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하라

유보적이고 소극적인 보도태도는 언론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것

과거 안기부가 도청한 것으로 알려진 녹음테이프의 구체적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그 내용은 하나같이 특정그룹 고위인사와 정치인 혹은 검찰사이에 이뤄진 불법적인 뒷거래에 관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정작 녹음테이프를 가장 먼저 입수하고 그만큼 이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을 문화방송은 유보적인 보도태도를 취하고 있다. 타 언론이 이미 녹취록의 상세한 내용까지 공개하고 있는 터에 문화방송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보도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의 이런 태도는 언론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개혁을 표방한 최문순 호의 실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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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녹음테이프가 과거 안기부의 불법도청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진 후 안기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사실규명과 사법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녹음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단순한 의혹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녹음테이프를 보유한 문화방송이 그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문화방송은 수개월 전부터 보도를 유예해왔고, 정작 타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순간에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이유로 구체적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문화방송이 보도를 미뤄온 이유도 납득할 수 없거니와, 이번 법원 결정 또한 진실 보도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문화방송의 태도가 실망스러운 것은 이번 사안의 성격에도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테이프의 내용은 삼성그룹이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정치권과 검찰, 그리고 대선후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 것이다. 검찰 고위직 인사가 삼성의 장학생으로 불리고, 여론 조작을 위해 정치인에 대한 로비를 서슴지 않으며, 심지어 여․야 대선후보를 가리지 않은 무차별적인 불법정치자금제공 의혹 등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다. 이는 과거 우리 사회의 정경유착, 즉 재벌과 정치인, 재벌과 고위권력층간 결탁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전형적인 부패의 연결고리이다. 따라서 단절과 청산의 대상이지 결코 관행 혹은 과거의 이름으로 묵인될 수 없는 것들이다. 언론이 이같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문화방송은 모든 내용을 시청자인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해 국민의 준엄한 판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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