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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의 정착을 위해 청년·시민들과 함께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는 프로그램을 25차례 진행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사법권은 국민이 법관에게 위임한 국민주권의 하나이다. 그런데 법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법관이 행사하는 사법권의 민주적 정당성에는 그만큼 한계가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민을 위한 사법’ 뿐만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사법’을 지향했다.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지만, 우선 참여연대는 재판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

 

참여연대는 직업법관만 재판하는 경우 국민의 법감정이나 상식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았다. 배심제를 도입할 경우, 광범위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될 뿐 아니라 유·무죄의 근거가 되는 사실 존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에 의지함으로써 최종 결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또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배심원이 될 수 있는 제도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법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참여연대는 1996년 발간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에서 ‘시민의 사법참여’를 개혁 과제로 제시했고, 이후 배심제를 모델로 한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을 꾸준히 주창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1999년 5월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추위)가 구성된 것을 계기로, 참여연대는 창립초기에 정립했던 사법개혁 과제들을 더 힘차게 제안하기로 했다. 1999년 7월에 13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사법개혁을 위한 시민단체연대회의’를 결성하고, 15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서울YMCA, 민주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제안한 15대 과제에는 ‘배심제 등 시민의 재판 참여 방안 도입’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국민의 사법 참여 방안은 중장기 검토과제로 미루어졌다. 다만 사법민주화를 고양하는 방안으로서 바람직하며, 긍정적으로 연구 검토할 과제라고 사추위가 대통령에 건의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갔다.

 

국민참여재판제도 도입을 위한 참여연대의 활동은, 2003년 10월 대통령과 대법원장간의 협의를 거쳐 대법원에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구성되고 사법분야 전반에 걸쳐 범정부적인 사법개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다시 활발해졌다. 그 해 여름 대법관제청 파동으로 사법개혁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사개위 첫 회의에서 국민의 사법참여 방안 도입여부가 검토안건으로 채택되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각각 역임한 박원순 변호사와 한인섭 교수 등 국민참여재판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이들이 사개위 위원으로 참여했고, 위원회를 뒷받침하는 전문위원으로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하태훈 교수, 한상훈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이 사개위 내부에서 국민참여재판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참여연대는 사개위에 공식적으로 의견서를 제시하였다. 2004년 3월 사개위 공청회에 맞추어 국민참여재판의 형태로 배심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5월말에도 배심제 도입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재차 제출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개위는 2004년 11월 배심제를 토대로 한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사개위를 뒤이어 청와대가 구성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법률안을 성안해 2005년 12월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그 법안을 2007년 4월에 통과시킬 때까지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의 배심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해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촉진하는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직후인 2006년 상반기부터 참여연대는 모의배심재판에 참여한 이들의 경험기와 방청기를 발표했다. 사개추위가 2005년 8월에 실시한 제1차 국민참여형사모의재판에 변호인과 배심원으로 참여한 변호사와 시민에게 경험기를 1편씩 의뢰해 2006년 4월 초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두 사람이 쓴 경험기의 제목은 ‘배심원 설득하는 게 판사 못지않게 어려워’, ‘준비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였다.

 

같은 달 중순에는 사개추위가 주최한 제3차 모의재판에 참여한 변호인과 배심원 2명, 법학교수와 법심리학교수와 좌담회를 열고, 그 내용을 주간지 『한겨레21』을 통해 소개했다. 3차 모의재판을 방청한 법학교수와 대학생, 주부에게도 방청기를 의뢰해 4편의 방청기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2005년 연말에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2006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보냈지만, 아쉽게도 사립학교법 재개정 여파로 이 법안은 2007년으로 넘어갔다. 2007년 연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기에 가급적 상반기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참여연대는 2007년 2월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 주목했다. 2월 7일부터 3월 7일까지 8편의 편지를 공개적으로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국민참여재판-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연속 편지 보내기 사업을 전개했다. 서울대 한인섭 교수가 쓴 ‘국민참여재판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는 안상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박광배 충북대 법심리학 교수의 ‘국민을 믿지 못하세요?’는 이주영 의원에게, 연세대 심희기 교수의 ‘O. J. 심슨 판결은 오판이었을까요?’는 최병국 의원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발표했다.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연세대 이종수 교수의 ‘주권자의 사법참여가 왜 위헌입니까?’는 조순형 의원에게, 서울대 조국 교수가 쓴 ‘국민참여재판, 민주주의와 진보정치의 발판입니다’는 노회찬 의원에게, 연세대 한상훈 교수가 쓴 ‘국민사법참여, 사법부 신뢰회복의 초석입니다’는 문병호 의원에게, 이상갑 변호사의 ‘모의재판 경험자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는 박세환 의원에게, 그리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한상희 교수의 ‘이미 준비는 끝났습니다’는 이상민 의원에게 보냈다. 이들 의원들은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는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2007년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08년 1월부터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되었다.

 

그 후 참여연대는 국민참여재판이 잘 정착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민참여재판제도 운영에 국민들이 적극적인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고, 또 제도 운영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08년 5월부터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할 시민을 10명 내외로 모집해서, 참여연대 상근활동가의 안내를 받아 함께 방청하는 것이다. 방청 전에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의미나 특징을 배우고, 방청을 한 다음에는 참가자들끼리 소감을 나누었다. 2013년 연초까지 25차례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약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참여자로부터 받은 방청기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게시해 다른 시민들도 간접체험토록 하였다.

 

참여연대는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고 싶은 국민을 위해서 참여재판이 열리기로 확정된 경우에는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재판일정을 안내해 줄 것을 2008년 2월에 대법원에 요청했다. 다행히 대법원이 이 요청을 즉각 받아들여 2008년 3월 17일부터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국민참여재판 일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 성과와 의미 ┃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률은 2008년 1월부터 시행되었는데, 역사적인 첫 재판은 2008년 2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드디어 직업법관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이 되어 판결에 참여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근대 사법제도가 들어온 지 110여 년 만에, 해방 이후로부터 60여 년 동안 직업법관만이 재판하던 나라에서 역사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민의 사법참여를 주창했고, 특히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여 동안 국민참여재판 도입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한 참여연대 운동에서도 큰 결실이었다.

 

사회 일각에서 이러저러한 우려를 제도 도입 과정 중에 제기했었지만,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은 잘 운영되고 있다. 재판을 주재하는 법관을 비롯해 참여재판에 참여한 법률가들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배심원들의 평결에 대한 판사들의 동의수준도 높다. 법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기 때문에 일부 범죄에 한정해 실시되고 있지만, 성공적 제도 정착 덕분에 적용 범위는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배심원 평결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판례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참여연대가 지향하는 참여민주주의가 사법민주화의 꽃인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정착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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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1] 『한국 5대 재벌백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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