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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2006.4.6.)

2006년 4월 6일 <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는 회사기회 편취 금지 및 이중대표소송제도 입법운동 시작을 선언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회사의 이사, 경영자 및 지배주주들은 회사에 대하여 ‘충성의무(duty of loyalty)’를 지고 있다. 이것은 자신들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회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이처럼 이사나 경영진, 지배주주가 회사의 현재 또는 장래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유망한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이를 자신이 대신 수행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회사기회의 편취’라고 한다. 이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재벌그룹의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가 재벌그룹 총수 일가에게 주식을 매우 싼 가격에 대량 매입할 수 있게 해서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게 하거나, 총수 일가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일반적인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주는 방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였다. 회사기회를 편취하는 방법으로 재벌총수 일가가 부를 쌓고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반복됨에 따라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상법 개정 등을 통해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 주요 활동 경과 ┃

 

회사기회 편취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05년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사례였다. 이 사례는 SK텔레콤과 직접적인 사업연관성이 있는 SKC&C가 수익을 창출하는 시점이 되자 SK그룹의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던 SKC&C의 지분을 최태원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에게 넘겨 그들이 막대한 이득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원래 SKC&C의 지분은 SK그룹의 핵심계열사인 SK(주)와 SK건설이 100%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만약 SKC&C의 지분을 두 계열사가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SK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 SKC&C가 급속히 성장해서 발생한 이득은 두 계열사에 쌓였을 것인데,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일가가 가로채간 것이다. 이미 참여연대는 2000년경부터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SK그룹 측에 계속 촉구하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SKC&C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 그 방법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SKC&C를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는 한편 SK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던 최태원 회장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버텼다.

 

SKC&C 사례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005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사기회편취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2005년 4~5월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의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을 설립하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 회사는 정몽구 회장과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 씨, 정의선 씨가 각각 40%, 40%, 20% 지분을 확보한 재벌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로 만들어졌다. 이노션은 설립 첫해에 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해상, KCC, 현대카드 등 ‘범현대가’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업계 순위 5~6위로 뛰어올랐다. 이노션을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가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로 설립했다면, 이노션이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성장함에 따라 생기는 과실은 계열사들이 고루 나누어 가졌을 것이지만, 지배주주 일가가 그 사업기회와 수익을 편취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2005년 초에 이노션 설립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현대자동차그룹에 수차례 보낸 공개질의서와 요구서를 통해 이노션을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개인회사로 만들지 말 것을 촉구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참여연대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해 12월에는 정몽구 회장과 장남 장의선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동차 물류회사인 글로비스 주식을 주식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또 한 번 회사기회 편취 논란이 불거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비스를 설립한 것은 2001년이었는데, 이 또한 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씨가 각각 40%와 60% 지분을 출자해 만들었다. 자동차 물류 사업은 현대차.기아차 등의 기존 사업과 밀접히 관련된 것이다. 자동차회사가 생산한 자동차의 운송과 물류는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거래이고, 그룹 계열사라고 하는 안정적인 매출처가 확보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2001년 글로비스 설립 당시 30억 원을 출자했던 정의선 사장은 2005년 3월까지 불과 4년의 기간 동안 배당금과 주식매각 대금으로 1447억여 원의 이득을 거두었다. 2005년 12월에 글로비스 주식을 주식거래소에 상장하자, 정의선 사장은 7148억 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정의선 사장이 취득한 이러한 이익은 만약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자회사. 즉 계열사들의 출자로 설립되었다면 고스란히 회사에 귀속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가로챈 전형적인 회사기회의 편취였다.

 

이렇게 회사기회 편취를 통해 재벌총수 일가가 부를 쌓고 그룹 지배권을 승계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글로비스 사례에 대해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기회 편취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제도를 개선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참여연대는 수개월의 조사과정을 거쳐 2006년 4월에 <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의 부제는 “회사기회의 편취금지 및 이중대표소송제도 입법운동을 시작하며”였다. 보고서의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참여연대가 문제제기한 바 있는 몇몇 사례뿐만 아니라 38개 재벌을 전반적으로 살펴본 결과를 발표하였다. 회사기회 편취 문제를 제대로 다룬 최초의 조사보고서였다.

 

회사기회 편취 문제는 4대 재벌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군소재벌에서도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비스 사례, SK그룹의 SKC&C 사례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광주신세계와 조선호텔베이커리 사례, 효성그룹의 효성건설 사례, STX그룹의 STX건설 사례, KCC그룹의 코리아오토글라스 사례, 하이트맥주그룹의 하이스코트 사례 등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회사기회 편취 사례들도 보여주었다.

 

또 재벌총수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재벌총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사례보다도 회사의 사업기회를 재벌총수 일가가 가져가서 이득을 챙기는 회사기회 편취 사례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만큼 상법이나 세법상의 미비점을 악용해 부의 증식과 그룹지배권 승계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여준 보고서였다.

 

참여연대는 상법 등 법률을 개정하여 회사기회를 편취하는 사례를 제도적으로 막을 것도 요구했다. 특히 사회여론을 의식해 회사기회 편취 금지를 위해 상법개정안을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발표하였는데, 참여연대는 정부안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의견서도 수차례 발표하였다. 유명무실한 제도개선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한 입법운동을 벌인 것이다.

 

구체적인 회사기회의 편취 사례 두 가지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고발한 사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사례와 신세계그룹의 광주신세계 사례였는데, 아쉽게도 검찰이 참여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 성과와 의미 ┃

 

회사기회 편취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한 참여연대의 활동은 2006년 이후 정부가 회사기회 편취 금지와 관련한 상법 개정안을 발표하도록 했다. 물론 정부안은 매번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2006년 이전에는 회사기회 편취 문제가 상법개정사항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재벌개혁의 주요 과제로 인정받은 것이다.

 

마침내 2011년에 상법에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조항(제397조의2)이 신설되었고, ‘이사 등과 회사간의 거래’를 규제하는 조항(398조)도 강화되었다. 2013년에는 공정거래법에도 회사기회 편취를 제한하기 위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조항(제23조의2)이 신설되었다.

 

공정거래법에 신설된 조항의 경우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시행령 때문에 빛이 바랬고, 상법 조항도 좀 더 보완할 것이 있지만,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회사기회 편취의 개념과 규제조항이 반영된 것은, 참여연대 활동의 소중한 결실이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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