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10월 2021-10-03   2565

[통인] 모두의 기후정치 –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윤현정·김서경

모두의 기후정치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윤현정·김서경

월간 참여사회 2021년 10월호 (통권 289호)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윤현정·김서경 Ⓒ박상환 작가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청(소)년 당사자 조직이다. 2018년 청소년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시작해 현재 230여 명의 청(소)년들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몇 년 이들이 거리에서 결석시위로, 정부 상대 기후소송으로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정부는 국민들에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지난 5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렇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는 듯 보였으나 8월 27일, 탄중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던 청소년기후행동 오연재 활동가가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대체 그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탄중위가 내놓은 ‘시나리오’는 정말 탄소중립을 위한 것일까? 정부가 시민 500명 추첨으로 ‘탄소중립시민회의’를 구성하고 탄소중립시나리오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계획을 밝힌 가운데,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청소년기후행동(이하 ‘청기행’)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탄중위에 참여한 오연재 활동가는 휴식중인 관계로 윤현정(18), 김서경(20), 김보림(27) 활동가에게 이야기를 청해들었다. 

– 지난 8월 27일, 오연재 활동가가 대통령직속탄소중립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사퇴 배경이 궁금하다. 

김보림 전부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논의가 그동안 닫힌 공간에서 일부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 제안이 온 거였고. 우리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까 의구심은 들었지만, 밖에서 외치는 것보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전까지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2002년생이 들어간 적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 당사자의 사회 참여 창구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고 참여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논의 과정에서 우리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다가 그 논의의 결과로 도출된 탄소중립시나리오도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들뿐이었다.  

– “논의 과정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김보림 위원회 안에서 제대로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서는 “너네도 의견 말하면 되는 거 아냐? 우리는 들어줄 수 있어.”라고 하거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데에 문제제기를 하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너한텐 기회가 있었잖아”라는 식이었다. 청년들끼리 시나리오 만들어서 내봐, 석탄 얘기는 다른 사람들도 다 하니까 빼고 학생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얘기, 결석시위 같은 얘기를 하라는 말을 오연재 활동가한테 전해 들었다. 당사자 위원들을 의사결정자가 아닌 정책배려대상으로만 보는 거였다. 이렇게 하다간 기후위기의 충분한 대응으로서의 논의를 탄중위에 기대하면서 도출되길 바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사퇴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퇴 이후 많은 분들이 너무 당연하게 ‘(너희 선택이) 맞아’ 라고 공감해주셨다. 

– 사퇴 선언이 있기 얼마 전 탄중위는 탄소중립시나리오 초안을 발표(8/5)했는데, 시나리오의 내용적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

김보림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데, 결과보고서에도 실제로 산업계 의견이 다수 반영되어 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불확실한 기술을 갖고 와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공허하게 문서상에서만 탄소중립 할 것처럼 담는다거나, 산업 부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이나, 2050년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이 설정해놓았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철저히 산업계 인사들의 이해관계만 반영한 탄소중립 아닌 탄소중립시나리오가 나온 거다. 반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평범한 시민들의 삶은 일체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그 시나리오대로라면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김서경 시나리오를 보면 탄소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계에 대한 피해보상이나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탄소를 줄여야 하니 발전소 끄고 다른 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그 전환의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될 비정규직 발전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라든가, (발전소 중단에 따른) 지역적 이해관계 등에 대한 대책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단계니까 일일이 구체적 명시를 할 수 없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기업들한테는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지원금도 주고, 기한도 유예하겠다고 명시했으면서 왜 당사자 피해 보상은 명시하지 못하나? 시나리오가 나오고 나서 정부가 탄소중립시민회의를 500명 추첨제로 꾸려서 시민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 그것도 명분을 얻기 위해 제일 쉬운 선택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당사자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걸 너무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10월호 (통권 289호)

Ⓒ박상환 작가

“겉으로 볼 때는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지금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완벽한 그린워싱일 뿐입니다.”

