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825

[030] 시민과 함께 한 재벌개혁운동, 국민 10주 갖기 운동

1998년 9월 소액주주운동 5대 재벌계열사로 확대 계획 발표

1998년 9월 소액주주운동을 5대 재벌계열사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참여연대는 IMF 사태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재벌 총수들의 전횡적인 경영과 불법 내부거래를 통한 무분별한 사업 확장, 그리고 차입경영을 해온 것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시민의 힘으로 재벌개혁에 나서기 위해 참여연대가 구체적인 방법으로 발굴한 것이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일정 지분을 확보하여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보장되어 있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 감시 활동이다.

참여연대는 1997년 상반기 제일은행의 한보그룹 부실대출에 대해 제일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 제일은행 주주들을 모아 의결권을 위임받은 참여연대는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부실 경영에 대해 질타하고, 이후 제일은행을 상대로 최초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1997년 하반기 참여연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들 이재용 씨에게 경영권과 재산 상속을 목적으로 삼성전자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 넘겨준 것에 대하여 사모전환사채 발행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하였다. 1998년 들어서는 내부거래로 문제가 된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벌여 결국 SK텔레콤이 3월 주주총회 직전에 참여연대와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하반기부터 5대 재벌로 그 대상을 확장하여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 10주 갖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국민 10주 갖기 운동의 대상으로는 5대 재벌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면서 부당내부거래 등의 가능성이 큰 기업 하나씩을 선정했다. 기존의 삼성전자, SK텔레콤 외에 현대중공업, ㈜대우, LG반도체를 추가하였다. 시민들이 이 중 한 종목을 택해서 주식 10주 이상을 구입하여 참여연대에 주주로서의 권리를 위임하면, 참여연대는 이렇게 모은 지분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부당하게 경영한 이사들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사해임청구, 장부열람권 등 다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에게 단기 시세차익을 위한 주식투자가 아니라, 장기간 보유하면서 기업경영에 참여하여 대주주와 경영진의 횡포를 막고,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실현하여 투자수익도 얻고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주가 되자고 호소하였다. 1998년 10월 21일 당시 각 기업의 주가는 대우 2900원, 삼성전자 5만 1000원, 현대중공업 2만 3000원, LG반도체 1만 500원, SK텔레콤 52만 8000원이었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는 종목도 있어서 신문 광고는 물론, 대학 학보사에 요청하여 대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지방에서도 강연회와 주주 모집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시민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명동 증권사 앞에서 각계인사와 함께하는 행사도 벌였다. 방송인 김종찬, 손숙, 이재정 성공회대 총장, 지은희 여성단체연합 대표, 김창국 변호사,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동참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직접 증권사에 가서 주식을 구입하였다. 국민 10주 갖기 운동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쏟아졌다. 참여연대가 이미 제일은행 경영진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승소하고 거대 재벌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한몫을 했다. 담당 간사들이 손이 모자라 쩔쩔맨다는 소식에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제자들을 도우미로 급파하기도 했다. 국민 10주 갖기 운동이 무엇인지, 주식은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또 주식을 보유한 후에는 어떻게 의결권을 위임해야 하는지 전화 응대와 안내 자료를 발송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두 달 만에 2600여 명이 참여하였다.

이렇게 주주모집을 하는 한편으로, 5개 기업별로 변호사, 회계사 등을 배치하여 전담팀을 짰다. 기업 정관과 경영 공시자료를 분석하면서 다음 해에 있을 주주총회를 대비하였다. 주총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정관개정안 제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이사회 의사록 열람, 주주총회 핵심 질의 사항 등을 준비하였다.

1999년 1월, 5개 기업 각각에 대한 소액주주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주주총회 참가를 선언하였다. 삼성전자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와 관련한 투자실패에 대해 책임질 것, SK텔레콤에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할 것, 현대중공업은 기아자동차, 아시아 자동차 인수로 현대자동차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 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발한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와 관련된 임원들을 문책하고 부당지원금액을 회수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과 부실경영과 부당내부거래의 책임자에 대한 문책, 부당내부거래자금의 회수, 부당내부거래의 차단과 소액주주 권리 보장을 핵심으로 한 정관개정도 요구하였다. 삼성전자에는 그간 확보된 지분으로 정관개정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도 하였다.

참여연대 사무실(안국동), 국민10주갖기운동 포스터

국민10주갖기운동 포스터가 붙어있는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주주총회가 다가올수록 기업들은 참여연대가 제시한 소액주주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는 것처럼 언론에 홍보했다. 기업들은 적당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주주총회 일자를 같은 날인 3월 20일에 일제히 개최하는 꼼수를 부렸다. 참여연대는 LG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업 주주총회에 전담팀별로 나누어 모두 참가하였다. LG반도체는 현대전자와 합병되어 사업대상이 공백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4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는 사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부실경영과 부당거래를 집중 추궁하고, 이사들의 이사회 출석 현황 도표를 보이며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유령이사, 유령감사에 대해 문제제기하였다. 소액주주들의 이사 선임 권한을 강화한 집중투표제의 시행을 유보하려는 사측에 맞서 의결권 대결을 벌이며 고군분투하였지만, 표결에서 패해 사측의 원안이 모두 통과되었다.

SK텔레콤은 참여연대의 요구 중 감사협의회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나 다른 요구사항은 수용하지 않았고, 현대중공업도 주주총회에 앞서 기아인수 참여 철회를 공식 결정하였지만, 다른 요구사항들에 대해서는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전년도 주주총회가 13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어 기록을 세웠는데, 이때도 장장 8시간 30분간 진행되었다.

┃ 성과와 의미 ┃

국민 10주 갖기 운동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의 불투명한 기업경영과 계열사 부당지원, 그리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 등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시민의 힘을 통해 재벌을 개혁하여 한국 경제 전체에 그 효과를 확장시킨다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나름대로 재벌개혁을 추진해왔으나 재벌그룹들은 여전히 부당내부거래를 지속하고 있었고, 당시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진행되던 빅딜도 금융지원이나 세제상의 특혜조치 등을 통해 부실경영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등 오히려 개혁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법령집 속에서 잠만 자고 있던 소액주주권을 일깨웠던 참여연대는 추상적인 구호나 과제 제시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수단과 법적 근거를 통해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소액주주들의 권한행사는 단지 주주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숱하게 발생한 부정비리사건을 보며 분노하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법적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여 권력형 비리를 단죄하는데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감시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향상시키고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주식투자를 장기적인 주식보유를 통하여 이윤추구를 하는 투자로 전환시키고자 한 의미도 있다.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며 국민 10주 갖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총 3000여 명이었다.

이후에도 참여연대는 주주총회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여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독립적 이사선임 운동을 벌였으며,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우 김우중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 삼성SDS, LG화학, 두산 등에 대해서도 감시 활동을 지속하였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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