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2-08-30   261

[판결비평]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되살리기

판결비평-헌법재판소 공직선거법 표현의자유 독소조항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

2011년 한정위헌 결정으로 공직선거법상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지켜냈던 참여연대는 2022년, 오프라인 표현의 자유 확대 결정을 다시 이끌어냈습니다. 형사 처벌을 감수하고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맞서 싸웠던 참여연대의 활동은 과연 완결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국회의 몫입니다. 과도한 제약으로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선거사범’으로 둔갑시켰던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표현의 자유 독소조항(제90조 제1항, 제93조 제1항, 제103조 제3항 등) 단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연세대 법전원 김종철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21번째 이야기

헌법재판소 2022.7.21. 선고 2018헌바357, 2021헌가7(병합) [판결문 원문보기/다운로드]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되는 국가후견적 선거법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성취는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분단, 동족상잔, 냉전의 파고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병행하여 성취하여 인권 존중과 민주적 정치질서가 높은 수준의 민주공화제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형 민주공화제에 남겨진 과제가 적지는 않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민주화 이후에도 주권자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의 오남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지체가 지속되는 근본 원인은 민주공화국의 핵심 원칙인 주권재민 혹은 국민주권의 원칙이 아직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 재민을 실질적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정치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선거 등 정치과정은 보통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제한 민주주의를 위한 통제장치들로 차고 넘친다.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각자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동체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할 수 있도록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법으로 가로막는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의 국가 후견주의가 여전하다.

정치에서의 국가 후견주의란 주권자 국민의 정치의식과 역량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서 정치적 결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다. 자유로워야 할 국민대표를 뽑는 과정은 후보자와 유권자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활동 공간을 극도로 축소시킨다. 독재를 부인하는 다원적 민주체제에서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할, 국민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오히려 엄격히 통제되어 오로지 법이 허용하는 제한된 공간에서 법이 허용하는 방법으로만 가능한 실정이다. 공정은 자유로운 선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주객이 전도되어 공정을 명분으로 사실상 자유로운 선거를 실종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을 만든 국회의원조차도 선거 관리를 맡는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일 위험이 매우 높은 유권해석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코미디 같은 선거법제가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극도로 제한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선거 정보의 소통이 제한되어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나 정보가 부족한 채로 ‘연예인 인기투표’ 같은 선거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진다.

선거관련 표현의 자유 과잉제한의 반민주공화적 효과

사실 지금 일반화되어 있는 선거라는 제도는 민주정보다는 귀족정과 같은 엘리트 지배에 적합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가진 제도다. 각자의 선호를 취합하여 다수결로 대표를 정하는 방식은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후보자와 유권자의 경제사회적 차이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주권자가 동등한 조건하에 후보자가 되거나 선거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결국 경제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계층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는 국민대표들의 직업군이 보여주는 편향성에서 결과론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그나마 일반 국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후보 검증을 통해 선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는 유권자 선거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선거법은 바로 그러한 유권자 선거 참여를 과도하게 통제함으로써 경제사회적 기득권층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문제를 가진 선거를 더욱더 ‘그들만의 리그’로 만드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금지(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하여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일반 유권자는 현수막, 그 밖의 시설형 광고물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통제(제90조 제1항 제1호)하며, 선거 관련 광고, 문서 및 도화의 첩부 및 게시를 금지(제93조 제1항)하고, 누구든지 선거법이 정하는 공개 장소에서의 연설·대담 장소 또는 대담·토론회장에서 연설·대담·토론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확성장치의 사용을 금지(제91조)함으로써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여 왔다.

이런 선거법제에서는 다양한 정견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또 선거 결과에 동등하게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권자인 유권자가 오히려 선거의 들러리로 전락되는 반민주공화적 폐해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총선넷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낙선운동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 결과 주권자 국민들의 공론장이어야 할 선거 등 정치과정은 국민들의 다양한 정견에 효과적으로 반응하여 정책적 산출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동맥경화 현상을 낳는다. 이러한 정치적 비효능감은 정치를 더 이상 시민참여의 공간으로 여기지 않는 탈정치, 반정치의 문화를 확대시킴으로써 결국 정치가 일부 계층에 의해 독과점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선거자유화를 위한 헌재 결정의 의의와 과제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원론적 방법은 당연히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민주공화헌법의 정신에 맞게 시민의 적극적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정치참여의 확대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선거 관련 부담의 증대를 의미하므로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민주화가 30년을 훌쩍 넘긴 이 시점에서도 선거법의 독소조항들이 잔존해온 배경이다. 따라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강제할 수 있는 헌법적 통제장치의 활용이 요청된다. 바로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선거법의 독소조항의 효력을 무효화하고 입법을 촉구하는 헌법수호 제도가 그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독소조항이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잔존 되어 온 데는 헌법재판소마저도 시민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할 민주공화헌법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관철하기보다 국가 후견주의의 마법에 편승하여 위헌 선언을 주저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에도 국가 후견적 선거법제를 지탱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던 헌법재판소가 지난 7월 말 주요한 독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혹은 단순 위헌의 결정을 내린 것은 그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되어온 선거자유화 운동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것을 의미한다. 국가 후견주의와 국민 무시의 오랜 관성적 관점을 탈피하여 시민의 정치참여를 민주 공화적 원리에 맞게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시금석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이 선거자유화의 오랜 과제를 완결한 것이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확성장치 사용 금지조항은 여전히 합헌성을 인정받아 유지될 뿐만 아니라 즉시 위헌 효과가 발생하는 단순 위헌이 선언된 선거 관련 집회 금지 조항 외에 선거 관련 시설물 등 설치 금지 조항이나 문서·도화 게시 등 금지 조항의 경우 2023. 7. 31.까지 국회 자체의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번에 위헌 선언된 선거법 독소조항에 의해 처벌받은 국민들의 구제 또한 남겨진 과제이다.

한편 이번 선거법 자유화를 위한 헌재 결정을 이끌어낸 국민들과 이들을 지원한 시민단체들의 노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권리 위에 잠자지 않고 형사처벌까지 불사하며 시민불복종을 실천하면서 지치지 않고 헌재의 전향적 결정을 촉구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헌신한 이들에 대한 기억과 응원이야말로 한국형 민주공화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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