놈이구나’ 하고 미운 털은 늘 박혀있었을 거고요.(웃음) 결정적인 사건이 있긴 했어요. 2017년 4월에 3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갔어요. 그때 학년부장이 역사선생님이었는데, 광주 망월동 묘역 탐방을 일정에 넣었어요. 그걸 알고 수학여행 당일 날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로 항의 전화를 계속 한 거예요. 왜 학교에서 빨갱이 교육을 하느냐고요. 교감이 이미 출발한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학교가 마비됐는데 재고하면 안 되느냐’고 했대요. 학년부장 선생님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곳이고 학운위(학교운영위원회)도 통과된 사안인데 뭐가 문제냐, 차라리 제 번호를 알려주세요’라고 했는데, 정말 번호를 알려준 거예요. 인솔 교사에게 욕설이 담긴 항의전화가 쏟아졌어요. 욕설이 담긴 문자까지 포함해서요. 다른 선생님들이 부담을 느껴서 결국 그 일정이 취소됐어요. 최소한 욕설을 한 학부모로부터 사과라도 받았어야 했는데, 학교에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런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게 기사화됐어요. 교내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사안을 신청했는데 교권침해가 아니라고 결론이 났어요. 교감이 교권보호위원장이었거든요. 교권보호 재심은 교육청에 할 수 있는데, 재심신청권은 학교장에게만 있더군요. 교권침해 당사자가 교장, 교감일 때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해 5월에 있었던 교육감 선거 후보자와 정책협의를 위한 토론회에 ‘우신중 교사’ 자격으로 참여해서 이런 사안을 얘기했어요. 사학 내부 민주화를 위해서 개선돼야 할 점을 요구한 거죠. 그게 또 이슈가 됐어요.”

 

- 10년 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죠.

 

“네. 2011년 2월에 전교조에서 저를 교육국장으로 노조전임 신청을 했어요. 노조전임 휴직 처리를 해주면 되는 건데 학교에선 제가 ‘학교에 꼭 필요한 교사’라며 안 해줬어요. 노조전임 신청에 대해 학교가 불허하는 건 전국적으로도 드물어요. 저는 괘씸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에선 아니라고 주장해요. 제 인사권은 이사장이 갖고 있으니까 결국 안 됐죠. 2014년엔 서울시교육청의 학습연구년제에 지원하려고 했어요. 한 학기 또는 1년 동안 교육청 파견으로 특정주제에 대해 학습과 연구를 하는 것인데, 지원조건에 제가 부합했어요. 교장에게 먼저 얘기했고 알았다고 했는데 이사장이 승인을 안 해준 걸로 알아요. 그런데 재단에서는 제가 서류를 준비해서 신청서를 내야 검토하는데 내지도 않고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고 해요.”

 

“징계 받을 사람들 오히려 나를 징계 공익제보 선택 지금도 변함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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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 교사는 “옳은 일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책하며 위축되는 순간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힘들 때마다 걷고 책을 읽고, 자신처럼 힘든 싸움을 하는 동료들 곁에 서며 학교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권호욱 기자 biggun@kyunghyang.com

 
전교조 노조전임 신청 불허에

임기제 장학사로 가는 길 막아

 

- 그해 다른 지원자가 있었나요.

 

“아뇨. 2017년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교육부 대변인실 파견 요청을 받았어요. 전교조 파견 요청 때, 사전 허락 없이 공문으로 통보받은 것에 대해 이사장님이 불쾌해 한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공문 시행을 좀 늦춰달라고 하고 제가 먼저 찾아가 요청을 했어요. 그런데 이사장은 학교장이 먼저 추천을 해야 한다고 하고, 학교장은 이사장이 원하지 않는 제청은 할 수 없다며 저를 계속 왔다 갔다 하게 했어요. 눈치를 보다가 결국 무산됐죠. 재단은 이것도 제가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주장해요. 공문이 온 적이 없다고요. 나중에서야 당시 담당 공무원의 사실확인서를 받았어요. 기관과 개인이 싸우면 이런 게 참 어려워요. 제가 그때그때 미리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증거를 남겨놓지 못 했잖아요. 재단은 저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갖고 있고 선별적으로 내밀 수 있죠.”

 

- 해임까지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18년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으로 ‘임기제 장학사’ 자리가 만들어졌어요. 제가 지원할 수 있는 요건이 됐어요. 합격하면 의원면직 처리되고 교육청으로 가는 거라, 저는 재단과의 긴 인연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낫겠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장에게 얘기했는데 또 안 된다는 거예요. 그날 교장과 밤 10시까지 다섯 시간 이상 얘기했는데 그땐 정말 소리 높이고 싸웠어요.”

