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584

[043] 주택 임대차 보호를 위한 입법운동

2009년 11월 국회의사당 앞, 서민입법 촉구 1인시위

2009년 11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포함해 서민입법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주택보급률이 낮은 시기에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대신해 사적 임대차제도인 전세제도가 정착한 것이다. 정부의 꾸준한 주택보급으로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지만, 전체 가구의 약 43%는 여전히 전세나 월세 의 임대주택에서 살아가는 무주택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가구가 평균 4.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어 주택 소유가 양극화된 것이다. 무주택자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7%는 10년 이상 장기무주택자였다. 서민들이 장기간 자가 주택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을 보여주는 PIR지수(Price to Income Ratio)를 살펴봐도 우리나라 집값은 일반 근로자들의 구입 능력에 비해 과도하다. 보통 연소득의 3~5배 수준에서 집값이 형성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수도권 기준 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도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기 때문에 금융권 대출 없이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택 구입이 어려워도 임대차 제도가 안정화되어 있다면 서민들의 주거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됨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비용을 그나마 줄여주었던 전세제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임차가구 중 전세와 월세의 비중은 2000년대 초반까지 3:1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후반에는 1:1 수준으로 월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월세는 소득이 낮은 1~2분위의 비중이 60%로, 저소득층은 월소득 가운데 약 28%를 임대료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월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던 2000년대 초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운동을 시작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증하고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전환율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어 갑작스러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어려움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1년 시중 주택자금 대출금리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월차임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임차인의 갱신청구권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2001년 참여연대가 제안한 내용 일부가 반영되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 주요 활동 경과 ┃

정체되어 있던 참여연대 주거·부동산 운동은 2007년 민생희망본부의 발족과 함께 다시 시작되었다. 민생희망본부는 주거·교육·의료비에 따른 가계의 어려움이 극심하다는 판단아래 ‘3대 가계부담 줄이기 운동’을 추진했다. 2007년 9월 「전세값 가계부담 실태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본격적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운동을 시작했다. 보고서는 전세값이 2005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2007년까지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재계약을 할 경우 임대보증금이나 차임의 인상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어, 임대인이 과도한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2년의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면 전세금이 인상되고, 2년마다 이사를 가게 되면서 주거불안과 가계 부담이 심각했다.

민생희망본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 투명한 임대료 파악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차등록제 마련,
  • 적정한 임대료 산정으로 임차인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계약할 수 있도록 등록된 임대차의 내용 등을 기준으로 한 공정임대료제도 마련,
  •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계약보장기간을 최소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임대차갱신제도 마련,
  • 임대차갱신 시에도 임차료증액상한규정 적용,
  •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주택분쟁조정위원회설치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었다면 어땠을까? 이전과 달리 장기화된 전세대란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법은 늘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법은 약자들의 현실보다 뒤쳐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지연됐지만,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1989년 주택법 개정에 따라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건설하는 경우 정부가 산정한 분양가(건축비+택지비)의 상한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로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되자 폐지되었고, 분양가 자율화는 집 값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2007년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도입됐으나, 건설사와 부동산 투기 세력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폐지가 시도되었다.

토지와 주택은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특별히 높은 공적 관리가 요구되지만,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어왔다. 민생희망본부는 토지·주택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1가구 1주택 확립 캠페인과 공공택지에 대해 전면적인 공영개발과 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 준공공형 임대주택)의 공급확대를 주장했다. 2008년 9월에는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 실현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감시하기 위해 55개 주거·시민·환경단체들이 연합한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를 발족 1% 특권층만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저지 공동행동, 투기조장 부동산 정책 적극 반대, 분양가 원가 공개와 투명하고 적정한 건축비 책정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2009년 전세대란이 심각해지자 이명박 정부는 전세값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공급부족을 꼽으며,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주거운동 단체들은 전세대란의 원인이 강남의 동시다발적 재건축으로 인한 전세물량 부족이며, 재건축 규제가 많이 풀리자 집주인들의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가 전세값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전세값이 인상되더라도 공공임대주택이 OECD 국가들처럼 20% 이상 확보되었다면 사정은 조금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주택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9.4% 수준에 불과하며, 이명박 정부가 확대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은 상당수가 5~10년 뒤 민간 분양되는 주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2009년 8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임차인에게 최소 1회에 한해 전세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갱신 시에는 전세보증금 또는 월세 등의 임대료 인상률을 일정 범위 이내(5% 수준)로 제한하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세입자 단체 및 정당들과 함께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무주택자의 날 행사, 언론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2012년에 오마이뉴스와 함께 세입자 수기 공모전인 <나는 세입자다>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세입자들의 호응은 뜨거웠지만, 18대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민생을 1순위로 생각한다는 19대 국회에서는 조금 다를까? 건설사와 투기세력, 다주택자와 무주택 임차인들의 이해관계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는 계획에 따라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빚내서 집사라’는 기조 아래 부동산 대출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런 정책기조에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임대차 제도 개선과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포함한 주거 복지 정책의 도입을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성과와 의미 ┃

건설사나 투기세력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단합한다. 그러나 세입자, 청년주거약자, 쫓겨나는 재개발·재건축 지역 주민은 생업에 매달리느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주장하는데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참여연대는 주거 약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당사자 조직인 전국세입자협회 결성을 지원하고, 넝마공동체, 신정동 주민 등 어려움에 처한 당사자들과 연대했다. 세입자 수기 공모전 <나는 세입자다>은 잠재되어 있던 주거 문제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임대차제도 개선이나 공공임대주택 확보의 중요성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고, 주거 문제는 여러 선거에서 중요한 정책 의제로 채택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뉴타운·재개발 문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각 정당이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이슈로 떠올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여야 각 당들이 주거비 지원 대상 확대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야당의 경우 참여연대와 주거·복지 단체가 제안한 ‘주거복지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제도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007년 입법청원한 이후 3번째 국회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주택과 토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로 여길 것인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한 참여연대 활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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