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2067

[029] 재벌 총수일가를 대상으로 한 주주대표소송 승소

1998.1. 삼성전자 주주를 찾는 거리캠페인

두번째 주주대표소송을 위해 삼성전자 주주를 찾는 거리캠페인이 1998년 1월 엄동설한에도 계속됐다.

┃ 배경과 문제의식 ┃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부실계열사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재벌개혁이 추진되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계열사간 채무보증 금지, 부채비율 200%, 사외이사제 도입 등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정기 조사를 통해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부실계열사 지원 행위를 적발했다. 1998년 7월 29일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재벌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정기 조사는 2002년까지 계속됐다. 참여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를 분석하여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부실계열사 지원으로 외환위기를 유발한 재벌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자 한 것이다. 부당내부거래로 적발되면 회사가 과징금을 물지만, 거래를 지시한 총수일가와 경영진은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 처분을 넘어 불법을 저지른 개인들에게도 실질적인 책임을 물어 불법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했다.

1998년 참여연대는 제일은행에 이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두번째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1997년 12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이 계열 언론사인 중앙일보에 대해 광고료를 비싸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한 사실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삼성전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1998년 7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삼성전자가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1997년부터 참여연대는 변칙증여를 목적으로 삼성전자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왔고, 1998년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을 규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삼성전자는 발행주식 수도 많고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소송에 필요한 지분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제일은행의 경우 한보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가 컸고, 주식을 많이 보유한 주주 1분이 참여하여 단기간에 0.5%의 지분을 모을 수 있었지만, 주식 가격이 비싸 많이 보유하기 어려운 삼성전자의 지분을 0.5%나 모으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신문광고와 거리 캠페인을 통해 주주들을 모으고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동참을 호소했다. 다행히 1998년 5월 25일 증권거래법이 개정되어 주주대표소송에 필요한 지분이 0.5%에서 0.01%로 대폭 줄었고, 소송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98년 9월 16일까지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주주 22명으로부터 15,373주를 모았다. 이는 삼성전자 발행주식 총수의 0.01%가 약간 넘는 지분이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회사측에 소송을 제기할 것을 먼저 청구해야 한다. 불법을 저지른 이사들에게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를 배상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회사가 이를 포기할 경우 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해서 하는 소송이 바로 주주대표소송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측에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한 다음 30일이 지나도 회사가 소송을 내지 않으면 법원에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다. 이같은 절차에 따라 참여연대는 9월 16일 삼성전자 감사에게 불법경영에 관여한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10월 16일 삼성전자 감사 3인은 “제소청구의 이유로 삼은 사유들은 궁극적으로 경영진이 선택한 불가피하거나 정당한 사안이었다고 판단되고 달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그 어떠한 상법상의 법령위배나 임무해태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1998년 10월 20일 이건희 회장 등 삼성전자 이사 11명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사들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 75억원, 중앙일보와의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손해 3억7천만원, 삼성물산 및 삼성중공업과의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손해 48억원, 이천전기에 대한 출자와 지급보증 1,904억원, 삼성종합화학 유가증권 저가매각 등으로 인한 손해 1,480억원 등 총 3,511억원이었다.

2001년 12월 27일 수원지방법원 민사7부는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75억원 전액, 부실기업인 이천전기 인수한 것에 대해 276억원, 삼성종합화학 유가증권 저가매각에 대해 626억원 등 총 977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중앙일보를 부당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이 건이 이사회에서 결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청구금액의 3분의 1만 인정되었지만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피고들이 977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회사에 물어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모든 일간지들이 이 사건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손해배상 금액이 다시 190억 원으로 줄었다. 2003년 11월 20일 서울 고등법원은 이건희 회장에게 70억원, 다른 전현직 이사 5명에게 12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결에서도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회사자금을 이용하여 뇌물을 제공한 사실과 삼성종합화학 주식을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사실은 경영인으로서 주의와 충실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소송을 제기한 지 7년만에 최종 판결이 나왔다. 2005년 10월 28일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과 이사들에게 19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서울고등법원의 원심을 확정하였다.

참여연대는 이어 ㈜LG 주주대표소송과 ㈜대상 주주대표소송에서도 승소했다. 2006년 8월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2부는 LG그룹 구본무 회장 등 구 LG화학(이후 ㈜LG) 전·현직 이사 8명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에서 피고들에게 4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구 LG화학이 1999년 LG그룹 총수일가에게 LG석유화학 지분 70%를 저가에 매각하는 동시에 총수일가가 보유한 LG칼텍스정유와 LG유통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여 부당지원한 사실이 밝혀졌고, 참여연대는 당시 LG석유화학 주식을 적정가격보다 3천원 이상 싸게 매각한 것으로 보고 2003년 1월 27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여 주당 3,000원씩 총 823억원을 배상할 것을 청구했다. 선고 직후 피고들은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고 항소를 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참여연대는 또 2005년 8월 3일, 검찰 수사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난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회사에 끼친 손해 135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2006년 9월 1일 법원은 청구금액중 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고측은 참여연대가 소송을 제기한 후 2005년 11월 회사에 126억원을 반환하고, 1심 판결에 따른 배상액 4억원과 추가로 20억원을 회사에 지급했다. 피고측이 항소를 포기하고 150억원을 회사에 배상함에 따라 소송은 1심에서 종결되었다.

┃ 성과와 의미 ┃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재벌개혁이 2000년을 경과하면서 후퇴했다. 구조조정은 흐지부지되었고, 재벌규제 정책도 완화되었다. 2001년 12월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 판결은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산분리 등 재벌규제 정책들이 대폭 후퇴하는 상황에서 내려졌다. 재벌들의 반발에 밀려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일반 시민인 소액주주들과 시민단체가 나서 재벌의 부당한 관행을 문제삼고 총수일가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사법부 역시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와 선단식 경영행태에 대해 법의 잣대로 엄정한 심판을 내렸다. 법원은 비자금 조성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 계열사간 부당거래 등 명백한 불법 행위는 경영상의 판단으로 존중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경영진이 회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최종 확인해줌으로써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에 대한 전액배상 판결은 불법정치자금 제공이 비록 관행이었고 설사 그로 인해 기업이 이익을 얻었다 할지라도, 형법상 불법 행위는 경영판단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또한 비상장주식인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 매각에 대해서도, 비상장주식의 적정가치 산정을 위한 이사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재벌그룹의 비상장 주식을 이용한 편법 상속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승소하자 방송과 신문들은 일제히 이를 톱기사로 보도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재벌기업의 이사회 운영에 경종을 울리고 대주주와 이사들의 책임성을 높여 이사회 기능을 실질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를 중심으로 한 재계와 자유기업원 등은 판결의 의미를 왜곡하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주장하며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소액주주들의 권한 남용으로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소액주주운동은 결국 기업을 망하게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이후 현재까지 주주대표소송은 꾸준히 제기되어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하는 실효성 있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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