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청년은 안전한 일터가 필요합니다

2019년 8월 소리소문 없이 국회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삼성 보호법’이라 불릴 정도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빼앗는 법입니다. 21대 총선을 약 2달 앞둔 지금, 각 정당들에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촉구합니다.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청년들 2월 21일 시행되는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 촉구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외부에 그 정보를 공개할 수 없게 합니다. 이는 산업재해 처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작업환경보고서 등을 요구하는 것조차 제한하여 노동자의 산업재해 증명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된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에 대해서도 묻고 따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도 불가능하다면,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권과 알권리는 처참히 유린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청년들은 청년으로서 이 법이 날치기로 통과된 현실에 분노하며, 안전의 사각지대로 노동자를 내몬 국회에 책임을 묻습니다. 또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해당 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방관한 각 정당들에 책임있는 총선공약을 요구합니다. 제2, 제3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 반도체공장 산업재해 피해자 황유미씨가 나오지 않도록 청년의 자리에서 연대하고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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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1. 국회 앞.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에 참가하는 청년들, 2.21 시행되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찢어진 우산을 쓰고 쏟아지는 유해물질을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는 노동자를  재현하며, 안전망없이 위험지대에 내몰린 노동자를 형상화하는 퍼포먼스 진행 <사진=참여연대>

 


청년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알아야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안전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 자리에 오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발언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8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소리소문없이 통과됐습니다. 찬성 206표, 반대 0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증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인 작업환경보고서 요구를 제한하는 이 법은, 당장 다가오는 2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저희는 묻고 싶습니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과연 청년들의 미래와 희망은 어디에 있느냐고 말입니다.

 

200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사건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후 삼성 반도체공장의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은 삼성에게 직업병 발병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반올림의 오랜 노력을 좌절시켰습니다. ‘국가의 핵심기술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현 개정안의 요지는 그동안 삼성이 산재처리를 거부하며 법정에서 주장한 논거와 상당 부분 닮아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데 있어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관계가 더욱 고착화된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시행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권리를 제한합니다. 우선,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처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노동자가 될 청년들은 자신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것입니다. 또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산업기술정보를 제공된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는 결국 변호사, 연구자, 언론인 등의 직업적 사명을 해치는 일입니다. 예컨대, 변호사와 언론인이 피해자의 제보내용을 알리거나,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내용을 알리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가진 자들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동안, 아직도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압착되고,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2018년에는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무려 10만여 명에 이릅니다. 산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모자랄 현실에서 오히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실현을 가로막습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또래 청년들, 그리고 노동자가 될 우리들, 우리 모두는 노동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향후 살아갈 사회에서 기술은 빠른 속도로 다변화할 것이므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노동환경의 위험은 은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위험 상황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명시하듯, 우리는 모든 인간이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사회를 바랍니다.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원합니다. 피해를 입었을 때 개개인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사회를 요구합니다. 산재 피해자가 바로 설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는 그날까지 우리 청년들은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 

 

 

2020년 02월 11일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4기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시행을 반대하는 청년 일동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참여연대가 매해 겨울에 진행하는 청년 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20대 청년들은 6주 동안 강연, 탐방, 워크숍을 통해 시민운동을 공부하고 직접 캠페인까지 시행하게 됩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청년공익활동가학교의 청년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주제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시행에  반대하고,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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