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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5.9. 금융감독원 앞, 스톱카드 캠페인

‘스톱카드운동’을 선언한 2002년 5월 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영화 ‘스크림’의 가면분장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헀다.

 

 

┃ 배경과 문제의식 ┃

 

1990년대 후반부터 카드 사용이 꾸준히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신용카드사들의 과당경쟁과 신용카드 사용을 경기부양책으로 인식한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1999년 3만 8993매에서 2002년에는 약 1억 매로, 이용금액은 1999년 90조 7826억 원에서 2001년 443조 3674조 원으로 증가했다.

 

김대중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확대하였고, 신용카드가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규제 도입을 거부했다. 대표적으로 1999년 5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월 70만 원의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폐지한 것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1998년 32조 7000억 원이던 현금서비스가 2002년에 357조 원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1년 카드 규제를 건의했으나 재정경제부가 소비 진작을 이유로 거부했으며, 2002년 4월과 10월 카드사의 가두회원 모집 규제 시도 역시 영업 자유를 내세운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카드사들은 시장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 과정에서 길거리에서, 그리고 방문을 통해 카드 가입자를 모집했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와 실직자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했다. 심지어 대학가에서 현금을 즉석에서 주고 대학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사채금리에 버금갈 정도였다. 2002년 기준으로 신용카드 연체이율은 24% 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15~24%, 할부수수료는 12~17% 대였다. 신용카드사들의 평균 조달금리 5~7%의 3~5배를 수수료로 받는 고금리는 신용불량자와 과중채무를 양산하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2002년을 전후해서는 카드 빚 때문에 연쇄살인, 자살, 은행 가스총 강도살인 사건 등 흉흉한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 지면을 달궜다. 신용카드 신용불량 등재자는 2002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03년에 결국 ‘카드대란’이 일어났다. 2004년 4월 기준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186만 9000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의 61%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2년 참여연대의 스톱카드(Stop Card) 캠페인은 어감에서 풍기듯 ‘카드사용을 금지하자’는 운동이 아니라 합리적인 카드사용을 목표로 하는 운동이었다. 그 제도개혁 과제로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발급 규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축소, 연체채권 회수 과정의 불법·폭력 금지, 개인회생제도의 개선 등을 내걸었다. 이런 제도개혁 과제와 함께 스톱카드 캠페인은 그 자체로 무분별한 카드사용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시민의식 개혁운동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2002년 5월 9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강당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과중채무자 갱생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스톱카드(Stop Card)’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개선 8대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신용카드 발급기준과 발급형태 규제, 신용카드 수수료율 30% 인하, 불법채권추심행위 근절 및 채권추심행위 규제 강화, 신용불량등재 기준과 절차의 개선, 과중채무자·신용불량자에 대한 갱생대책의 수립, 신용카드 표준약관 개정 등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규모 신용카드 개선 시민행동의 개시도 선포되었다. 5월 9일 기자회견 당일 금융감독원 앞 집회를 시작으로 엘지카드사, 삼성카드사 앞에서 수수료 인하와 무분별한 카드 발급 중단을 요구하는 오프라인 집회가 열렸다. 온라인 사이트(www.stopcard.net)에서는 신용카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사이버서명운동을 벌였다. 유선으로 피해 사례를 접수받는 ‘소비자 핫라인’을 설치하고 불법 카드발급, 부당한 채권추심 등에 대한 각종 피해제보 접수를 받았다.

 

5월 16일에는 ‘카드 빚 위기의 원인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5월 말에는 언론과의 공동기획 기사가 시작됐다. <한겨레신문>은 「‘빚 권하는 사회’ 병 깊어간다」라는 주제로 5회에 걸친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기획기사는 신세를 망친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사례, 카드사 신용카드 발급과 심사의 문제점, 고금리 수수료 실태, 해외 신용카드 규제와 사용 실태, 정책 대안 소개로 구성됐다. 정부여당이 5월 23일 내놓은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오마이뉴스>와도 기획기사를 공동연재했다.

 

정부의 신용카드 종합대책(5/23)에 항의하는 5월 24일 금감원 앞 집회는 4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석했다. 참여연대는 정부 종합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금감원에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신용카드 발급 규제에서 소득증빙 기준을 도입했으나 소득기준을 여전히 신용카드사가 정하도록 한 점, 부모 동의를 전제로 미성년자에게 카드발급을 여전히 허용한 점, 가두모집과 방문모집 제한의 예외를 인정한 점, 현금서비스 비중 축소 시행일과 시행기준이 모호한 점, 수수료 인하 의지가 없는 점, 신용불량자와 과중채무자에 대한 갱생대책이 전무한 점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참여연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인 5월에 재정경제부에도 의견서를 보내 신용카드사의 영업구조에서 현금서비스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시한을 재경부의 시한인 2004년 1월이 아니라 2003년 1월 1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톱카드 캠페인은 2002년을 넘어 2003년에도 계속 되었다.

 

 

┃ 성과와 의미 ┃

 

2003년 3월 소위 ‘카드대란’의 발생으로 신용카드 문제는 경제 시스템의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신용카드사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긴급지원으로 정부로부터 간접금융 형태로 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이 카드사에 공급됐으나 채권시장의 경색은 지속됐다. 또 2003년 7월 기준 신용불량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0%인 300만 명을 넘어섰다.

 

참여연대 스톱카드 운동은 카드발급 및 카드사용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도입하고, 시민들에게 무분별한 카드사용의 폐해를 알리며, 과중채무자와 신용불량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운동이었다. 그렇지만 목적의식적으로 거시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도모하는 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 2002년 5월에 캠페인을 선포했지만, 이때는 이미 구조적 위기가 심화된 상태로, 시기적으로도 2003년 카드대란을 막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참여연대가 대안으로 제시한 정책들은 2003년 카드대란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카드대란의 원인 진단에서 제1순위로 꼽히는 것이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였는데, 참여연대와 서민금융 보호 단체들이 줄기차게 경고했던 바로 그 문제들이었다.

 

부분적인 성과도 있었다. 재정경제부는 2002년 7월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참여연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용카드 발급기준과 형태를 강화하는 대책을 담았다. 비록 그 적용 시점을 2003년 1월로 앞당기자는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지만 현서비스 비중 축소 및 가두·방문모집 제한을 2004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신용카드사가 고객의 신용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려면 해당 고객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카드 발급시 고객의 소득증빙서류를 카드사에 비치해 감독당국의 수시 확인을 받도록 했다.

 

스톱카드 운동은 운동의 방법에서도 입체적이었다. 카드사와 금융감독당국 앞 기자회견과 집회, 의견서 제출, 토론회, 언론 기획기사, 온라인 서명운동과 시민·피해자 제보 접수, 카드자르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을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스톱카드 운동은 신용카드 대란까지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신용카드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선제적으로 경고하고 위험과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해, 상당부분 받아들여지는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금융소비자, 금융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뛰어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캠페인과 더불어 참여연대는 중소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행동에도 적극 동참했고, 그 결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인하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러한 스톱카드 캠페인의 정신과 취지는 금융이용자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고, 금융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금융 소비자 보호와 감독기관에 대한 감시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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