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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소음 피해 공익소송 설명회 (1999.8)

1999년 8월에 김포공항 소음 피해 공익소송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가나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은 협조하고, 또 무조건 고통을 감내해오면서 살아오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항 주변에서 소음피해를 당해온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공항이 들어서고 난 후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째 소음에 노출되어 극심한 고통과 장애를 겪게 되었지만,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1999년 당시 참여연대에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전화나 방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공항 주변 주민들이 비행기 소음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해오는 일이 많았다. 참다못해 먼저 김포공항 주변의 주민들이 나섰고, 환경운동연합, 민변, 참여연대 등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면서 공항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1) 주민과의 대화 및 설명회 개최

 

이 문제를 일찌감치 제기하고 있던 김포 환경운동연합과 민변, 참여연대 등은 대책회의를 열고, 공항 주변의 심각한 소음 문제는 더 이상 주민들이 참고만 살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정부와 지자체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함과 동시에, 차근차근 공익소송을 준비해 나갔다.

 

먼저, 1999년 7월 참여연대 강당(구 안국동 참여연대 건물 2층)에서 김포공항 주변 주거지역의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한 공익소송 추진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이래 계속 악화되어 온 항공기 소음 피해에 대해 김포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생활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함이었다. 이전 1999년 3월부터 김포공항 인근 지역의 소음피해 현황과 소음방지대책사업 진척 상황 등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와 외국의 사례를 조사한 것에 이어, 김포 공항 주변의 서울 강서구·양천구, 부천시, 강화군, 김포읍 등 김포공항 인근의 소음피해 지역 주민들과 직접 간담회와 공익 소송 설명회를 연 것이다. 이날 참가한 주민들은 김포공항 인근의 일부 지역의 경우 소음측정치가 최고 95웨클(WECPNL, Weighted Equivalent Continuous Perceived Noise level, 가중 등가(加重等價) 감각 소음 레벨)에 이르며, 많은 주민들이 옆 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운 비정상적인 생활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정부 차원의 대책과 규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그간 주민들의 생활환경 침해를 배상받고 현행 항공법의 소음기준 등 소음에 대한 환경정책 전반을 개선하는 시범적 계기를 만들자며 집단적 공익소송을 결의하였다.

※ 가중 등가(加重等價) 감각 소음 레벨 : 항공기 소음의 지속 시간·기종(機種)·기수(機數)·시간대(時間帶) 등을 포함한 소음 평가량. 2005년 1월, 대법원은 “김포공항 주변 소음도가 85웨클(WECPNL) 이상인 주민들에게 피해보상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해외 사례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81년 오사카 공항에 대한 최고재판소 판결, 고마쓰기지에 대한 1992년 지방재판소 판결을 비롯하여 1995년 군용기지인 아쓰키 기지의 소음피해에 대한 판결 등 다수의 재판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환경운동연합, 민변 등과 함께 이후에도 직접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간담회나 공익소송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면서, 1·2차 집단적 공익소송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2) 1차 집단 공익소송 제기

 

2000년 1월 31일, 김포공항 소음피해 집단소송을 추진해 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변은 대한민국 정부와 김포공항관리공단을 상대로 변종태 씨 등 피해주민 48명에게 “1인당 각 5백 만 원씩 모두 2억 4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1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뒤늦게 주민 115명이 소송에 참가하여 2차소송을 제기하였다.

 

참여연대 등은 소장에서 정부와 공항관리공단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비행기 추락 등에 대한 만성적인 불안감과 집중력저하, 잦은 신경질 등 정신적 피해 ▲난청, 이명 증상과 만성피로, 어지럼증, 목·어깨 등의 통증과 무기력증, 깜짝 깜짝 놀라는 증상 등 신체적 이상 ▲소음으로 인한 수면방해와 만성적 불면증 ▲회화, 전화통화, TV 및 라디오 시청, 독서, 농사시 작업방해, 가옥손상 등 주민들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적시하였다.

 

또한 정부와 공항관리공단이 ‘공항 시설관리를 소홀히 한 점’과 ‘소음발상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공항관리공단이 ▲소음방지를 위해 충분한 배후지를 확보하여 주민의 피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시설을 하지 않음으로써 주민 피해를 묵인 방조하였으며 ▲적정숫자 이상의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여 소음발생을 방지하여야할 의무를 방임하고, 이착륙 증가에 비례하는 소음방지시설 추가 설치의무를 태만히 하여 설치상, 관리상의 하자를 발생시킨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하였다. 이 공익소송에는 당시 이상훈 변호사, 최영동 변호사, 김진 변호사 등이 담당하였고, 사법연수원생 이명헌 씨, 자원활동가 하원상·손성태씨가 힘을 보탰다.

