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 사회적 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

법률위반한 보복행위지만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황당한 판결

수원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동하, 판사 김증남, 정다주)는 어제(1/19),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소송대행 : 안병희 변호사)이 지난 2003년 5월 30일 공익제보자 김봉구씨를 대리하여 김씨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처분 등의 보복행위를 하고 명예를 훼손한 송진섭 안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송진섭)는 원고(김봉구)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2004/10/26)을 대부분 파기하고 명예훼손만을 일부 인정하여 원고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봉구씨에 대한 전보조치가 부패방지법을 위반해 이뤄진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임을 인정하고도, 이를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부패방지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자, 재판부가 지닌 사회통념이 일반시민의 그것과는 너무도 괴리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부패방지법을 위반해 단체장이 공익제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나아가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한 국가청렴위원회의 명령마저 받아들이지 않은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느냐의 여부이다. 부패방지법에는 인사권자가 공익제보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줄 경우 과태료 처분과 함께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 처분으로는 이 같은 행위를 막을 수 없으며, 심지어 원상회복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인사권자들이 대부분 행정기관의 장이다 보니 징계의 실효도 없어, 공익제보자 보호제도의 허점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공익제보자가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자구책이자, 독단적 인사권을 견제하고, 원상회복을 강제할 간접적 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기 위해 김봉구씨의 소송을 대리해 진행해 왔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송진섭 안산시장에게 ‘22개월간 국가청렴위원회의 원상회복 조치에 따르지 않아 발생한 심리적 고통과, 지방자치제도 시행과 관련하여 자치단체장의 부당한 인사권의 남용을 견제할 필요성 및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근거로 1,000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본청에서 같은 직급의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된 조치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 상당성을 결여한 하향 전보조치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배척했다. 결국 재판부는 하향전보가 부패방지법을 어긴 보복행위에는 해당하나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재판부의 판단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원상회복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부패방지법을 개정한 것에 비춰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한 사회의 사회적 통념을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법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의 판단 근거인 ‘사회적 통념’은 일반시민의 상식은 물론 부패방지법의 입법취지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으로, 피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자 하는 재판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개인적 의견’을 사회적 통념으로 포장한 것일 뿐이다.

이같은 억지논리 외에도 이번 판결의 공정성과 관련해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그동안 소송과정에서 재판부가 보여준 일련의 석연찮은 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최초, 원고측 변호인에게 2심 선고기일을 지난해 7월 7일로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측이 지난해 고등법원장을 마치고 개업한 변호인을 선임했고, 이후 재판부는 예정되어 있던 2심 선고를 전격 연기했다.

이후 계속해서 재판부는 원고측 변호인과 원고에게 여러 차례 화해를 종용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선고를 연기해 왔다. 이에 대해 원고측 변호인의 항의와 선고기일 요청이 이어지자 마침내 어제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을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고 판결비평 등을 통해 재판 결과의 부당성을 지적해 나갈 것이다.

참고자료 1. 김봉구씨 공익제보 및 민사소송 경과

– 2002년 4월 : 김봉구씨,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지난 1996년부터 추진된 안산시 종합운동장 건립과 관련, 부당하게 지급된 예산 38억원의 환수와 관련자 징계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제출

– 2002년 10월 : 송진섭 안산시장, 김봉구씨를 동사무소로 하향전보

– 2002년 10월 : 김봉구씨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부패방지위원회에 신분보장을 요청

– 2003년 3월 : 부패방지위원회, 안산시장의 김봉구씨에 대한 하향전보결정은 부패신고자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조치로 판단하고 원상회복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할 것을 의결

– 2003년 4월 : 송진섭 안산시장, 부패방지위원회의 원상회복명령을 거부, 부패방지위원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 송진섭 안산시장은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

– 2003년 5월 : 김봉구씨를 대리하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5,000만원 위자료청구소송 제기

– 2004년 5월 : 안산종합운동장 공사편의 명목으로 업자로부터 2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로 송진섭 안산시장 불구속기소(김봉구씨가 부방위에 신고한 사안)

– 2004년 8월 : 수원지방법원 항고심 재판부 부패방지위원회의 과태료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 송진섭 안산시장 과태료 납부

– 2004년 9월 : 김봉구씨 신분원상회복되어 안산시로 전보

– 2004년 9월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민사 4단독 조정현 판사) 피고는 원고에 1,000만원 배상하고 화해권고 결정/원고 및 피고 양측 이의신청

– 2004년 10월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민사 4단독 조정현 판사) 송진섭 안산시장 김봉구씨에게 1,500만원 배상 판결

– 2005년 7월 : 수원지방법원 2심 선고기일을 통보하였다가 선고기일 연기

– 2005년 10월, 12월 : 선고기일 연기 및 재판장의 구두 화해 종용

– 2006년 1월 : 수원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동하) 2심 선고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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