– 2021.09.24 청소년기후행동 ‘기후시민의회 제안문’ 중에서 

– 형식적인 정부 기구 대신 청기행 차원에서 ‘기후시민의회’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김보림 ‘시민의회’로 이름 붙였지만 의회의 ‘대표자’ 개념은 아니다. 추첨되지 않아도, 전문성이나 권력이 없어도 시민 당사자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온라인 창구를 상시로 열어둘 계획이다. 정부의 논의구조 안에 반영되지 못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시민의회’에 모여 실제 영향력을 갖게 된다면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게 목표다. 9월 24일 글로벌기후파업과 동시에 시민의회를 출범하려고 한다. 농민, 노동자, 청년, 주거-빈곤 등 여러 정체성을 가진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도록 여러 단위의 선언이 출범하는 날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 내년 3월 대선에서 다뤄지는 기후위기 의제가 중요할 것 같다.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윤현정 ‘모두의 기후정치’라는 이름으로 캠프를 열고 ‘기후정치크루들’을 모집 중이다. 현재 제도 정치 안에서 기후위기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종합적으로 알려드리는 캠프소식지를 발간 중인데,  정당별 대선 후보들이 기휘위기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전달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기후위기를 진지하게 다루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것 같다. 

– 현재까지 나온 정당별 대선 후보 공약 중에 워스트, 베스트를 꼽는다면. 

윤현정 다 워스트다.(웃음) ‘국민의힘’은 여전히 (기후위기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을 위한 도구로 삼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출마 선언을 꾸며주는 말 정도로 쓴다. 한 후보의 “기후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서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말은 더없이 황당했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당장의 변화를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기회로 삼겠다는 것은 시민 당사자들에 대한 기만이 아닌가? 정의당의 경우 다른 정당에 비해 기후위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뚜렷한 비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10월호 (통권 289호)

9월 24일, 청소년기후행동은 글로벌기후파업과 동시에 #시스템을_전복하라 해시태그를 내걸고 유튜브 생중계로 ‘기후시민의회’의 시작을 알렸다 ⓒ청소년기후행동

 

월간 참여사회 2021년 10월호 (통권 289호)

8월 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예비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 정책제안서를 전달한 활동가들 청소년기후행동

 

– 청소년기후행동은 2018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조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김보림 230여 명 회원이 있고 그중에서도 사무국에서 상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주로 캠페인 중심으로 조직이 돌아가다 보니 언론팀, 메시지팀, 디지털팀, 연구팀을 나눠서 역할분담을 하고 상임활동가들은 단체의 코디 역할을 맡고 있다. 그중 일부가 주5 일 8시간 상근자로 일하는 구조다. 누구나 기후위기 문제를 외칠 수 있고, 함께 변화를 만든다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상임활동가가 아니어도 온라인 등을 통한 의사결정구조가 많이 열려있는 편이다. 

– 그레타 툰베리가 주축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Fridays for future’의 한국 지부로 활동 중이다.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과 연대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김보림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전 세계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통해서 정책결정권자들을 압박하고 변화를 촉구하자는 의도에서 한 날을 정해서 시위를 해왔다. 우리도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라는 이름을 쓰다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갖고 하는 시위로 비춰지는 탓에 올해부터 ‘글로벌기후파업’으로 바꿨다. 세계의 청소년기후 활동가들과는 FFF운동의 흐름 안에서 슬랙이나 텔레그램을 활용한 온라인 중심의 비동기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시차가 달라서  메시지 소통을 주로 하고 구체적 논의가 필요할 때 몇 나라를 중심으로 안건 제안하는 방식으로 줌이나 회의를 열기도 한다. 

– 청기행에게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과의 연대가 갖는 의미는?
 

윤현정 각 나라마다 (기후위기 관련한) 상황이나 조건이 다르지만 큰 흐름에서는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작년 베트남 붕앙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한국(삼성물산)과 일본이 투자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베트남-한국-일본활동가들이 연대해서 세계 30여 개국 400여 명 청소년의 서명이 담긴 항의 서한을 삼성물산에 전달한 적이 있다. 기후위기 대응 활동 대부분이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FFF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가 빠르게 연결되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 각자 언제, 어떤 계기로 기후운동에 뛰어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보림 처음엔 기후위기로 문제를 인식했다기 보다 북극곰에 대해 인간으로서 미안함과 연민 정도의 수준이었다. 환경 문제도 내가 쓰레기 줄이고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하다보면 나아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삶이 바뀐 계기는 2018년 여름 폭염이었다. 당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죽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정부는 야외활동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르라고만 되풀이했다. 에어컨 없는 서울의 오랜 집에 살면서 가족 중에 누구 한 명이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무기력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문제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19년 2월, 청기행 모임에서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게 됐고. 20대 청년인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환경부 고위관료나 관련 분야 저명한 교수가 되기는 쉽지도 않고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현재의 나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을 하자고 해서 시작했다.  

