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7 2017-02-01   611

[기획주제5] 보건의료 정책: 부패한 정부의 보건의료 민영화 정책

부패한 정부의 보건의료 민영화 정책

전진한 |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 의사

국민건강보험 약화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앞세웠던 것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이었다. 비급여 부분을 포함 100%를 보장한다고 했던 것은 당선 직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는 포함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결국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2013년 77.5%, 2014년 77.7%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건강보험 보장률1) 또한 2014년 63.2%로 답보 상태이며 OECD 평균 78%와 유럽 등 주요국가의 80%와는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는 점차 늘었는데 2013년에는 19.3%나 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36.1%가 ‘경제적 부담’이라고 응답했다.

낮은 보장률과 경제 악화로 사람들이 아파도 의료비 부담 등으로 병원에 가지 않아 건강보험이 매년 누적되고 있는데 2012년 말 4조 6,000억 원이던 것이 현재는 약 20조 원이 되었다.

8566eafb04055906922388376f1261fe.png

이 중 연간 7조 원을 지출하면 모든 국민의 무상의료가 가능하고, 2조 원만 있어도 19세 미만 ‘아이들부터 무상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강화보다는 오히려 환자 입원료를 인상하는 등 의료복지 축소 정책을 추진하였다.

또한 민간 제약회사는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연구개발 임상시험을 시행해야 하는데 정부는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을 쓰도록 허용하였다. 국민이 직접 낸 건강보험을 민간기업의 사익을 추구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 ‘이 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민간기업의 사익을 위해 건강보험의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법위반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였다. 예를들면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의 가격규제를 폐지하자 지난해 4대 손보사가 18~27% 보험료를 올렸고, 올해는 최대 40%나 인상했다. 또한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사와 병원 간 직계약 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손보험 심사평가 등을 시도하는 등 민간보험사의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의 가입률은 2008년 71.6%에서 2012년 80.4%로, 가구당 한 달 평균 보험료는 25만 원에서 34만 원으로 크게 오르며 성장해왔는데 박근혜 정부는 민영보험의 규제를 더욱 완화하여 민간보험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a7d4af5b8885c293b010ebbfe8a761fd.jpg

후퇴한 공공의료정책, 그리고 메르스 재앙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에 입원한 200여명의 환자를 불법 퇴원 종용했고 질병이 악화된 20여 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결국 공공의료 비중은 2015년 기준 병상 수 대비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기관 수 대부 5.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지방의료원에 경영 압박을 하고, 국립대병원에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평가를 도입했다. 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익 추구를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 아닌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시스템의 후퇴한 정책으로 2015년 메르스 재앙의 결과를 가져왔다. ‘중동호흡기바이러스’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한국에서 무려 186명의 확진자, 36명의 사망자, 1만 6693명의 격리자를 발생시켰다. 이처럼 많은 희생자를 양산한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먼저 격리‧음압시설을 갖추어 감염병을 관리할 만한 공공병원이 부족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민간병원은 좁은 공간에 병상을 과다 밀집시키면서 감염 환자를 더욱 양산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국가방역체계, 컨트럴타워의 부재를 들 수 있겠다. 메르스 사태이후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부각 되었으나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필요성이 커졌다’며 의료영리화 선전의 기회로 삼았다.

최초 영리병원 허용 및 병원 영리화

박근혜 정부는 제주도에 ‘싼얼병원’이라는 영리병원 설립을 시도했었으나 부도기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정부는 중국 자본이 투자한 피부미용,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제주 녹지병원’의 설립을 허가하였다. 시민단체들은 국내 성형외과가 외국 병원을 가장해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업계획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결국은 허용하여,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영리병원을 전국에 허용하는 것이 쉽지 않자 정부는 ‘꼼수 영리병원’도 추진했다. 바로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다. 2014년 정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확장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는데 이는 의료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으로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으로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였는데 이 또한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규칙일 뿐, 상위법의 위임 하에 있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삼성이 낸 아이디어를 충실히 따른 것이었다. 삼성은 2007년 ‘의료서비스산업 고도화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영리의료법인 허용의 전단계로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었다.

이에 맞서 의사와 병원노동자들의 파업, 그리고 캠페인과 운동이 전국에서 벌어졌고 그 결과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정책에 반대 서명을 했다. 그럼에도 이 정책은 추진되었지만 투쟁은 성과가 있었다. 부대사업 확대 계획이 대폭 축소되었고, 영리자회사 설립 조건이 제한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영리자회사를 세운 곳은 전체 884개 의료법인 중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의료산업화론자들은 이를 두고 ‘규제개혁을 했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결과’라며 그 이유를 ‘의료영리화 반대를 외치는 시민단체의 저항’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병원 영리화 정책의 화룡정점을 지난 해 병원 인수합병(M&A) 정책으로 찍으려 했다. 병원이 거대 체인이 되고 몇몇 체인병원이 독점하여 의료비 폭등을 주도하는 미국 의료체계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수익성이 낮은 일부에선 병원 폐쇄와 노동자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소야대가 되었음에도 야당은 법을 막기는커녕 통과에 협조해줬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6일간 점거 농성하며 선전과 서명운동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고, 3일 만에 2만 여명이 서명하는 등 강한 반대 여론을 만들어내 결국 이 정책을 폐기시킬 수 있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추진

