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3-12-07   431

[판결비평 시민비평특집] ‘그 밖의’가 의미하는 권리 밖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매년 시민강좌로 “내 생애 첫 사법감시 – 판결문 함께 읽기”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23년, 올해 강좌에서는 ‘나는 반대한다’고 선언하는 소수의견, 반대의견을 살펴보며 법원 내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법원 밖에서 판결을 지켜보며 토론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가 법원에 전달될 때 보다 민주적인 사법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취지의 일환으로 사법감시센터는 강좌에 참여했던 시민이 직접 집필한 시민 판결비평 칼럼을 발행합니다.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강좌 수강생 장현정 님이 비평해주셨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47번째 이야기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 2023.10.26. 선고 2017헌가16등(2017헌가16, 2017헌바357, 2017헌바414, 2017헌바501, 2020헌가3)
재판관 (다수) 유남석(재판장),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 (반대)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판결문 보기]

장현정 / 아카데미느티나무 “내 생애 첫 사법감시 – 판결문 함께 읽기 : 소수자들(2023)” 강좌 수강생


‘그 밖의’가 의미하는 권리 밖

지난 10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군대 내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군무원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밖의 추행’이란 무엇인가?

재판관 다수의견은 ‘그 밖의 추행’이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 추행이나 준강제추행을 제외하고, 피해자의 의사합치 없이 이루어지는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 또는 동성 군인 사이에 의사합치가 있더라도 경계초소 등 사적 공간 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만약 사적 공간 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가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와 상관없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면 꼭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만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도 포함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해당 군형법 제92조의6은 근본적으로 군인이 동성끼리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기 때문에 이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는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 밖의 추행’이 가지는 혐오·차별적 함의

또한 다수의견은 ‘절대 다수의 군 병력은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은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하므로,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서로 성적(性的) 대상이 될 수 있음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고, 다른 동료 군인의 성적 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결국 군대 전체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동성 군인 간의 성적 교섭행위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는 위태로워지고 구성원 간의 반목과 분열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커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성적지향이나 상호간의 의사합치를 통한 성적 교섭행위는 구성원의 대다수가 남성이거나, 폐쇄적인 단체생활만을 이유로 바뀌거나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군대의 명령체계나 위계질서 및 전투력 보존이 목적이었다면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만을 특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는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비정상적인 행위로 규정하고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명시하고 있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은 물론 간호장교, 부사관 등으로 복무하고 있는 여성 군인 등 모든 군인의 사적인 성적 행위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군대의 임무와 조직적 특성상 군인에게는 헌법상의 권리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한은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성적 행위에 대해서 차별하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군기라는 추상적인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강제성이 없는 사적인 성적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군기라는 공익이 보존 및 강화되었는지는 명확히 입증할 수 없는 일이다.

강간이나 강제 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이나 미수에 그친 범죄 등 의사에 반하는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 다른 조항에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바, ‘군형법 제92조의6’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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