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지원센터 칼럼(ws) 2013-06-07   3303

[기고] ‘공익제보자’ 브래들리 일병 구하기 : 양심은 국익에 우선한다

[기고] ‘공익제보자’ 브래들리 일병 구하기 : 양심은 국익에 우선한다

장용진 (연구교수,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왜 미 공익제보자 보호그룹들은 브래들리 일병을 지지하는가?


며칠 전의 일이다. Facebook 계정에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한 미국인 친구가 “Save Bradley Manning”이라는 웹을 공유했다. ‘브래들리가 누구지’ 하고 그 웹에 방문해서야 그가 바로 미군의 민간인 사살 동영상(일명 “Collateral Murder”)과 외교문서 등을 2010년 4월 위키리크스에 제보했던 군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인 2010년 5월 체포되어 3년 동안이나 재판을 받지 못하고 감옥에 억류되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재판이 이번 주인 6월 3일 드디어 시작되면서 미국이 뜨거워진 것이다.

뉴욕타임즈 등 유수 언론이 그의 재판 소식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으며, 반전평화 NGO들을 중심으로 6월 1일부터 6월 8일까지 미국 전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호주, 독일 등 전세계에서 브래들리 매닝 석방을 위한 국제적인 공동행동도 벌어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나눔문화, 인권연대, 참여연대 등이 지난 6월 3일 미 대사관 앞에서 석방 촉구 기자회견 등 시민행동을 전개하였다)

이채로운 점은 이 행렬에 공익제보 지원을 위한 여러 NGO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GAP(Goverment accountability project), NWC(national whistleblower center) 등 공익제보자호지원 단체들은 국가의 전쟁범죄에 대한 내부고발(whistleblowing)은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한 맨닝에 대한 석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평화 인권적 측면 도 그렇거니와, 정부정책의 불투명성,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천문학적 세금 낭비의 비참한 결과를 그가 공익적 목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당연히 시민들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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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대하는 미국 정부의 위선적 속살을 폭로한 브래들리

 

2007년 10월 미 육군에 입영하여 1년 가까이 군사기본훈련과 정보병훈련을 받은 브래들리는 2008년 8월부터 뉴욕주의 Fort Drum에서 정보분석병으로 본격적인 군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이라크로 배치된다. 

이라크에 배치된 브래들리는 매일매일 전쟁관련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고 백업하는 일을 했다. 전쟁관련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브래들리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분쟁의 현장에서 점점 사람들을 체포하고 죽이는데 집착해 가는 군인들이나 전쟁의 상황에서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시민들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면 미군의 역할이나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대중들에 대한 관심 높이고 토론의 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동안의 정보를 모아 그의 SD카드에 넣고 2010년 1월 휴가를 받아 워싱턴의 이모 집에 머물면서 그 정보들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에 알리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는 편집자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뉴욕타임즈는 자동응답기에 녹음을 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그 정보들을 위키리크스에 올리고 다시 부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정보에 대해 위키리크스는 공개하지 않았다. 비록 위키리크스가 그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브래들리는 양심이 회복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2010년 2월 중순 그는 다시 본 업무로 돌아와 정보분석병의 역할을 계속하던 중 동료들과 항공무기팀이 관련된 비디오(“Collateral Murder”)를 보게 된다. 그리고 비디오에 나온 이름 없는 봉고트럭이 마음에 걸려 혼자서 좀 더 자세하게 그 비디오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그는 그 비디오의 사건이 2007년 7월 12일에 발생했으며 죽은 로이터 통신의 두 기자들과 관련되었음을 찾았다. 또한 로이터 통신이 정보공개청구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의해 그 비디오의 공개를 요청한 것도 알게 되었다. 로이터 통신은 비디오를 통해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고 싶었고, 사고의 재발 방지와 전쟁지역에서의 기자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비디오의 공개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군당국은 이 비디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속적으로 정보공개청구법에 따라 이 비디오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이후 관련 기관(CNETCOM, Multi National Forces Iraq, MNF-I)으로부터 어떠한 공식적 대답이나 문서로 된 결정을 받지 못했다.


