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지원센터 칼럼(ws) 2012-01-26   4712

당신의 양심을 지지합니다(4) 건축현장 짜고 치는 고스톱을 거부했다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당신의 양심을 지지합니다 (4) 유영호 전 군산 H 메트로타워 감리단장

 

  

참여연대는 양심에 따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당한 거래의 고리를 끊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양심선언자 및 공익제보자들에게 감사와 지지를 표하기 위해 2010년부터 우리 사회의 공익제보자들을 위한 ‘의인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작년 12월 ‘2011년 의인상’을 수상한 주인공은 유영호 전 군산 H메트로타워 감리단장이다.
그는 시공사가 무리한 공법 변경에 대해 안정성 검토와 적법절차 준수를 요구하다가 해고된 뒤로도 시민단체와 함께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 권익위의 공무원 징계 결정을 이끄는 등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애쓴 공익제보자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 기자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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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의인상 수상자 유영호 2011 의인상 수상식에서 유영호 전 H메트로타워 감리단장이 수상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건축수석감리사 유영호씨는 현장 경력만 30년인,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을 누비며 안전진단과 시공 감리로 살아온 전문 직업인이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하며 첫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힘차고 당당한 삶이 느껴졌다.
 
군산 H메트로타워는 지상 100m 이상의 높이의 33층짜리 2개동과 31층 2개동으로 구성된 전라북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아파트단지다. 군산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대공사였던 만큼 감리업체 입찰도 78개 업체가 응했을 만큼 치열했다. 그러한 경쟁을 뚫고 2009년 3월 30일 유영호씨가 다니던 회사는 감리업체로 선정되었다. 유영호씨는 감리단장으로서 직원 3~4명과 함께 2009년 4월 23일부터 감리업무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전북 제일의 대규모 공사 감리를 이끈다는 자부심도 잠시, 흔치 않는 난감한 상황과 부딪치게 된다. 감리단이 내려간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무렵이었다. 시공사가 예정에 없는 갑작스런 설계변경을 요청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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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메트로타워 조감도
 
“그 전에는 EXT파일 공법으로 설계되어 있던 기초 파일공사를 PHC파일을 쓰는 방식으로 설계변경을 하겠다는 겁니다.”
 
PHC 파일(기둥)공법은 최대 직경 40~50cm의 파일을 촘촘히 박아 땅속의 기둥으로 쓰는 방식이다. 가장 큰 50cm의 파일을 쓰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본당 100~120톤 정도다. 그런데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예상 하중은 150톤 이상이다. 이런 건물에는 PHC파일에 선단확장 보강판을 추가하는 방식인 EXT파일공법을 써야 함은 상식이다.
 
이 공사도 애초에 이 EXT공법을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감리자가 선정되고 공사가 진행되려는 찰나에 공사비 절감을 위해 시공사 측이 이런 기습 설계변경요청을 한 것이다.
 
“이런 초고층 빌딩은 기초공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실공사의 40% 정도는 이 기초공사 쪽에서 발생하거든요. 이런 중요한 설계변경을 감리단에 요청하면서도, 군산시에는 그것을 경미한 설계변경으로 둔갑시켜서 요청한 것이지요.”
 
설계변경에는 중요 설계변경과 경미 설계변경이 있다. 중요 설계변경의 경우 사업계획 변경승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취급되지만, 경미한 설계변경은 신고와 접수 절차만 거치므로 휠씬 그 절차가 간단하다. 시공사는 이미 군산시와는 암묵적으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고 감리단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 끼기를 거부한 대가는 해고
 
그런데 그는 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끼기를 거부했다. 시 당국과 면담을 요청했고 재하시험(직접 하중을 싣거나 재하하여 하중과 침하량,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시험)까지 이끌어 냈다. 3차례 테스트 결과는 모두 불합격이었다. 다시 한번 시공사의 꼼수가 발휘된다.
 
“나중에 보니 결론만 적합으로 된 맞춤형 보고서가 떡하니 나온겁니다. 안의 내용은 모두 불합격 사항인데 맨 뒷장의 결론만 ‘적합’인 거죠”
 
웬만한 사람들은 대충 이 정도 수준, 자기 책임을 면하는 수준에서 그만둔다. 그런데 그는 끝까지 감리 도장 찍기를 거부했다. 시공사는 난리가 났다. 회유하기를 서너 번, 그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 시공사는 채찍을 휘둘렀다.
 
