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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연세대학교의 적립금 운영 내역 정보공개 촉구

연세대학교의 적립금 운영 내역에 대해 연세대 학생들과 함께 2008년 9월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2007년 2월 한 학부모가 미대에 합격한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를 팔아서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하여 과거에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는데, 이제는 사람의 등골을 뽑는 ‘인골탑’이 된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등록금이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상황이 존재한다.

 

매년 물가인상률의 2~3배씩 인상된 대학등록금은 2000년대 후반, 일부 학과에서는 연 1000만 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등록금 1000만원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2배가 훌쩍 넘는 금액으로, 중산층도 자녀 1명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는 2~3달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야 했다. 여기에 더해 1990년까지만 해도 30% 수준이던 대학진학률은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에 80%를 웃돌았다. 1997년 IMF 이후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0%를 차지하고 청년실업이 늘어난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학진학이 필수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부 가정이 겪던 어려움이 자녀를 둔 대다수 가정의 문제로 일반화되었다.

 

등록금이 증가하더라도 가계소득이 같이 늘었다면 문제는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의 대학진학으로 가계가 부담해야 할 교육비(등록금, 사교육비)는 크게 늘었지만 IMF 이후 가계 살림은 어려워진 상태였다. 이제 등록금은 부모의 소득만으로 충당할 수 없었고, 학업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전선에 내몰렸다. 등록금 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도 다수였고, 등록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내몰린 부모와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대학교 등록금 문제를 개별 학교나 학생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2008년 2월 학생, 학부모, 전국 50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약칭 등록금넷)’를 결성하고, 등록금에 대한 법적·제도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008년 국·공립을 포함한 수도권 소재 4년제 69개 대학의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대학재정운영과 등록금 책정 타당성 관련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대학들의 등록금 책정 및 재정 운영 실태는 엉망이었다. 우선, 대학의 예·결산 내역을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7조에 따라 모든 고등교육기관은 학교의 예·결산을 공개해야 하며,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련 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 홈페이지에 예·결산서를 공개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만 공지하는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는 했으나 찾기 어렵게 해놓아 공개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재정 운영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일부 사립대학들은 접수를 거부하거나 처리를 지연시켰으며, 정보공개법에 따른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수도권 4년제 대학들의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들은 예산 부풀리기를 통해 애초 계획보다 과다하게 등록금을 적립하여 2006년 한 해 동안 총 6284억 원, 학교별로 평균 108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적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도권 대학들 적립금의 84%는 건축기금과 용도가 불명확한 기타 기금으로 적립되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하는 적립금 대부분이 연구나 장학금 용도가 아닌, 부동산 매입이나 학교건물 신축 및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펀드·주식에 투자했던 대학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손실을 입어 복지 및 장학금 기금으로 쓰여야 할 적립금에 비상이 걸렸다는 언론보도(펀드 투자한 대학들 괜찮을까? -대학신문)가 나왔다. 이에 사립대학 중 세 번째로 적립금이 많으며, 이 적립금을 기반으로 주식·채권·펀드에 투자해 왔던 연세대학교의 학생들은 2008년 ‘부자학교 펀드 감시단’을 만들어 학교 내 적립금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 11월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사립대학의 적립금 사용 내용과 등록금 인상근거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은 이 소송에 대해 적립금 자금운영 현황, 펀드 운용 현황, 등록금 인상 근거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연세대학교는 이에 항소를 했지만 2011년 1월 서울고등법원과 2013년 11월 대법원은 원심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2008년 등록금넷을 결성한 이후 불투명한 등록금 산정, 과도한 적립금 적립, 비민주적인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등 등록금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제기를 했다. 단순히 문제제기 하는 것을 넘어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고, 정부가 고등교육예산을 늘린다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안도 내 놓았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아 국내 최초로 등록금 문제를 분석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이 같은 활동에 힘입어 2010년 정부가 등록금을 빌려주고, 취업후 갚게 하는 ‘취업후학자금상환제’, 2011년에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년 등록금 평균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런 제도만으로 등록금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무엇보다 ‘반값등록금’을 공약하며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컸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에서는 오랫동안 치러지지 않았던 학생 총회가 성사되어 등록금 투쟁을 본격화하는 등 ‘미친 등록금’에 대한 분노가 높아져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2011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던 대학생들이 연행되었고,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반값등록금을 재추진 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이 발언으로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등록금인상률을 제한하는 낮은 수준의 정책에서 정부가 직접 등록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도입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2011년 9월 감사원은 대학 등록금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결과 대학들이 예산을 뻥튀기해 등록금을 올려 받고, 그 차액을 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있다는 등록금넷의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사립대는 등록금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대학교육연구소 교육통계)을 늘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자는 등록금넷의 주장도 탄력을 받았다. 결국 2012년부터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소득분위별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되었다.

 

등록금 지원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국가장학금제도의 도입은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대학들은 2012년 평균 2~3% 수준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데 그쳤다. 2011년 4월부터 시작한 반값등록금 1인 시위가 2012년 12월까지 400일 넘게 진행되었고, 2012년 총선과 대선 후보 대부분은 ‘반값등록금’을 공약했다. 국가장학금 예산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등록금넷이 요구한 반값등록금은 여전히 도입되지 않고 있다.

 

 

┃ 성과와 의미 ┃

 

그동안 대학들은 등록금 책정 및 인상 근거, 적립금의 적립 근거와 운용 현황을 설명하지 않거나 숨겨왔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학교 정보비공개 취소소송 승소는 등록금을 내는 ‘학생·학부모의 알권리’가 대학 측이 주장하는 ‘경영·영업상의 비밀’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이 소송은 민간 법인단체나 개인과 달리 사립대학은 국민의 세금과 학생들의 등록금, 사회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사립대학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비밀’이 될 수 없고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해당 소송의 승소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들은 여전히 ‘대학 자율’ 운운하며 대학이 등록금 책정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자율’은 정부 등 공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학문을 추구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등록금을 마음대로 책정할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사독재가 끝나고 노태우 정부 들어 시작된 ‘대학 자율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1989년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1995년 대학설립 기준 완화, 2003년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등 대학재단의 운영상 자율권만 보장하는 일련의 정책들은 대학의 난립과 막무가내식 운영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학생·학부모들은 연간 1000만 원의 초고액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지만, 사립대 재단은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은 ‘대학 자율’이 아니라 ‘대학 방치’가 낳은 결과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과 대학 운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연세대학교 소송은 대학이 ‘공공 교육기관’이라는 자신들의 역할을 망각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눈을 가린 채 이익을 쫓는 것의 부당함을 밝혔다. 또 반값등록금 운동은 고등교육이 ‘선택’의 영역이라고 해서 그 비용을 개인이 온전히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며, 정부가 대학의 공공적 운영을 감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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