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밝힌 전직 공무원이 처벌당한 이유는?

 

아래 글은 2014년 5월 22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판결비평으로 실린 글입니다. 공익제보지원센터의 이상희 부소장은 국정원 불법대선개입을 폭로하여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중인 김상욱 씨에 대해 공익제보자 보호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김상욱 씨는 지난 2월 20일 1심 재판에서 ‘국정원의 허가 없이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공익신고에서의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판결이라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6월 26일, 위와 같은 이유로 김상욱 씨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1,264명의 시민들과 공동으로 김상욱 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밝힌 전직 공무원이 처벌당한 이유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2014. 2. 20. 선고 2013고합578 등 판결(공직선거법 위반 등)

재판장 : 김환수, 배석판사 : 양성욱, 김이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이상희 변호사

 

 

 

   이상희 /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변호사)

 

 

 

 

대선 직전,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여당은 여당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라면서 완강하게 부인하였다. 그러나, 국정원 전직 직원이 한 언론사에 국정원 심리전단반이 조직적으로 정치적 문제나 이념적 문제에 댓글을 단 사실과 인터넷 댓글 사건에 국정원장까지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 등을 제보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만약 그의 제보가 없었다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치공방에만 머물러 있거나 국정원 ‘일개’ 직원의 일탈행위로 종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 기소하고, 국장급 간부를 포함하여 인터넷 댓글에 관여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한 반면,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과 정치 관여행위를 밝힌 국정원 전직 직원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직원법(무허가 발표)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하였다. 불법적으로 대선과 정치관여 행위에 깊숙이 관여한 직원들에 대하여는 국정원장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국정원의 불법을 밝히기 위해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전직 직원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한 검찰의 어처구니없는 처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형사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며, 서울고등법원이 검찰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된 국정원 3차장과 심리전단장을 법원에 기소하라는 명령을 하여 이들에 대해서도 형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언론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있던 지난 2월 20일,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언론사에 제보한 국정원 전직 직원에 대한 재판의 1심 선고가 있었다. 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전직 직원이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정원직원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하였다. 

법원은 직원(현, 전직 포함)이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발간하거나 공표할 때는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국정원장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군사, 외교, 대북관계 등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를 거부하지 못하는데, 국정원장의 허가 없이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인터뷰했기 때문에 국정원직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내부고발자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 규정의 형식 논리에 빠진 판결이라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전직 직원이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내용은 법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직무와 관련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전직 직원에게 적용된 국정원직원법 규정의 취지가 ‘국정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의 무분별한 공표로 인한 국가적 혼란과 안보 위협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전직 직원이 언론에 인터뷰를 한 내용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을 통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정치관여 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이를 공개한다고 하여 국가적 혼란과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국정원의 불법행위야 말로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이를 은폐하는 행위가 헌법질서와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국정원 전체가 불법 대선개입과 정치관여 행위에 총체적으로 개입된 상황에서 국정원장의 허가가 전제된 공표가 과연 가능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직원법에서 국정원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으나, 사건발생 직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일관되게 부인해 온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이 인터뷰를 허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불가능한 요구에 해당하므로 부당하다.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점을 모두 무시하고 법 조항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여 유죄 판결을 하였다. 

 

 

셋째, 국가정보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정보기관이라는 성격 때문에 예산이나 조직구성을 비공개로 하고 있으며, 국정원직원법은 직원들에게 다른 국가기관의 직원보다 더 엄격한 비밀 준수 의무와 외부 공표 금지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점이 국정원의 비리가 외부에 드러나지 못하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 사건처럼 국정원의 전, 현직 직원이 국정원의 위법행위를 제보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조직의 부패를 예방 또는 적발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또는 공익제보자) 에 대한 보호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부패행위를 안 공직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부패 행위 신고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사건도 전직 직원의 제보로 국정원장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범죄 행위가 밝혀졌으므로 당연히 공익제보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심리가 되어야 하는데,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법 규정을 적용했던 것이다. 

 

 

국정원 인터넷 댓글 사건은 조직 전체가 총체적으로 불법행위에 관여한 사건으로 전, 현직 직원의 제보가 없었다고 한다면 그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제보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누가 조직의 부패와 불법을 외부에 드러내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일하겠는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패와 비리가 그대로 드러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공익제보자의 용기 있는 고발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판결들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두렵게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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