 

- 이 사건이 커진 건가요.

 

“이런 내용을 제가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곽노현 전 교육감(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이 그걸 보고 1인 시위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어요. 좀 고민하다가, 이게 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그러시라고 했죠. 다음날 곽 전 교육감이 시위를 했는데, 맞불시위가 시작된 거예요. 몇몇 학부모들이 제가 외부단체 인맥을 이용해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파면하라는 피켓 시위를 했어요. 사실 곽 전 교육감은 하루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그걸 본 시민사회계가 들끓기 시작했어요.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사람이 계속 나왔어요. 5월에 시작해서, 6월엔 주 1회씩 30일 정도 했어요. 오전 7시40분부터 30~40분 정도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식이었어요.”

 

복종의무와 품위유지 위반?

1인 시위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정당한 직무명령으로 볼 수 없어

 

- 확성기를 쓰거나 유인물을 나눠주진 않았나요.

 

“전혀요. (맞불시위도 계속됐나요) 그쪽은 4~5일 정도 하다 멈췄는데, 아마 학부모들 단체 카톡방에 저를 비방하는 내용을 올렸나봐요. 저를 지지하는 학부모님들이 그 내용을 캡처해 보내주셔서 알게 됐어요. 너무 화가 나서 저에 대해 허위사실로 비방한 학부모들을 저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어요. 그게 다 제 징계사유가 됐죠.”

 

권 교사는 2018년 6월부터 여러 건의 송사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가 학습권침해에 따른 시위금지가처분소송(목적물가액 5000만원)을 제기했고, 1심(2018년 8월)과 2심(2018년 12월)에서 권 교사가 모두 승소했다. 이 소송에 동료 교사 15명이 권 교사를 위한 탄원서를 썼는데, 법인은 교사들에게 어떤 경위로 탄원에 참여하게 됐는지 묻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법인명의의 경고를 했다. 권 교사가 학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형사고소는 2019년 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말엔 2018년 그를 파면하라며 피켓시위를 했던 이로부터 명예훼손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연락도 받았다.

 

법인은 2019년 6월부터 권 교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허위사실(인사갑질 주장)을 퍼뜨려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고, 1인 시위 등으로 어수선한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학부모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등 건학이념 구현에 적합하지 않은 교사”라며 ‘복종의무 위반’과 ‘품위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2019년 9월23일 해임을 통보했다. 동료 교사들이 권 교사를 위해 탄원서를 썼다가 재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도 해임 사유가 됐다. 권 교사는 당일 1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온 뒤 해임 통보를 받고 바로 짐을 싸서 학교를 떠났다. 학생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동료 교사 10여명이 “곧 돌아올 거예요”라며 그를 배웅했다.

 

- 해임 사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

 

“징계의결요구서를 받을 때 혹시 제 수업방식이나 내용에 대한 것이 있으려나 걱정했어요. 그런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학교와 갈등을 겪을수록 제가 해야 할 것들은 더 완벽하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인 시위를 멈추게 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복종의무 위반’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정당한 직무명령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어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1인 시위를 제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당한 것은 명백한 인사 불이익이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허위사실도 아니고, 제가 올린 글들은 사학법인의 비민주적 인사운영 문제를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징계위에 들어갔더니 저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던 당사자들이 징계위원으로 와있더라고요. 아무리 제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해임’에 이를 정도일까요?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파면과 정직 권고를 받은 사람들은 파면도 정직도 되지 않고 근무하다 정년퇴임했어요. 그들 중 한 명은 징계위원이 돼 오히려 저를 징계했죠.”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 안 해

학생에게 좋은 교사였나 되새겨

소송 이후 ‘새로운 길’ 있을 것

 

- 옳은 일을 한다고 믿어도 외롭고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처음 몇 달은 잠도 잘 안 왔어요. 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죠. 징계의결요구서를 받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명서 쓸 때까지 3주 만에 7㎏이 빠지더라고요. 소청심사위에 소명서를 접수하고 난 다음날 이명 현상이 왔어요. 평형감각도 자주 흐트러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몸이 다 무너져서 피부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병원을 몇 군데씩 다녔어요. 제가 우울한 걸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해임되던 날도 페이스북에 ‘해임이라고? 해도 해도 너무 해임’이라고 드립(말장난 개그)을 치기도 했는데, 사실 그런 게 다 제 스스로를 억압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학교와 싸우면서 겪은 여러 상황이 하나하나 상처로 남은 것 같아요. 제 옆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교직원식당이 아니라 학생식당에서 따로 밥 먹은 지 5년이 넘었고, 저랑 잘 얘기하다가도 누군가 들어오면 눈치 보는 동료를 보면서 씁쓸하기도 했어요. 제가 맺고 있던 모든 인간관계가 총체적으로 휘저어지고 재구성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가족과의 관계는 돈독해졌어요. 중학교 3학년인 둘째가 엄마한테 ‘아빠 좀 멋있는 것 같아’라고 했대요. 요즘은 저한테 계속 공부 가르쳐달라고 와요.(웃음)”

