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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수당 지급 제외 처분 취소소송 대법원 승소 중앙일보 기사 (1996.4.)

1994년 12월 제기한 노령수당 지급 제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1996년 4월에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당시 중앙일보 기사.

 

 

┃ 배경과 문제의식 ┃

 

1990년대 들어 한국은 이미 세계가 놀랄 정도의 초고속 경제성장과 함께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 특히 사회복지 수준은 여전히 열악했다. 복지정책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성장 우선 정책기조에 밀려 있었고, 복지예산 확보 엄청난 규모의 국방비 투입보다는 뒷전의 문제였다. 국민생활최저선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연대는 창립 첫해인 1994년 12월 사회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참여연대가 밝힌 국민생활최저선의 다섯 원칙은 국가책임, 권리인정, 전 생활영역 포괄, 전 국민적용, 민주적 참여보장 등이었다. 아울러 국민생활최저선을 확보해야 할 영역으로 소득보장, 건강보장, 교육보장, 주거보장, 고용보장, 복지서비스 등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익소송과 사회복지예산 증액운동 그리고 사회복지예결산에 대한 의정감시활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공익소송은 당시까지 거의 시도되지 않던 운동방식이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공익소송을 국민들의 열악한 삶의 질의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가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수단 중의 하나로 보았다. 1994년 참여연대가 시작한 공익소송 중에는 국민연금기금의 방만하고 비민주적인 운영문제를 여론화하기 위한 ‘국민연금기금 손실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의료보험적립금을 보험급여확대에 쓰지 않고 불법적으로 전용하고 있던 보건사회부에 대한 고발, 그리고 기초생계보장에서 제외되고 있는 노인세대의 실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한 ‘노령수당 지급대상자 선정제외 처분 취소 청구소송’ 등이 있었다.

 

당시에도 노인문제의 핵심은 노후소득 부족이었기 때문에 참여연대는 국가의 사회보장정책의 일환으로 노인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소득보장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보편적인 노령연금제도의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지만 법제화되지 않고 있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서울 관악구 신림 6동에 살고 있던 65세를 갓 넘은 이 모 씨는 취로사업에 나가거나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생활보호대상자 중의 한 명이었다. 이 모 씨는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노령수당을 지급한다고 하면서 실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 모 씨는 노령수당 지급을 관악구청에 신청했는데, 관악구청은 보건사회부 장관이 70세 이상의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노령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한 ‘노인복지사업지침’에 근거하여 아직 70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당시 노인복지법 제 13조 제1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노령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한편 같은 법 시행령 제 17조에서는 “법 제 13조의 규정에 의한 노령수당의 지급대상자는 65세 이상의 자 중 소득수준 등을 참작하여 보건사회부 장관이 정하는 일정소득 이하의 자로 한다.”로 규정하고 있었다. 당시 노령수당은 ‘수당’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생활보호법 상 급여에 대한 부가급여로 제도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65세 이상의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하도록 했던 노령수당을 ‘노인복지사업지침’에서는 70세로 높여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인복지법과 그 시행령에 반하는 ‘노인복지사업지침’의 위법성을 제기하며, 1994년 12월 23일 이 모 씨를 원고로 하여 관악구청을 대상으로 ‘노령수당 지급대상자 선정제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을 맡았던 참여연대 사회복지특별위원회의 이찬진 변호사는 소장을 통해 시행령에서 보건사회부 장관에게 위임된 범위는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한 대상자 선정기준”에 관한 것일 뿐인데, 장관이 정한 지침은 위임범위에서 벗어나 법률이나 대통령령에서 명시하고 있는 “65세 이상”이라는 요건을 훨씬 강화하여 “70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명백히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관악구청장이 무효인 지침을 근거로 원고를 노령수당 지급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이므로 당연히 취소되어야 주장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이러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심판 청구는 1995년 3월 10일 기각되었다.

 

1995년 5월 5일 서울고등법원도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기각하였다. 보건사회부 장관에게 위임된 것을 “국가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대상자의 최저 연령도 65세보다 높여 지급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석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복지사업지침이 시행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무효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지침에 따라 행한 관악구청장의 처분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참여연대는 판결에 불복하여 즉각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996년 4월 12일 판결(96.4.12.선고 95누7727호)에서 노령수당 지급을 권리의무에 관한 처분으로 인정하고, 보건사회부장관에게 위임된 입법의 한계는 원고 측의 주장대로 “소득수준 등을 참작한 일정 소득 이하의 대상자의 선정기준”에 관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한 대법원은 “보건사회부장관이 법령의 근거 없이 65세 이상의 노인보다도 연령을 높여서 임의로 70세 이상의 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참여연대의 첫 공익소송은 승소로 귀결되었다.

 

 

┃ 성과와 의미 ┃

 

참여연대가 제기한 ‘노령수당 지급대상자 선정제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은 경제성장의 주역이면서도 공적인 복지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노인세대의 최저생활보장 문제를 제기한 첫 시도였다. 또한 이 소송은 낙후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방법론으로 공익소송의 유효성을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참여연대의 승소로 당시 사각지대에 있던 65세부터 70세까지의 생활보호대상자 13만명이 노령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에 이미 보건사회부는 65세 이상의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의 노인들 전원에게 노령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법을 전면 개정하여 경로연금으로 이를 대체하고 지급범위를 확대하였다.

 

또한 이 소송은 노인복지가 시혜가 아닌 법률상의 권리로 인정되어야 함을 이끌어낸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었다. 당시 관악구청은 노령수당 지급을 시혜적인 것으로 보고, 지급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노인복지법 상 노령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로 접근했고, 대법원 판결도 관악구청의 처분을 권리관계에 관한 처분으로 인정했다.

 

노인복지를 확충하려는 참여연대의 노력은 이후 공적노후소득보장(국민연금)에서 배제된 노인들을 위해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하고 그 대상자를 확대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13%) 보다 훨씬 높은 한국(48.6%, 2011년 OECD)에서 이러한 활동들은 여전히 시급하고 유의미하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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