병원 영리화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재벌기업과 최순실의 커넥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재벌들이 미르재단(2015년 10월 26일)과 K스포츠재단(2016년 1월 12일)에 입금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2015년 10월 27일, 2016년 1월 13일) 노동개악과 규제완화법을 통과시키라고 주문했다. 그것은 의료 및 공공서비스 민영화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생명·안전·환경 등의 규제를 전면 폐기하는 ‘규제프리존법’, 원격의료 ‘의료법’과 의료민영화 종합세트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이었다. 대통령은 이 법들을 직접 호명하며 챙겼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은 의료, 교육, 철도, 전기, 가스 등 노동자·서민들이 공공적으로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를 돈벌이 ‘산업’으로 규정하여 민영화‧규제완화 하도록 하는 법이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막강하자 정부는 ‘보건의료 부분’을 일부 삭제하고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으로 후퇴하지고 했다. 또한 서발법 통과가 쉽지 않자 정부여당은 ‘규제프리존법’을 내놓았다. 서발법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를 비롯해 시민의 안전과 사회공공성을 짓밟는 전국적 규제파괴 법이다. 기업 스스로 자사 상품의 안전성을 판단하도록 한 기업실증특례조항이 있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법’이라고 부른다. 규제프리존법은 최순실-차은택의 손아귀에 있던 창조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규제프리존법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문제는 시도지사들이 지역활성화를 위해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유례없는 규제완화 정책이 가져올 폐해는 가히 심각한 수준이며, 법안이 가지고 있는 오류는 명백하다. 따라서 이 법안 통과의 저지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는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5ddeb598486582a4776614554ad34dff.jpg

ⓒ참여연대

원격의료 및 개인의료정보 민영화 추진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 과제로 추진됐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6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의료법 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며, 공공의료에 대한 보충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을 뿐 한국에서 추진되듯 전면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시범사업 결과 주관적 만족도 조사가 발표됐을 뿐 객관적 연구는 없거나 매우 부실하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부터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이란 이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원격의료를 반대하던 의협이 참여를 결정하면서 무려 1,400여개 의원이 참여하게 됐다. 복지부는 환자 당 월평균 2만7천원을 지급하는 등 368억 원의 예산을 건강보험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가 크자, 우선 원격의료를 활용한 건강관리 영역의 민영화라 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를 가이드라인으로 처리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의료기술평가 축소도 계속해서 이뤄져 왔다. 개인건강정보를 민간기업이 활용하는 것은 원격의료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정부는 환자가 병의원과 약국에 진료를 받으며 제공한 건강정보에 대한 민영화도 추진해왔다. 급기야 지난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 상업적 활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감정보’인 의료정보를 영리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법 위반이며, 개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개인의료정보 공유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이 정보를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로 활용할 수 있고, 민간보험 활성화와 영역 확장의 마중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의료정보의 유출은 취업 등에서 불이익 사유로 이를 활용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등 의약품 규제완화

줄기세포 규제완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란 가명으로 이용했고 최순실 일가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치료를 받은 차움의원-차병원그룹이 이끌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알츠하이머와 뇌경색 치료제 임상시험 3상을 면제했는데 이것은 두 질병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차병원그룹의 이해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차의과대학에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했고,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해 192억 원의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줄기세포 임상시험 1상을 면제하는 규제완화도 시행했을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고 의료기관 외 유전자검사도 허용하였다.

줄기세포와 유전자치료의 경우 아직 안전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의약품의 연구·개발의 기준과 절차를 축소해서 제약회사의 이익을 보장하고 검증되지 못한 의약품을 내놓아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소위 ‘생명공학’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기업의 투기 붐을 일으키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개발보다는 제약 및 관련업계의 주식투자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인 사회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을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

정부는 새로운 의료기기나 치료재료의 안전과 효과에 대한 평가 절차를 완화하였다. 정부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을 환자가 비급여로 치료받도록 하는 일명 ‘제한적 의료기술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받을 수도 있는 대상을 확대했다.

가장 심각한 규제완화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1년간 유보하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적절한 평가도 없이 의료 현장에 사용하게 한 후 환자가 사망하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다음에 판단을 하고 사용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에게 문제가 생긴 후 사후 조치하겠다는 것은 이윤논리에 매몰된 무책임한 정책이다.

의료 해외진출을 내세운 의료민영화

새누리당은 의료관광과 해외진출을 내세우며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발의했는데, 이는 국내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진출,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의료광고 규제완화, 해외 원격의료 허용 등을 담은 의료민영화 종합세트였다. 이 중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핵심이었다.

결국 시민사회의 항의 운동으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 등 주요 내용이 상당 부분 삭제된 채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에 관한 법’이란 이름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향후 의료관광을 빌미로 한 의료민영화에 계속해 법적 근거를 제공할 악법으로 남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의료 해외진출을 내세우며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의료관광’ 국가들의 경험은 이것이 필연적으로 국내 공공의료체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의료관광에 인프라가 집중됨에 따라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1차 의료나 예방 의료가 위축되고, 국내 의료진이 외국 환자 진료를 위해 떠나면서 공공병원을 인력난을 겪게 됐다. 영리적 의료가 확산되어 의료비 폭등을 낳기도 했다. 따라서 공공의료도 지키고 의료수출도 하자는 주장에 속아선 안 된다.

나가며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보편적 복지인 의료제도는 무너지고 극도의 상업화가 진행되었다. ‘이게 나라냐’는 외침에는 ‘국정농단’ 뿐 아니라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사회, 생명과 건강의 권리조차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분노도 담겨있다.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패악들을 되돌리고, 생명과 건강이 이윤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중받고 돌보아지는 사회를 세워나가는 것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몫이다. 우리가 뜨거운 겨울을 조금 더 보내야 할 이유다.


1) OECD health date(2012)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