 

- 공익제보한 걸 후회할 때도 있나요.

 

“지금과 같은 선택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제가 학생들에게 좋은 교사였나 하는 의문이 계속 들어요. 저 역시 참교육을 말하면서도 초창기 권위적인 분위기 속에서 체벌도 했었거든요. 옛날 학생들을 다시 만나면 사과하고 싶은 여러 순간이 있어요.”

 

- 쉽지 않은 긴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크게 정의롭거나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과가 제 마음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학교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남은 교직생활이 전과 같지는 못할 거예요. 결과는 결과 그대로 받아들이려 해요. 소송에서 패한다고 저의 싸움이 다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제 교직생활이 다 부정당하는 건 아니잖아요. 길이 끝나는 곳엔 또 새로운 길이 있을 거라고 믿고요. 다만 수백 번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저의 죄는 ‘괘씸죄’라고 생각해요. 괘씸죄를 처벌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잖아요.”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했다고 감봉, 교비횡령 알렸다고 파면
…“공익제보자 신분보장 법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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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를 제보한 안종훈 교사(왼쪽)와 공익제보자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장동엽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선임감사, 임재민 회원. <사진> 참여연대

 

사학 비리와 싸우는 선생님들

 

사학재단의 비리를 공익제보하거나 재단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교사들이 재단(학교법인)의 인사행정권을 통해 사실상의 보복을 당하는 일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선 수년간 이어지는 소송을 감당해야 하고, 승소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

 

문명교육재단은 지난 5월 박근혜 정부 때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교사 5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경북 경산 문명고는 2017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공개 후 다수의 역사적 오류가 발견되고, 학교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징계 대상이 된 교사들은 문명고가 연구학교로 지정되자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활동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기되면서 문명고의 연구학교 지정도 취소됐으나, 재단은 3년 만에 당시 반대 목소리를 낸 교사들이 ‘복종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 ‘정치운동 금지’ 등을 위반했다며 감봉과 견책 처분을 내렸다.

 

정미현 교사는 2017년 서울미술고(한흥학원)에 근무하던 중 재단의 회계비리 의혹과 부당인사, 교권탄압 등의 문제를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했다. 정 교사의 제보는 감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16가지 비위 사실 적발)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정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파면했다. 정 교사는 보복성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정 교사가 아동학대와 성추행을 저질러 징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 정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를 통해 복귀명령을 받았지만, 재단은 1주일 만에 정 교사를 다시 직위해제했고 2년 넘게 보직발령을 내지 않았다. 정 교사에 대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도 제기했다. 교실로 돌아가지 못한 정 교사는 올해 초 치료를 위해 병가를 냈다.

 

2012년 동구마케팅고(동구학원)의 교비횡령 비리를 공익제보한 안종훈 교사는 학교에서 다섯번 쫓겨났다. 파면 처분을 두 번 받았고 복직 후 수업과 업무 배제, 직위해제. 다시 해임 처분 등을 받았다. 재단 관계자들로부터 8차례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긴 해임무효소송에서 승소(해임무효확인 조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재단과 중재한 끝에 안 교사는 2019년 10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과 서울시교육청 청렴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익제보 후 7년 만이다. 그러나 안 교사는 원래 일했던 학교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됐고, 공립학교 교사 특별채용을 기한 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선임간사는 “2017년 4월 부패방지법의 부패행위 신고 대상인 공공기관에 사립학교와 학교법인이 포함돼 사학비리 신고자도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현장에선 신고자에 대한 온갖 불이익 조치가 지속돼도 제대로 된 보호와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간사는 “사학비리 제보 교사에 대한 국민권익위의 신분보장 등 조치나 관할 교육청의 관련 조치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사학비리 제보자들을 공립학교나 교육 관련 감사기구 등에 특별채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초·중·고 사립학교가 관할청의 시정명령을 고의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경향신문 토요판 기사 보기(202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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