“현장 감리사무실에 제 방이 있었는데, 보통 시공사가 감리회사에게 감리 잘 봐 달라면서 소파를 놔줍니다. 대략 40만원 하거든요. 그런데 이걸 트집을 잡고… 또 감리하면 근무시간 이외에는 시간외 수당이 나오는데 이걸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달별 얼마로 받기도 하는 데, 직원들과 논의해서 근무외 시간이 발생하면 정산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모략과 억지 누명을 씌워 수당 착복으로…”
 
“또 저한테 2009년 6월 25일 손해배상청구를 했습니다. 저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어서 손해배상하라는 건데 그게 공사비 700억(분양가 1200억)짜리 공사였으니까 하루 7천만 원씩 32일 계산해서 총 22억입니다.(웃음)”
 
이 소송은 1심에서 2010년 10월 21일 원고의 소 취하로 결국 그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것은 한참 후의 얘기다. 그는 결국 감리단장으로 파견된 지 2달여 만인 2009년 7월. 군산시가 시공사의 자질 부족을 이유로 한 교체 요청을 받아들여 결국 감리단장 직에서 교체되었다.
 
교체되면 1년간 자격정지가 따라온다. 또 그 기록이 감리협회나 기술자협회로 통보가 되어 자격정지가 풀린 후에도 다른 업무를 맡기 어렵게 된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그 뿐인가. 교체 후 시행사의 설계변경 요청은 받아들여져, 재하시험에서 불합격된 PHC방식의 기초공사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그의 문제제기는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사건을 겪으면서 내 개인이 당한 말도 안되는 불명예도 불명예였지만 잔뼈가 굵어온 건설현장에 다시 서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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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한 현장에서 감리하고 있는 유영호 감리사

 
그러나 그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재판에 임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결국 2010년 12월에 국민권익위는 시행사가 신청한 공사변경내용이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사업계획변경승인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아파트 공사와 관련하여 건설기술자 명의대여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등 주택관련 업무를 소홀히 수행했다며 군산시에 담당공무원 등 5명을 문책하라는 조치를 했다. 이 정도면 그의 주장이 국가기관에 의해 명백히 확인된 것이다. 그러면 사건은 이제 거의 해결된 셈인가.
 
“아닙니다. 공무원들은 문책되었지만 메트로타워는 작년 7월에 분양하고 10월에는 사용승인도 받아서 입주도 되고 있습니다. 한 절반 정도 입주한 것 같은데요. 분양할 때 분양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도 며칠 하고 했어요. 그거 보고 불안해서 분양신청 안한 사람들이 요새 언론에서 부실 얘기 나오니까 저한테 고맙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설마 어떻게 될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나도 그대롭니다. 작년 11월 25일에 군산시의회에서 최인정 의원님이라고 건축 관계 잘아시는 분이 이 건 관련해 군산시의 잘못으로 생긴 이 공익제보자를 어떻게 할거냐고 날카로운 시정질문을 해주셔서 시장님도 재조사하겠다고 약속하셨어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상세 내용은 다음을 참조 http://goo.gl/vT0vx)
 
의인상 수상 소감도 한번 더 물어보았다.
 
“다른 것보다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수상 이후에 언론사에서 전화도 와서 인터뷰도 몇 번 했습니다. 그만큼 알려지니까 주변에서 좀 더 인정해 주시드라구요.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근데 지역 언론에서는 몇 번 전화는 왔는데 보도는 안되는 거 같드라구요. 하기야 그 업체가 지역에서 워낙 큰 업체니까.(웃음)”
 
너는 결코 혼자 걷지 않을거야
 
‘You will never walk alone(너는 결코 혼자 걷지 않을거야)’이라는 노래가 있다. 비틀즈의 노래인데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FC의 공식 응원가로 더욱 유명하다. 그런데 그 가사를 음미할수록 어느 축구팀을 위한 노래보다는 이 유영호 의인을, 아니 세상의 모든 공익제보자들을 위한 노래말이다.
 
더는 그들이 고통스럽고 외로운 싸움을 홀로 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그리고 당신이 그들의 양심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할 때가 아닐까.
 
Walk on, walk on with hope in your heart
걸어라 걸어라 가슴속에 희망을 안고
And you’ll never walk alone,
그러면 너는 결코 혼자 걷지 않을거야
You’ll never walk alone.
너는 결코 혼자 걷지 않을거야

  

명광복 선임간사/ 행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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