 

주민들과 참여연대 등의 적극적인 노력은 2002년 5월 14일 공익소송 승소로 이어졌다. 공항의 소음피해로 고통을 받은 주민들이 정부와 공항관리공단을 상대로 한 피해배상요구가 사상 처음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서울지법 민사 14부(재판장 손윤하)는 소송을 제기한 주민 115명에 대해 위자료로 20여만 원에서 170여만 원까지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이유에 대해, 비행기 운항으로 발생하는 72데시벨(dB, 소리크기측정단위, 평균 생활소음은 약 40dB) 정도 이상의 소음은 이에 노출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수인한도)를 넘은 것이므로, 공항시설물의 설치 및 관리자인 피고인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3) 항공기 소음 피해 집단소송 백서 발간

 

전국의 공항 주변 주민들과 공항이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참여연대의 김포공항 소음피해 집단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이에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당시 본부장 : 김칠준 변호사)는 민변, 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피해 집단소송 백서』를 출간했다. 이 백서는 1999년 2월부터 2000년 1월 31일 서울지방법원에 김포공항 소음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까지 1년여 동안의 준비과정과 기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기획서와 회의자료, 정부·지자체의 소음관련 문서와 일본의 판례 등 각종 소송 참고자료, 환경분쟁조정위에 제출한 재정신청서와 소장 등 항공기 소음피해에 관한 최초의 집단소송을 준비하기까지 계획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500여 페이지의 백서로 담아낸 것이다. 이 백서가 발간되자 실제로 소음 피해 지역의 주민들, 시민단체, 소음·진동 문제 연구자·전문가 등 다양한 국민들로부터 백서를 보내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기도 했고, 이 백서에 의거해 다른 지역에서도 소음 피해 문제에 대한 공익소송이 줄을 잇기도 했다.

 

4) 2차 대규모 집단 공익소송 제기

 

2002년 7월 30일에는 김포공항이 신활주로를 건설함으로써 소음피해에 시달려온 인근지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주민 9600여 명을 대리하여 원고 1인당 각 200만 원씩 총 19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2005년 1월 28일, 드디어 대법원이 이 역사적인 공익소송에 대해 최종적으로 참여연대와 주민들의 승소를 확인하였다. 대법원이 “공익적 목적의 시설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은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컸다. 1차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이었다. 대법원 판결은 배상액이 낮게 책정되고 수인한도가 다소 높게 인정된 2003년 8월 22일 항소심 판결에 대한 참여연대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공익적 편의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주거권과 행복권과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일방적으로 제약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신장한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5) 2004년 폭설 속 고속도로 대란 위자료 청구소송 원고 일부 승소 판결

 

2004년 3월 초 대전 지방에 49cm의 폭설이 내렸다. 예상치 못한 폭설로 1만 9천여 명 이상이 경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에 길게는 30시간까지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고립된 채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 집계된 피해액만 6734억 원에 달했다. 관계 당국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천재’였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그러나 당시 시민들이 겪었던 피해는 관계 당국이 조금만 더 일찍 상황 판단을 했다면 충분히 예방하거나 경감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상청에서 폭설 예보를 한 상황이었는데도 제대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고속도로에 갇힌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참여연대는 폭우나 폭설로 인한 피해가 되풀이되는데도, 제대로 된 재난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정부, 고속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도로공사 측에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400여 명의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했고, 이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도로공사 측의 고속도로 설치 관리상의 책임을 인정해 1인당 30만 원에서 6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폭설 등 자연재해에 대한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집단소송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폭설 피해자들은 참여연대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집단소송법이 도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천 명의 원고들이 동일한 피해의 구제를 위해 같은 종류의 절차를 몇 번 씩 반복해야 했다. 다량의 피해자 구제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사건은 보여주었다.

 

 

┃ 성과와 의미 ┃

 

김포공항 소음 피해 집단소송은 항공기 소음 피해에 대한 최초의 공익소송이자, 1·2차에 걸쳐 대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한 기념비적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익소송은 아무리 중요한 공공시설이더라도,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남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공공적 편의시설이라 해도 그 곳에서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정부는 반드시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관련해서 주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상식이 확립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 공익소송 이후 소음피해 뿐만 아니라 진동, 먼지, 일조권 침해, 조망권 침해 등의 생활 속의 피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그러한 부분 역시 국민들의 기본권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시민단체들의 공익 활동, 공익소송에 대한 관심과 기대까지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국민의 기본권’이 통하지 않는 많은 금기와 성역이 있었지만, 참여연대는 국민의 기본권에는 금기와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소송을 제기하였고 결국 주민들과 함께 승리할 수 있었다.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과 뜻있는 법조인들의 노력, 그리고 참여연대와 민변,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일구어낸 결실이었다.

 

나아가 참여연대는 이러한 집단 소송을 통해, 현재의 소송절차가 다수 당사자가 피해자인 소송 사건의 경우 법원과 당사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게 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한 권리구제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피해를 본 모든 주민들이 일일이 소송에 참여해야만 피해를 배상받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권리를 제대로, 신속히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참여연대는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그리고 위자료 상향 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오고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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