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지원센터 칼럼(ws) 2014-06-20   1854

[칼럼-세월호 참사 두 달, 이것만은 바꾸자] 공익제보자 제대로 보호해야 ‘공익사회’ 된다

 

아래 글은 2014년 6월 20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공익제보지원센터의 이상희 부소장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확실한 보호, 제보된 내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를 위해 공익신고자 신분의 비밀보장, 공익침해 행위의 확대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공익신고자의 제보만 있었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고쳐야 할 부분들을 짚어본 시리즈 칼럼 중 하나로, 참여연대 위원들이 릴레이로 기고를 했습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공익제보자 제대로 보호해야 ‘공익사회’ 된다

이상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군부재자 부정투표,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사학재단의 비리, 4대강 사업으로 포장된 대운하. 이 모든 사건들은 용기 있는 시민들의 제보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공익제보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난 6월16일 52명의 공익제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참사 대책에 공익제보 활성화 방안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공익제보자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정부대책의 문제를 성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부질없는 일인 줄 알지만 가능하다면 4월16일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고 싶은 마음이 우리 모두의 간절한 심정일 것이다. 4월16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가 언제라도 좋겠지만 공익제보자들은 특히 지난 1월을 선택할 것이다.

 

지난 1월20일 청해진해운의 중간관리자 출신의 한 사람이 청와대 신문고에 소속 여객선의 안전사고 위험성과 임금 체불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민원인은 임금 체불에 대한 답변만을 들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연간 150만건을 처리하는 국민신문고 시스템상 해당 민원에 대해 사전에 알 수는 없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공익제보자가 공익제보 여부를 결정할 때 고민하는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그것은 공익제보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지-특히 내부고발자의 경우 해고의 위협까지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아울러 자신의 제보가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정부기관에 접수된 공익제보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누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익제보를 하려고 하겠는가? ‘관피아’ ‘해피아’ ‘원자력 마피아’ 등 너무나 끈끈하게 맺어진 이해관계자들의 연결고리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데, 가장 확실한 공익제보자 보호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후속조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대책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제보된 내용이 왜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았는지, 지금 잠자고 있는 공익제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민원’으로 접수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공익제보의 성격이 명확하다면 해당 조사기관으로 하여금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게 하고 조사 과정과 결과를 제보자에게 알리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이미 예정된 사고였다는 전직 직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미 예정된 사고’라는 표현 안에 여러 가지 함의가 담겨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왜 전직 직원들이 청해진 해운의 문제를 신고하지 못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만약 세월호에서 일어난 화물과적 문제나 규격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던 화물고정장치, 해운조합의 부실한 선박 안전점검 문제를 누군가 신고를 하고 그에 따른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1999년 씨랜드 화재참사가 일어났을 때 운영업체의 부당한 수련원 설치와 운영허가 신청을 반려했다는 이유로 온갖 회유와 폭행을 당한 화성군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씨가 화제가 됐었다. 이씨는 1년간 허가를 둘러싸고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과 회유를 낱낱이 일기로 기록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없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건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제정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그 후 공공기관의 부패행위 신고자를 보호하는 ‘부패방지법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공익침해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도 제정됐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하면 신고를 접수한 기관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비밀로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경우 국민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고 보상금이나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밀보장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나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익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신고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180개 법률 위반행위를 신고한 경우만 신고자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공익제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형법상 배임이나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이 빠져 있어 문제가 크다. 예를 들어 매출금을 비자금으로 전용한 것이나 정원을 초과해 얻은 이익을 횡령한 것과 같은 범죄를 신고하더라도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신고자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작은 비리 행위일지라도 그것이 커다란 공익침해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적용되는 범위를 굳이 180개 법률위반 행위로 한정하지 말고, 신고 내용이 위에서 언급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모두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해 보호해야 마땅하다. 세상을 밝히는 공익제보자들의 용기와 양심의 ‘호루라기’ 소리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경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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