윤현정 울산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마다 친구랑 박스를 주워서 물감으로 글씨 쓰고 피켓을 만들었다. 그걸 들고 평일엔 학교 앞, 주말엔 시청 앞, 공원 등에서 무작정 피케팅을 했다. 그러면서 교육감, 부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울산시의 결정권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청소년들이 무슨 시위냐, 과격하다, 내년에 기후위기 동아리 만들어줄 테니 거기서 활동해라, 환경 교육 늘려줄 테니 교육 들어라” 하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들었다. 기후위기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내가 심각성을 말하면 사람들도 공감해주겠지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피케팅만으로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기후위기 당사자들이 더 많이 모여서 목소리 내고 연대하고 전략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2019년 가을부터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학교든, 집이든 어디든 안전한 공간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여긴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이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면서 시간이 많아졌는데 이전엔 내 삶에서 1~2시간 떼서 얘기하는 수준이었다면 내 삶의 전체가 되어도 (기후 운동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올해 1월부터 아예 서울로 거처를 옮겨서 상근자로 활동 중이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10월호 (통권 289호)

지난 8월 19일, 삼성그룹 사옥 앞 삼성물산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립 사업 참여 철회 촉구 시위 청소년기후행동

– 조직 운영에 기본적인 비용이 들 텐데, 청기행 활동 기반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김보림 활동가 희생을 담보로 운동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소수 활동가들이 탈탈 털려야만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 한동안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활동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공익활동 장소 지원 같은 걸 찾아서 제안서 쓰고 최대한 단체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활동 기반을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덕분에 올해는 사무실 공간을 마련했고 적게나마 인건비도 받으며 일하게 됐다. 아직 온전한 활동기반이나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지만 계속 나아지기 위한 과정을 반복하는 중이다. 조만간 대중후원을 받는 방법도 고려중이다. 

– 청소년기후행동이 지금의 기후운동 단체로서 자리잡기까지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김보림 처음에 저희가 나왔을 때 기후나 환경을 다루던 단체들에서조차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발언을 한다는 것에 주목해서 저희를 수단화하려는 태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너희가 어른들한테 깍듯이 대하지 않고도 이 영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는 말도 들었다. 20대 청년인 저에게는 대놓고 중간다리 역할을 하라면서 애들 정신교육 시켜라, 아니면 펀딩 받아서 돈 좀 달라는 식이었다. ‘아, 이래서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나? 이래서 세상이 이 모양인가?’ 절망도 많이 했다. 

김서경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가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대중화 시킨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후위기를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보니 여기서 만족할 수 없는 것 같다. 알리는 단계 다음엔 해결하는 단계로 가야 하는데 라고 그게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다. 주변에선 알린 것만으로 잘한 일 아니냐, 충분히 자신감 가져도 된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들을 하시는데,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 됐느냐가 중요한 건데 우리도 만족을 안 하는데 당신들이 왜 함부로 만족하느냐 이런 고민이다. 

– 기후운동의 특성상 변화가 가시적이지 않다보니 활동이 지칠 수도 있을 텐데, 유지하는 원동력이 있나?

윤현정 원동력은 여기 계신 두 분? (웃음) 저는 비교적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다. 오늘도 환경부 장관을 만나고 와서 약간 멘탈이 털렸는데 정부가 어떤 걸 발표했다, 환경부 장관이 무슨 소릴 했다, 기후위기 보고서나 나왔다 할 때마다 사실 좋은 얘기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일일이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김서경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되게 재밌고 즐겁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즐겁고 재밌기만 해서는 뭘 바꿀 수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 웃긴 소리지만 지금도 가끔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특별히 활동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아니었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뭐라도 하자고 해서 모였는데 할 사람이 없었고, 나까지 그만두면 진짜 끝나겠다 싶어서 남아 있게 됐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이것저것 뜯어고치고 하다 보니 지금에 온 것 같다. 사실 망해도 그렇게 큰 상관이 없을 거 같긴 한데 (웃음) 요즘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책임이 생겨버렸다랄까. 청기행이 갖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분들이 계시다보니까 그냥 놔버릴 수 없는 것이 크다.

–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제로웨이스트, 채식 등 개인적 실천에 머물러 있는 아쉬움도 크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서경 채식이나 제로웨이스트도 굉장히 어려운 개인적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인적 실천인 동시에 구조적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게 ‘모두의 기후정치’ 같은 캠페인이다. 어쩌면 채식이나 제로웨이스트보다 훨씬 쉽게 개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니 같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굳이 모든 사람이 거리로 나가서 시위를 벌일 필요 있을까? 이런 손쉬운 참여들이 모여서 개인의 작은 실천 이상의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 기후정치크루 참여하기


글.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사진. 박상환 프리랜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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