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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법 제정에 즈음한 기자간담회 (2003.12.)

2003년 12월 22일 증권집단소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한편, 제정된 증권집단소송법의 개선점 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증권집단소송제는 주가조작, 분식회계, 허위공시, 내부자거래와 같은 증권(주식)과 관련한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했을 때, 피해자 각자가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거나 개인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했지만, 증권집단소송법이 도입되면 직접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동일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피해자 중 한 명이 소송하여 승소한 혜택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해당 기업의 다른 모든 피해자에게도 돌아가게 하는 제도다. 수십 만 명의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소송에 참여해야만 하는 소송제도로 인해 극히 일부만이 소송을 내거나, 아예 소송자체가 제기되지 않는 현실에서, 증권집단소송제도는 비용 면에서나 효과 면에서 대다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법적 권리 구제 수단이다. 또한, 투자자 전원의 손실을 배상해 주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느끼게 함으로써 기업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2001년 9월 이후 경제개혁센터로 명칭 변경)는 IMF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대주주의 횡포로부터 기업을 지켜내고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견제수단 확보를 위해 소수주주권 강화를 요구하는 제도개선운동을 벌였다. 특히, 각종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데도 구제수단이 없는 낙후한 증권시장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운동을 적극 전개하였다.

 

 

┃ 주요 활동 경과 ┃

 

증권집단소송제도는 1998년 11월 정한용 의원 등의 발의로 국회에 입법 제안되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되었지만,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1년이 지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심의되지 않고 휴면 상태로 15대 국회 임기 종료에 따라 자동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당시 법사위 소속 15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참여연대가 진행한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한 의견조사에서는, 5명만이 소신껏 찬성하였고 나머지는 응답을 거부하였다. 재계의 눈치만 보며 입법기관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참여연대는 1999년 12월 정기국회 막바지에 증권집단소송 도입을 촉구하는 경제·경영 분야 교수와 변호사 443명의 서명을 받아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국회를 압박하였지만, 결국 법안은 회기 종료로 폐기되었다.

 

증권집단소송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물

증권집단소송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의도 증권가 객장에도 관련 홍보물을 비치했다.

 

16대 국회가 개원한 후, 정부는 다시 한 번 증권집단소송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는 더욱 적극적으로 입법운동을 추진하기로 하고, 2000년 10월 16일 증권집단소송법안을 입법청원하였으며, 이후 34명의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여 동일한 내용의 의원발의안을 내도록 하였다. 일반 국민의 청원안보다 의원발의안은 국회에서 더 비중있게 논의하기 때문이었다.

 

참여연대는 입법운동으로써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사이버캠페인(www.cleanstock .or.kr)’을 집중 전개하였는데, 2000년 10월 말부터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한 달 만에 1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경제.경영.법학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1073명도 서명에 참여하였다. 또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장하성 교수의 편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재벌개혁 릴레이 편지 보내기 캠페인’을 1주일간 전개하여 서명운동을 확산시켜나갔고, 재정경제부 게시판에 ‘경제개혁 게시판 물결 캠페인’을 벌여 이 기간 동안 재정경제부 게시판은 [경제개혁]이라는 말머리를 단 글로 뒤덮이게 됐다. 또한, 한 날 한 시에 일제히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청와대 게시판에서 온라인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기업과 경제 현실에 가장 민감하고 정확한 눈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펀드매니저(국내 87명, 외국 66명)를 대상으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벌였는데, 국내펀드매니저 77%, 국외펀드매니저 97%가 증권집단소송제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압도적 지지의견을 밝혔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참여연대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주식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당시 재계 일부의 주장이 얼마나 시장의 현실과 배치되는지, 결국엔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세우는 허구적인 주장일 뿐 아니냐며 비판하였다. 12월 말에는 법안을 의원발의한 국회의원들과 공동 기자회견도 하였다.

 

그러나 애초 공언과 달리 정부의 입법안 마련 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도입 시기도 2001년에서 2002년으로 바꾼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참여연대는 2001년 상반기 내내, 참여연대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청원안과 의원발의안의 심의를 촉구하고 동시에 유보적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결국 정부는 2001년 12월 27일, 정기국회가 끝날 시점에서야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애초 2000년 정기국회에 법안을 내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는데 만일 입법운동과 정부에 대한 압박활동이 없었다면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정부안은 국회에 제출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안을 상정하도록 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기울여야 했다. 정부의 의지가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한나라당)이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었고, 재계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거대 이익단체의 반대로 참여연대는 이들의 반대 논리에 대해서도 맞대응하는 집요한 입법운동을 전개해야 했다. 아울러 대중적 지지를 위해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제정을 촉구하는 신문광고를 내고, 홍보물을 만들어 여의도 증권사 객장에 비치하였으며, 팍스넷, 씽크풀, 개미군단클럽, 슈어넷, Vip스탁컴 등 5개 증권정보제공 전문 사이트 운영업체와 입법촉구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각 정당의 경선준비와 대선 준비에만 매몰되는 바람에 국회에서의 입법논의는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2002년 대선운동기간 중 경제정책 분야에서 증권집단소송 도입 여부가 하나의 정책의제로 다루어졌다. 당시 참여연대는 경향신문과 함께 대선후보 정책검증 활동을 하였는데 후보자에게 보내는 질의서와 후보자 측의 경제분야 보좌진 초청 좌담회 등에서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중요한 의제로 다루었다. 그리고 제도 도입에 찬성입장을 가졌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입법운동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증권집단소송제 남소우려를 주장하며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재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정책의견서를 만들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방청하며 모니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재벌개혁과 시장개혁에 반대하는 재벌 편향적 집단이라고 비판하며 국회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에 이은 줄기찬 캠페인의 결과로 2003년 12월 마침내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되었다. 새 정부의 출범 초기처럼 정책추진력이 강력하게 발휘될 수 있는 시점을 활용하지 못했다면 2003년 말 정기국회에서 증권집단소송법은 제정될 수 없었을 것이다.

 

 

┃ 성과와 의미 ┃

 

수년간의 입법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반대그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계속 살아있는 이슈’로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거나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지 못하도록 계속 모니터하고 비판하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한,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여전히 유효한 담론이었던 ‘재벌개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은 IMF 구제금융사태를 맞게 된 주요 원인이었던 재벌에 대한 경제개혁정책의 일환이었다. 단순히 ‘시장개혁’, ‘증권시장 투명화’를 넘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재벌개혁’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제도 도입의 성패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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