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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변칙적인 경영세습을 따져 묻기 위해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를 모으는 거리 캠페인

삼성의 변칙적인 경영세습을 따져 묻기 위해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를 모으는 거리 캠페인을 수차례 진행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1997년 3월 24일 삼성전자가 600억 원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여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가 450억원, 삼성물산이 150억 원 어치를 인수하였다. 전환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사모는 공모와 달리 특정인에게 채권을 매각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1995년 말부터 진행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재용 씨는 19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 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 원을 내고 나머지 돈으로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 회사들이 상장됨에 따라 이재용 씨는 5백억 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었고 이 돈으로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매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주식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씨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저가로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변칙증여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먼저 1997년 6월 24일 삼성전자와 이재용 씨, 삼성물산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전환사채발행무효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는 자금 조달이 아닌 경영권 승계가 목적이며, 시가보다 싸게 발행하여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1997년 12월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상반된 두 개의 판결이 내려졌다. 본안소송인 발행무효소송사건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민사10부는 삼성전자 전환사채가 자금조달이 아닌 경영승계 목적으로 발행되었다고 볼 수 없고 부당하게 저가로 발행된 것도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대로 가처분 사건을 맡은 민사30부는 “제3자 또는 특정주주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함에 있어서는 이를 정당화할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재용에 대한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은 자금조달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오로지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어서 무효”라며 참여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참여연대는 전환사채발행무효소송 1심 판결에 항소하는 한편, 1998년 3월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이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전환사채발행 무효화, 계열사 부당지원 중지,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정관개정 등 소액주주의 요구사항을 회사측에 미리 전달하고, 주주제안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정관개정안을 제출했다. 3월 27일 주주총회가 열렸고, 참여연대는 전환사채 발행의 부당성과 계열사 부당 지원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오전 9시에 개회한 주주총회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은 참여연대 주주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하고 쩔쩔 맸다. 참여연대가 제보로 입수한 삼성자동차 위장 출자 문제를 질의하자 의장을 맡았던 대표이사가 “잘 모르겠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정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표이사도 모르는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참여연대 주주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참여연대는 이 날 감사 후보로 나온 이종화 후보의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재직 시절 수뢰 혐의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다음 날 일간지들은 “13시간 주주총회”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대서특필했다. 역사상 최장 시간에 걸친 주주총회였다.

 

전환사채발행무효소송을 진행하면서 참여연대는 전환사채가 이사회에서 적법 절차를 거쳐 발행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의사록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이사회의사록에 참석하여 날인까지 한 일부 이사들이 실제로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이사들의 출입국기록을 확인한 결과 당시 해외에 체류중인 이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 참석한 이사들은 과반수가 되지 않아 사실상 이사회 결의는 없는 것 이었고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전환사채 발행은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2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는 전환사채발행무효소송 항소심에서 또다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전환사채가 발행절차상 이사회 결의가 없었던 점이 인정되고, 전환가격면에서도 염가발행이며, 발행목적의 점에서도 지배권 강화 및 재산의 사전 상속과 증여를 의도한 것이지 삼성전자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미 발행된 상태이므로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무효라고 하기는 곤란하다고 하였다. 불법적으로 발행된 것이라도 이미 발행되었다면 어쩔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였다. 참여연대는 법원 앞에서 침묵시위로 판결에 항의했다. 자신도 판사라고 밝힌 어떤 사람은 판결이 부끄럽다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참여연대는 이 판결의 정당성을 법조인들에게 묻기로 했다. 전국의 판사와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그리고 미래의 법조인 사법연수원생 등 1만 명 각자에게 판결문과 참여연대 의견서를 복사하여 모두 우편으로 보냈다. 판결문과 의견서를 봉투에 넣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는데, 판결에 분노한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어 하루 만에 끝났다.

 

전환사채발행무효소송은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에 2004년 6월 25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이사회 결의 부존재와 관련하여 원고가 그러한 불법사실을 소송제기 시한인 6개월 이내에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설사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거나 발행가격이 부당하다는 등의 무효사유가 있다 할지라도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는 목적이 더 중요한 경우에는 이미 발행된 증권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시장질서와 주주들의 권익은 무시한 채 총수일가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삼성SDS에서도 삼성전자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26일 신주인수권부사채 230억 원 어치를 발행하여 주당 7,150원에 이재용 씨 등에게 매각했다. 전환사채와 유사한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채권으로, 비상장회사인 삼성SDS의 주식은 당시 장외시장에서 최소 54,750원 이상에 거래되었다. 54,750원인 주식을 7,150원에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역시 삼성전자와 유사한 변칙증여 수법이었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씨의 신주인수권 행사를 막기 위해 1999년 12월 1일 법원에 신주인수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000년 5월 9일 서울고등법원은 참여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으로 이재용 씨 등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거나 처분할 수 없게 되었다. 참여연대는 2000년 4월 29일 본안소송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 무효소송도 제기했다. 당시 경제민주화위원회에서 진행한 이 소송과 별개로 조세개혁팀은 이재용씨 등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국세청은 이재용 씨 등에 대한 증여세 과세 방침을 결정했으나 소송 결과가 확정되어야 실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참여연대는 신중히 검토한 끝에 소송을 취하하고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참여연대는 이 건에 대한 형사 처분도 구하기로 했다. 1999년 11월 1일 주주 자격으로 삼성SDS 이사들을 배임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했으나, 2001년 6월 헌법재판소는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당시에는 주주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참여연대는 다시 채권발행 당시 주주들을 찾아 2001년 9월 다시 검찰에 고소했다.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다시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2003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또다시 기각되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포기하지 않고 2005년 10월 31일 SDS 이사들을 세 번째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특검 수사를 통해 기소가 이루어지고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었다.

 

 

┃ 성과와 의미 ┃

 

해마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장시간 설전을 벌이고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드는 참여연대에게 언론은 ‘삼성저격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참여연대는 주주의 기본권인 이사회의사록 열람조차 거부하는 회사측에 과태료를 물리고, 이사회를 형해화할 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사록까지 조작하는 불법 경영의 실상을 폭로했다. 불법 경영권 승계와 변칙증여 문제를 최초로 제기하였고, 팬퍼시픽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에 위장 출자한 사실도 밝혀냈다. ‘삼성공화국’ 논란이 빚어진 삼성맞춤형 금산법 개정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도 참여연대였다. 삼성전자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면서 참여연대는 총 10건의 민사소송과 8건의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경제단체들은 글로벌 기업인 삼성에 흠집을 내려한다며 참여연대를 비난했지만, 참여연대는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여 총수와 경영진의 불법 행위로 회사가 입은 손해 190억 원을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1997년 참여연대가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삼성그룹 변칙증여 사건은 2007년 삼성특검 수사를 거쳐 2009년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인정되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참여연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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