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4371

[006] 청렴계약제와 청렴계약옴부즈만제 도입 운동 – 시민감시의 새로운 실험, 청렴계약제

서울시에서 발행한 청렴계약제 소개 리플렛

서울시는 2000년 참여연대가 제안한 청렴계약제를 전격 수용해 2001년부터 전면시행했다. 서울시에서 발행한 청렴계약제 소개 리플렛.

┃ 배경과 문제의식 ┃

1994년, 반부패국제기구인 TI(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한 제안을 받았다. 정부가 조달하는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관련 수주에서 25~30%정도의 뇌물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해결을 위한 자문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국제투명성기구는 몇 가지 제안을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청렴계약제’다. 국제투명성위원회는 계약참여 기업도 뇌물을 제공하고 싶지 않지만, 제공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업체에게 기회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뇌물 상납의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계약에서 뇌물을 주고받지 않을 것이며, 계약에 관련된 모든 금전 지급사항을 공개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향후 입찰 금지를 상호 동의하는 서약 시행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참여자 모두가 투명성 서약을 하고 이를 위반할 시 특별한 제재조치를 취해지는 곳을 ‘투명성의 섬(Islands of Integrity)’이라고 지칭하여 고무하였는데, 이는 부패방지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게 되었다. 이러한 청렴계약제는 부패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파나마, 아르헨티나(멘도자 주)에 적용되었고, 독일,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롬비아, 네팔 등으로 확산되면서 ‘청렴계약제(Integrity Pact)’로 발전되었고, 올림픽개최지 결정과 관련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제안되었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는 ‘청렴계약’이라는 국제적인 부패 사전방지 시스템의 흐름에 주목하고 2000년 6월 14일 당시 박원순 사무처장, 이태호 시민감시국장, 임미옥 간사 등이 서울시 정책회의에 참석해 고건 당시 서울시장에게 제안하였는데, 그 해 7월 10일 서울시와 함께 청렴계약제 공동 시행을 밝히기에 이른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와 서울시가 추진한 청렴계약제 시행은 우선 서울시 본청과 3개 본부(건설안전관리본부, 지하철건설본부, 상수도사업본부) 및 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 설계 및 감리 용역, 물품구매에 대하여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2001년 1월부터는 서울시의 모든 산하기관과 25개 구청 및 지방공사를 포함하여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 도입을 계기로 청렴계약제는 청와대(2003. 3), 조달청(2001. 3), 철도청(2001. 3) 같은 중앙행정기관, 광주동구청(2001. 8), 서울중구청(2001. 8) 등의 지방자치단체, 한전(2003. 4), 한국마사회와 같은 공기업, 알리안츠생명(2002. 10) 같은 일반 사기업에까지 확대되었다.

사업 추진은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시가 청렴계약을 총 10만 2328회 체결한 것이다. 이중 물품 구매가 7만 87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건설공사 1만 5416건, 기술 용역 825건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행정투명성에 대한 신뢰도 제고는 물론 서약서 상호 교환과 옴부즈만 감시로 공무원과 업체에게 부패에 대한 ‘심리적 억제 효과’를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2001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62.5%의 기업인이 청렴계약제 시행으로 뇌물이 줄었다는 긍정적 답변을 했다.

참여연대가 추진했던 청렴계약제의 특징 하나는 청렴계약 이행 여부를 시민대표인 옴부즈만이 감시 감독하게 한 것이다. 이른바 청렴계약 옴부즈만이다. 하태권(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정책사업단 단장,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 2008년 별세), 이강헌(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황호찬(세종대 경영회계학과 교수, 공인회계사), 기우봉(참여연대 자문위원, 시민로비단, 기술사, 2008년 별세), 김순태(서울시 시민감사관) 5인으로 최초 결성된 서울시 청렴계약 옴부즈만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건설 50억 원, 설계·감리 용역 10억 원, 물품조달 2억 원 이상의 계약 과정에 3단계 평가회를 9번, 41개 공사현장에 대한 47차례의 현장 방문 등으로 청렴계약 추진상황을 감시하였다.

그런데 3년간 옴부즈만에 접수된 공익제보나 옴부즈만이 적발한 부패행위는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청렴계약제가 계약을 위한 추가 ‘서류작업’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시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옴부즈만은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옴부즈만이 1인의 서울시 직원 보좌에만 기대어 비상근으로 주 1회 현장을 방문하거나 서류를 검토하는 식으로 활동한 점을 고려한다면, 행정기관의 제대로 된 지원정책이 옴부즈만 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자 11월 6일 면담하고 상근 옴부즈만의 필요성, 청렴계약제 홍보 강화, 서울시 청렴계약조례 제정 등 개선책을 제시하였으나, 원론적 답변을 듣는 이상의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 성과와 의미 ┃

이후 서울시와의 활동이 정체된 반면, 반부패 정책으로서의 청렴계약제는 전국으로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되었다. 특히 2012년 12월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5조의2와 5조의3 청렴계약제가 신설되어 청렴계약은 이제 국가기관 계약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2013년 8월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까지 개정되어(6조의2), 각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청렴계약은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청렴계약 ‘진행 감시’ 옴부즈만의 경우, 그 구성이 더디거나 아예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도 임의조항일 뿐 아니라, 명예감사관, 시민감사관 등의 명칭을 포함하는 옴부즈만제를 운영하는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도 타 관련 분야 업무와 함께 진행하는 복합적 민원수용기구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수는 청렴계약제에 비해 현격히 적다.

‘참여’는 ‘감시’와 비교할 수 없는 책임감과 이에 걸맞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이해가 상충될 때 이를 견제할 ‘제재 수단’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공동운영을 제안하는 순간부터 시민단체가 종종 행동수단으로 채택하는 위원회 탈퇴와 같은 전술은 공동 진행자로서 보여서는 안 될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한 옴부즈만 운영을 관(官) 쪽에만 맡기지 않으려면 시민단체 역시 그에 상응하는 지원 인력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분명한 목적과 활동 계획(예컨대 가장 많은 예산이 드는 사업만을 집중 감시한다든지, 내부 제보 유인에 집중한다든지)을 세워야 한다.

이 제도가 당국의 생색내기식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시민운동이 현재보다 더 많은 준비와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 청렴계약제 활동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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