그 비디오에는 항공무기팀이 실수로 로이터 통신의 기자들을 잠재적 위협자로 인식하고, 단지 봉고트럭에 있던 부상당한 사람들을 도우려던 기자들을 무참히 죽이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이 비디오에서 브래들리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그 항공무기팀의 군인들이 그 잔인한 상황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람을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았고 서로 서로 더 많은 수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축하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또한 나중에 그 트럭에서는 부상당한 아이가 발견되었지만 군인들은 그 장소에 아이를 데려온 사람들을 탓했다.

 

브래들리는 대중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사람들이 무력화돼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전쟁의 어려운 상황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리쳐야 하는 사람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이 비디오를 자신의 개인용 노트북에 저장했고 2010년 2월 21일 비디오와 관련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보낸다. 그리고 위키리크스는 2010년 4월 5일 이 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했고 조회수가 1천 300만 건을 넘으며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다. 비디오가 발표된 직후 미 국방부는 그 비디오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진짜임을 시인했다.

 

 

내부고발의 후과 : 치외법권지대에 3년 간 갇히다


이후 브래들리는 바그다드 연방경찰에 억류되어 있는 15명에 대한 문건과 관타나모 감옥 억류자들에 대한 평가서를 위키리크스에 보냈다. 또한 국방부에서 만들어 내는 외교관련 문건들과 2007년 7월 12일 발생했던 항공무기팀의 기자 살상보다 더 심각한 사건들을 찾게 되고 이 또한 위키리크스에 보냈다.

 

하지만 2010년 5월 29일 브래들리는 그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했던 아드리안 라모(Adrian Lamo, 전 컴퓨터 해커)가 위의 사실들을 미국방부에 신고하면서 미군에 의해 체포된다.

 

이 후 브래들리는 버지니아주의 쿠안티코 감옥에 수감되고 최고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독방생활을 하게 된다. 그의 변호사는 미군법원이 3년 이상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브래들리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으며 때때로 담요 없이 나체로 잠을 자도록 강요되기도 했다고 말하며 버지니아 쿠안티코에 있는 해군기지에서의 그에 대한 처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3일 있었던 재판에서 군 검찰은 맨닝은 단지 악명(notoriety)을 원했고 그의 행동은 적군을 도왔으며 그의 동료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매닝의 변호사는 “젊고, 순진했지만 좋은 의도를 가진 Young, Naive But Good Intentioned” 내부고발이었고 그의 고발은 세계를 돕기 위함이었다고 변론했다.


2011년 노벨평화상 후보자가 되기도 했던 브래들리 맨닝 일병은 내부고발을 통해 진정한 국익과 공익은 무엇인지? 정부의 정보에 대한 기밀의 수준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앞으로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미군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에 대한 관심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 “United States. vs. Bradley Manning” 판결은 앞으로의 미국 군행정의 투명성과 정부의 책임성에 대한 기준을 정해 줄만큼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다.



침묵하지 않고 자기 양심에 충실했던 그를 우리가 구하자

 

브래들리 지지자 네트워크의 네이든 풀러(Nathan Fuller)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What would you do if you had evidence of war crimes? 

What would you do if ‘following orders’ meant participating in grave abuses that you opposed? Would you have the courage to risk everything – even your life – to do the right thing?

Most of us would keep our mouths shut. Not Pfc. Bradley Manning.

 

만약 당신이 전쟁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반대하는 심각한 권력 남용에 함께 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 심지어 당신의 삶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대부분이 이 질문에 침묵할 것이다. 하지만 브래들리 맨닝 일병은 그렇지 않았다.


침묵하지 않고 자기 양심에 충실했던 그를 우리가 구하자.  


*

브래들리 일병에 대한 청원 사이트: http://www.standwithbrad.org/

브래들리 일병에 대한 청원 한국 사이트(나눔문화) http://www.nanum.com/site/sign_manning

*글쓴이 소개
2008년 미 워싱턴DC의 American University에서 행정학박사학위를 받았고, 2009년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National Whistleblower Center (http://www.whistleblowers.org/) 에서 Public Interest Fellow로 10개월간 근무했다. (e-mail: yongjinchang@gmail.com)  현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실행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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