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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 용산 재개발현장 참사 추모식

2009년 1월 용산 재개발현장에서 경찰과 용역의 무리한 진압으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참사 발생 현장을 찾은 참여연대.

 

 

┃ 배경과 문제의식 ┃

 

고대, 중세 사회에는 귀족들이 사병을 거느리고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용인되었다.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가 통치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은 자신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마음대로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 자력 구제는 현행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으며,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 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법치행정을 통해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간편.신속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세 시대처럼 사병인 경비업체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이른바 ‘용역 깡패’에 의한 폭력이다. 경비용역에 의한 폭력은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도시 미화’라는 명목 하에 시작되었다.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책 없이 쫓겨나게 된 주민들이 저항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경비업체가 동원된 것이다. 경비업체라고 하지만 공권력의 비호아래 사실상 조직폭력배들이 동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경비업법은 일찍이 1977년에 제정되었고, 2001년에는 사회적 비난 여론에 따라 법안이 전면 개정되기도 했지만 ‘경비업의 육성 및 발전과 그 체계적 관리’라는 법안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6년 즈음에도 경비용역에 의한 참담한 폭력이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로 회자되고 있었다. 오산 세교지구, 포일주공단지를 포함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물론이고 세종병원, 기륭전자, (주)눈높이 대교, 레이크사이드골프장, 대양금속 등 많은 노사분규 현장에서도 경비용역에 의한 폭력이 발생했다.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은 용역업체가 시설 경비 업무를 받거나, 일반 경비원을 채용해 경찰의 감독을 피하는 불법이 만연했다. 경찰의 단속이나 처벌이 허술한 가운데 폭력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를 포함한 11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역폭력 사례를 수집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고, 불법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비업법 개정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5월, 경비업법 개정안 홍보물

2013년 5월 용역폭력을 막을 수 있는 경비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배포한 홍보물.

 

 

┃ 주요 활동 경과 ┃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은 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추진력을 잃은 법 개정 운동은 2009년 전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용산 참사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참여연대는 주거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5대 입법 개혁안’을 입법청원하게 되었다. 철거 현장에서 용역 업체들의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 세입자 대책 수립과 공익적 도시 재개발의 내용을 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인권침해 없는 철거 행정을 위한 행정대집행법 개정안, 철저한 이주대책 수립을 위한 공익사업법 개정안, 임차인을 배려한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한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입법 개혁안의 내용이었다.

 

2006년 진정을 각하했던 국가인권위원회도 ‘강제철거 시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기본원칙’을 마련했다. 국제인권규범을 기반으로 마련된 기본원칙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은 퇴거절차 완료 이후에만 강제철거 가능 △퇴거를 당하는 이들에 대해 충분한 협상 기회와 적절한 보상제공 및 퇴거예정 시기에 대한 사전고지 △공무원(또는 대표자)의 입회 및 강제철거 상황에 대한 철저한 관리 △겨울철과 야간 등 부적절한 시기의 강제퇴거 금지 △강제철거 피해자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제조치 제공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기본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하고, 강제철거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정부 기관(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경찰청)에 권고했다.

 

그러나 ‘제2의 용산참사를 막자’는 사회적 논의에도 불구하고, 경비업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용산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에 대한 법정 공방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비용역의 폭력을 규제할 법 개정에는 힘이 실리지 못했다. 잠잠하던 경비업법 개정 논의는 2011년 유성기업과 한진중공업 등 노사분규 현장에서의 용역폭력 사태로 인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노사 분규 현장에서의 경비업무는 시설, 장비, 신변 등을 보호하기 위한 소극적 방어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쟁의 행위를 저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노사 관계에 개입하는 것으로 경비업법 상의 경비업무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사분규 현장에서 경비원이 업무 범위를 벗어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신고하지 않은 업체가 경비업무를 수행하거나, 24시간 전에 배치신고를 하지 않고,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장구류를 착용하는 등의 불법이 공공연하게 발생했다. 참여연대는 주거, 인권, 노동조합 등과 함께 토론회 개최와 국회의원 면담 등을 통해 법안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모으는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19대 국회 입성을 위한 선거가 다가오면서 법 개정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경비업법 개정을 종용하듯, 2012년 7월에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서 다시 용역폭력 문제가 발생했다. 18대 국회가 법 개정에 실패하고, 민생을 최우선에 두겠다며 19대 국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사회적 현안과 우호적인 국회가 만난 이 시기는 법 개정을 위한 절호의 찬스였다. 참여연대는 2012년 8월 인권, 주거 단체 및 노동조합과 논의하여 만든 경비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청원했다. 법안에는 경비용역을 배치하는 경우 48시간 전에 신고하고, 경찰이 결격사유 등을 검토한 후 배치를 허가하도록 하며,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경찰이 배치 폐지와 장구 회수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강화, 경비업법 위반에 대해 과태료 처벌이 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민주당 임수경, 진선미 의원이 입법 청원안을 받아 발의한 경비업법 개정안은 2013년 2월 상임위를 거쳐 5월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었다. 경비업체 자본금 규모나 사전허가제 도입 등 몇 가지 부분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큰 진통 없이 법안이 처리되었다.

 

경비업법이 통과되기까지 노사분규나 재개발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매우 늦었지만, 오랫동안 인권단체, 주거단체, 시민단체, 노동조합, 뜻있는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법 개정 운동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 성과와 의미 ┃

 

그동안 노사분규나 재개발 현장에 투입된 경비원들은 ‘경비’라는 방어적 업무를 넘어 과도한 집단 폭력을 행사해왔다. 그럼에도 기존 법안은 경비원을 배치할 경우 24시간 전에만 신고를 하면 되었기 때문에 대규모의 경비원이 불법 장비로 무장하고, 불법적으로 폭력전과자 등을 배치하는 것이 가능했다. 인권 침해와 과도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법안 개정을 통해 배치 신고제가 허가제로 변경됨에 따라, 경찰은 사전점검을 통해 폭력이 우려되는 배치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게 되었다.

 

사후적으로 불법 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비업체 배치 폐지를 명령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었다. 그동안 경찰은 폭력·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못 본 척 하거나,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배치폐지명령을 하지 않아 폭력이 장기간 방치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배치허가 신청을 하지 않고 경비인력을 배치하거나 배치허가 신청의 내용을 거짓으로 하는 등 사유가 있는 경우 관할 경찰관서장이 배치폐지명령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경찰이 배치허가, 배치폐지명령 등을 통해 사전적 점검과 사후 대응을 적절히 하지 않았을 경우 국회, 감사원, 검찰 등이 이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경비업 허가 기준도 자본금 1억 원 이상, 시설경비업무의 경우 20인 이상 경비원과 경비지도사 1인 확보, 허가 취소 시 5년간 경비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부실 경비업체가 난립하거나 불법폭력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영업을 계속해온 관행들도 보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법적 미비를 보완했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경찰이 계속해서 방조행정을 한다면 법안 통과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경비용역에 의한 폭력이 경찰의 묵인아래 진행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러 갈등의 현장에서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빈번하게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경비업체에 대한 정부 기관들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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