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4049

[022] 의정부 법조비리사건 대응 – 무너진 법조윤리, 변호사징계정보자료실 구축으로 이어지다

1998.2. 의정부 지원 판사 수사 촉구 집회

1998년 2월 언론을 통해 의정부 지원 판사들의 수뢰의혹 사건이 폭로되자 참여연대는 18일 수사촉구 집회에 이어 24일에는 의정부 지원 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판사와 검사의 결정이나 판단은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되어 내용면에서도 정의로워야 할뿐만 아니라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도 정의로워야 한다. 그러나 결정내용 그 자체가 부당한 경우뿐만 아니라, 결정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 판결이나 수사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예나 지금이나 많다.

예를 들어 퇴직 판사나 검사가 어떤 사건의 변호인이 되어 현직 후배 판사나 검사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심, 평소 판사나 검사와 학연이나 지연, 또는 연수원 동기 관계 등을 통해 맺은 인연이 판결이나 수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수준을 넘어서 1990년대에는 아예 변호사들이 평소에 판사나 검사와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일들이 법조계 내부에서는 별 문제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져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었다. 더 나아가 판사나 검사가 사건관계인 또는 미래에 사건관계인이 될 수 있는 기업인이나 지역유지들과 부적절한 금품거래나 후원관계를 맺는 일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 대해 법조계 내부는 관행이라고 하거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법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종식시켜야 할 부패와 비리들이었다. 1998년 초에 드러난 의정부지원 소속 판사들 대다수가 관여된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은 더 이상 이러한 행위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고, 당시 한국사회의 주요 과제가 부패문제 해결이라고 보았던 참여연대도 사법개혁운동의 일환으로 법조비리 문제에 적극 대응하였다.

┃ 주요 활동 경과 ┃

1997년 말 의정부지청 검사들이 판사 출신인 이순호 변호사가 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싹쓸이 수임했던 비리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취재하던 동아일보 기자는 이 사건이 단순 수임비리사건에 그치지 않고 의정부지원 판사들이 이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법관 비리’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여연대와 한겨레도 동아일보 기자를 통해 그 내용을 파악하였다. 한겨레는 이 사건을 1998년 2월 16일자 신문에 대서특필했고, 참여연대는 ‘의정부지원 법관비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우선 법관들의 비리를 추적하고 있던 윤정석 의정부지청 부장검사와 노관규 검사에게 격려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대법원은 조사단을 꾸렸고 2월 21일에 “8명의 법관이 명절 떡값명목으로 4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참여연대가 전해들은 진실의 일부에 불과했다.

2월 23일 참여연대는 ‘이래서야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광고를 한겨레신문에 냈다. 광고에는 ‘정의의 마지막 보루 사법부의 뒷돈거래’, ‘시민에겐 쇠몽둥이 동업자에겐 솜방망이’, ‘법을 살릴 것인가? 체면을 살릴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광고를 낸 다음 날에는 의정부지원의 전·현직 판사들을 의정부지청에 고발했다. 대법원의 조사결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참여연대의 고발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3부는 3월 23일, 15명의 법관이 금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청탁은 없었고, 금품을 받은 법관들을 기소하지 않고 대법원 자체 징계요청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도 4월에 5명 정직, 7명 견책 또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참여연대로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경미한 징계처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참여연대는 항고와 비판논평 등을 이어갔는데, 서울지검은 10월에 가서 법관 6명을 기소유예처분하고 마쳤다.

다음 해인 1999년 1월에도 대전법조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대전의 부장검사 출신인 이종기 변호사가 법관과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와 향응을 제공하면서 사건을 수임한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수사대상인 대전지검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해서는 안 되고 대검이 직접 수사할 것을 여러 차례 촉구하고, 수사상황에 대한 비판적 논평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은 사건알선료를 받은 검찰 직원 몇 명을 구속하는데 그치고, 금품수수 판사와 검사에 대해서는 관행적인 떡값이었다며 사표수리나 내부 징계하는 선에서 끝냈다.

