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보호 원칙 소홀히 한 부패방지위원회

참여연대, 제보사실 누설한 혐의로 부방위 직원 고발

“공직자와 공공기관의 부패행위에 대한 신고와 신고자의 철저한 보호”를 다짐하며 지난 1월 25일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강철규, 이하 부방위)가 초반부터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내부고발 처리의 제1원칙은 제보자의 신분과 제보내용의 철저한 보호에 있다. 아울러 대개의 경우 내부고발과 관련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심지어 제보접수사실 자체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제보자는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기관보다도 공익제보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할 부방위가 제보사실을 부패혐의자에게 누설한 것은 위원회의 존립기반은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이다.

참여연대가 신고한 국책사업과 관련한 예산낭비제보를 조사하던 부패방지위원회 직원 이 아무개(심사1관 감사관)씨는 부패혐의자 중 하나인 과학기술부에 전화연락을 통해 “과학기술부와 관련된 부패행위가 접수되었다”는 사실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공동대표 박상증, 이상희, 최영도)는 28일 제보사실을 누설함으로써 피고발인 측에 증거인멸의 기회부여와 함께 제보내용과 제보자를 암시한 혐의로 이 아무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부방위는 누설의 경위확인을 요청한 참여연대에 보낸 회신(5월 16일자)에서 “이 아무개씨와 과학기술부 직원과의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신고업무 처리방법을 규정한 법률규정(부패방지법 21조 1항 1호)에 근거”한 행위로 “심사확인 시 직접 문의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해당규정은 “공공기관에 대한 설명 또는 자료·서류 등의 제출요구 및 실태조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 최한수 간사는 “부패혐의자에 대한 조사권이 없다며 권한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부방위가 어떻게 혐의자에 대한 확인조사를 하는 모순된 입장을 밝힐 수 있느냐”며 부방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계속해서 그는 “부방위는 신고자에게 접수된 사건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친 후, 이를 수사기관이나 해당기관에 이첩할 것인 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며 따라서 “부방위가 부패혐의자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조사행위로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방위는 지난 3월 30일 현직검찰고위간부를 고발하면서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당사자의 반박에 대해 ‘위원회는 신고인과 신고인이 제출한 자료만을 토대로 신고내용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도록 별도 규정’하고 있다며 피신고인에 대한 소명기회 줄 권한과 의무가 없음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방위의 교육홍보과장은 “근거조항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며 “사건과 관련해 부방위 내에서 현재 세밀하게 확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확인 결과에 따라 부방위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김창준 변호사는 “이와 같은 사건은 내부제보의 특성상 제보자 보호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부패혐의자로 하여금 조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관련자는 엄중 처벌받아야 한다”며 “고발을 통해 위원회에 제보자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부패방지법 22조는 “위원회의 직원이 위원회의 업무처리 중 알게된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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