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 2021-11-30   762

[특집] 배달료, 비트코인처럼 요동치다

Before 

코로나19 이후, 23조 규모로 급성장한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플랫폼 음식배달시장. 점주-온라인 플랫폼 기업-플랫폼 노동자-소비자 간 이해상충이 복잡한 배달료 구조를 만들어낸 가운데, ‘라이더 억대연봉’ 괴담의 진실은 무엇인가? ‘배달료’를 둘러싼 플랫폼노동의 현 쟁점을 짚어본다. 


 

After

배달료, 비트코인처럼 요동치다

 

글.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라이더 억대 연봉의 진실?

 

“치킨 값보다 더 비싸졌다. 강남 배달료 2만원 시대.” 

“배달비 2만원 시대인데, 라이더노조 ‘안전운임 더 달라’” 

 

배달료를 다룬 언론기사 제목들이다. 배달 한 건당 2만 원이면, 배달노동자는 하루 약 60만 원을 번다. 1시간에 3~4건은 하므로, 하루 8시간 일한다면 약 30건을 할 수 있다. 주급 300만원이다. 주5일 일한다고 가정하고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1,290만 원, 1년 약  1억 5천을 번다. 사실이라면 라이더유니온이 배달료를 올리라고 데모를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이나 노동조합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언론에서 다룬 배달료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과 ‘쿠팡이츠’ 시스템이다. 세간의 관심과 달리 실제 배달시장에서 배민과 쿠팡이츠의 비율은 작다.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따르면, 올해 6월 한 달 배민앱으로 접수된 배달주문 건수는 1억 건이다. 이 중 8%만 자체 배달서비스인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수행했고, 92%는 동네 일반대행 라이더들이 수행했다. 배달산업 구조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배민은 소비자가 음식점에 주문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일 뿐이다. 음식점은 배민으로 접수받은 주문을 손님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배민과 관계없는 동네 배달대행사에 외주를 준다. 배민이 주문접수와 배달도 함께 해주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배민1 (one)’ 서비스로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담당한다.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주문 접수와 배달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서비스인데 아직 시장점유율이 낮다. 

 

쿠팡, 배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라이더는 동네배달대행사 소속이다. 배달대행 서비스는 여러 개의 음식점이 소수의 라이더를 공용으로 사용하면서 탄생한 시스템이다. 음식점 주인은 라이더를 직접고용하지 않음으로써, 오토바이 값과 보험료 사고책임을 라이더에게 떠넘길 수 있다. 대신 라이더가 여러 개의 음식점에 들러서 4~5개의 음식을 배달통에 실은 다음 한꺼번에 배달하는 걸 허용했다. 건당 3,000원의 낮은 배달료를 4~5개의 묶음 배송으로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보장한 거다. 음식의 배송 퀄리티는 어느 정도 양보했다. 소비자 역시 낮은 배달료와 식은 음식을 교환했다. 이 합의는 가끔씩 너무 늦은 배달에 대한 소비자 항의로 라이더가 음식 값을 물던가, 라이더가 정신없이 묶음 배송을 해서 사고가 나는 방식으로 파기 됐다. 

 

말도 안 되게 낮거나, 말도 안 되게 높거나 

AI와 알고리즘이 좌지우지하는 배달료 

 

최근, 사업자들 사이에 이 합의가 깨지기 시작했다. 플랫폼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라이더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소비자는 같은 가격을 내더라도 내 집만 배달해주는 쿠팡이츠에 열광했고, 배민도 단건 배달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배달료다. 단 건 배달료가 3,000원이면 생계가 안 된다. 음식 조리하는 데 10분, 배달하는 데 10분, 배달 한 건 수행하는 데 20분이 걸린다. 한 시간에 3,000원 짜리 배달 3건을 해버리면 최저임금도 안 된다. 

 

게다가 배민과 쿠팡이츠는 알고리즘이 배차를 해주는데, 배달을 끝내고 다음 배달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단건 배달을 하는 한 배달료를 높여서 지급할 수밖에 없는데, 쿠팡이츠는 뉴욕증시시장, 배민은 DH로부터 수혈 받은 자금을 쏟아 부어 당장의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지 않았다. 

 

문제는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배민은 3,000원, 쿠팡이츠는 2,500원으로 최소 배달료를 묶어놓고 초마다 배달료를 바꿔버린다. 심지어 같은 구 단위에서도 배달료가 똑같지 않다. 강남구는 1,2,3,4 로 쪼개져 동네마다 배달료가 다르다. ‘강남구 1’에서 6천 원을 보고 출근했다가, 알고리즘이 배달료 2,500원인 ‘강남구 2’로 보낼 수도 있고, 높은 단가를 보고 ‘강남구 1’에 라이더들이 몰리면 그 순간 배달료를 낮춰버릴 수 있다. 라이더들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매수/매도하듯, 실시간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배달을 갈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라이더보호법’ 주요 내용 

1. 최소한의 배달료를 규정하는 안전배달료 

2.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규제할 수 있는 알고리즘협약

3. 불법갑질 배달업체를 퇴출 시킬 수 있는 배달대행업체 등록제 

4. 라이더 공제회를 설립하고 노조가 참여할 수 있는 근거 마련 

5. 오토바이 수리센터에 대한 정비

 

교통신호를 지키며 일하더라도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플랫폼이 배달료를 AI에게만 맡겨 놓을 리도 없다. 기업이 써야할 예산은 정해져있다. AI가 이 선을 넘으려고 하면 사람이 개입한다.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수요 공급은 보이지 않는 손이 정할지 모르겠으나, 온라인플랫폼이 구축한 세계에서의 수요 공급은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이 정한다. 동네 배달대행사는 이 알고리즘이 눈에 훤히 보인다. 사장 마음대로 기본배달료와 수수료 요금을 바꿔버린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합의해온 노동자의 임금체계가 온라인플랫폼에 의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런 비상식적인 배달료 체계를 바꾸기 위해 ‘안전배달료’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전배달료란, 라이더들이 신호를 지키며 일하더라도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배달료를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법으로 함께 정하자는 제안이다. 라이더들이 높은 배달료를 마냥 좋아하는 건 아니다. 피크 시간 때만 배달료가 높으면 라이더간 일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하루 종일 일하는 전업라이더들은 손해다. 비피크시간에는 너무 낮은 단가로, 피크시간에는 치열한 경쟁으로 손해 보는 것이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배달료는 위험한 운전을 유도하기도 하고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위협한다. 적정한 기본배달료를 보장하고, 라이더가 실제 이동하는 거리에 따라 투명하게 배달료를 지급하자는 게 노조의 대안이다. 말도 안 되게 낮은 단가와 말도 안 되게 높은 단가로 경쟁하는 배달사업자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더 합리적으로 들리는 건 내가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➊ 독일의 음식 배달 서비스 회사. 2019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경영권을 인수했다 

➋ 지난 8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라이더유니온과 위의 다섯 가지 내용을 규정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특집2017-2021 Before / After

1. 기업지배구조 개선, 여전히 해답이다 노종화 

2. 전두환과 MB의 평행이론 강민수

3. 배달료, 비트코인처럼 요동치다 박정훈

4. 홍콩 시민사회의 오늘과 미래 홍명교 

5.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바이든의 생각 이혜정 

 

>> 2021년 12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