법조비리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은 2010년에 드러난 ‘부산지역 스폰서 검사비리’ 사건에서도 이어졌다. 이 사건은 대검 감찰부장, 부산지검장 등 부산지역에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검사들이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로부터 오랫동안 금품향응을 제공받고 사건처리를 도와준 사건이다. 참여연대는 2010년 4월, 검사 57명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에 제출하고, 대검 앞에서 수사촉구 1인 시위를 여러 날 전개했다. 더 나아가 시민 1942명을 모집하여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대검에 꾸려진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검사 등의 불법자금 및 향응수수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의 수사로 이어졌다.

법조비리의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전관예우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1996년에 발행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통해 전관예우 해결을 위해 퇴직 판·검사가 퇴직 후 자신이 근무했던 곳에서는 몇 년간은 개업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근무했던 곳에서 처리하는 사건은 퇴직 후 몇 년간은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을 제안하고, 관련 토론회도 여러 차례 열었다.

2007년 2월에는 대구고등법원장에서 물러난 지 3일 만에 대구고법에서 재판하는 사건을 수임한 김진기 전 대구고법원장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김진기 변호사에게 사건수임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였는데, 여론을 의식해서 김 변호사도 수임한 사건에서 손을 놓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법관 및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에 근무했던 법원의 사건을 퇴직 직후에 수임한 사건 사례를 조사한 보고서를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거쳐 발표했다. 김진기 전 고법원장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사건수임 제한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제도적 해결과 함께 법관들의 자성과 모범을 촉구하기도 했다. 2009년 2월에는 퇴임을 앞둔 고현철 대법관과 오세빈 서울고법원장, 박용수 부산고법원장에게 “퇴임 후 1년이라도 대법원 사건을 맡지 말아주세요”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법률소비자의 권익을 지키는 동시에 변호사들의 직업윤리를 제고하는 방안으로서 변호사징계정보의 공개와 확인시스템 마련에 관심을 기울였다. 2006년 7월, 참여연대는 “법률소비자가 변호사 징계정보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사실상 없어”라는 제목의 ‘변호사징계정보공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정기간행물에 징계사실을 싣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특정 변호사가 직업윤리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이런 방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홈페이지 등에 징계사실 전부를 모아서 게시해두거나 이름을 넣으면 검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 해 9월 국회에 제출한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도 시민이 변호사의 징계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지적했다.

참여연대의 이런 주장을 변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라이버시 침해, 이중처벌문제 등이 이유였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자체적으로 변호사징계정보 확인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변협의 정기간행물에 실리거나 징계사례집에 실린 징계내역을 일일이 수집하고 전산화화여, 2007년 9월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변호사징계정보찾기> 검색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알고 싶은 변호사 이름을 입력하면, 징계받은 사실여부와 징계처분 내용, 징계를 받은 사유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2014년까지도 계속 운영중이며 징계처분이 내려질 때마다 추가되고 있다.

┃ 성과와 의미 ┃

참여연대가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이 대충 넘어가지 않도록 검찰과 법원을 압박한 활동은 대법원이 자체 조사로 밝힌 것 이상으로 더 많은 판사들이 비리에 연루된 것을 밝혀내는데 발판이 되었다. 형사처벌까지 이르지 못했으나, 최소한 판사와 변호사간의 부적절한 금품제공 관행을 끊는 계기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여 년 노력한 결과, 퇴직 판·검사의 사건수임제한이 법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1년에 퇴직 판·검사 등 공직퇴임 변호사가 퇴직 후 1년 동안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변호사법 31조가 개정되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받게 된 것이다. 일거에 해결되지는 않지만 전관예우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될 성과를 거둔 것이다.

어떤 변호사가 직업윤리를 위반한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변호사징계정보찾기> 검색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직업윤리를 위반하면 사건수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변호사들에게 경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활동이다. 나아가 변호사징계정보 공개 확대 요구활동은, 변호사협회가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에만 실리던 변호사징계정보를 징계의 경중에 따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 동안 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하게 하는 2011년 변호사법과 변호사법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졌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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