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0총선연대 2001-06-14   1657

총선연대 박원순 전 집행위원장 최후 변론

검찰, 지도부에 징역 1년 구형

6월 14일 오전 2시 서울지검 공안1부는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천·낙선운동을 벌여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된 최열 전 총선연대 공동대표, 박원순 전 상임 집행위원장, 장원 전 대변인에 징역 1년씩을 구형하고 정대화 전 대변인, 김기식·김혜정 전 사무처장에 대해 벌금 500만원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총선연대 활동에 대해 △ 대상자 선정과정이 상임공동대표단 등 극소수 시민단체 대표들의 결정에 기반한 비민주적이며 시대역행적 활동이었다 △ 대상자 선정 기준이 국가보안법 등 특정 정책에 관한 입장 등 공정성, 합리성이 결여됐다 △ 1개월에 불과한 짧은 조사기간을 고려할 때 대상자 선정 자료의 정확성, 신빙성이 떨어졌다 △ 특정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은 경쟁후보의 당선운동으로 변질됐다 △ 낙선운동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16대 총선에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아울러 “국가기관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위법적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우리사회의 준법의식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여진다”며 “총선연대 활동이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한 각종 불법행위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선고공판은 오는 7월 12일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이다.

이에 대한 박원순 전 총선연대 집행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최후 변론을 싣는다.

오늘 이 자리에서 검사님의 총선연대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평가를 듣고 징역 10년 정도가 구형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검사님은 겨우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비판적 평가는 부패한 정치권의 목소리

검사님이 말씀했듯이 총선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에 대해 비판적 평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부패한 정치권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검찰은 공익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부패·무능 정치인을 국민들에게 찍지 말라고 호소한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과정에서 돌멩이 하나 건지지 않았습니다. 하등의 불법적 행위도 하지 않고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검사님에게 과연 그것이 위법적인 행위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법규이자 가장 상위 법규입니다. 총선연대 활동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국민의 참정권과 연관된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중 가장 중핵적인 지위를 가지며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참정권 또한 대의 민주주의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낙선운동이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검사님께서는 총선연대 활동이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은 돈만 있으면 아무리 부패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는 정치현실에 기인한 것입니다. 일년동안 국회 출석률이 10% 이하이고 4년 동안 제대로 된 법안하나 만들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수다하다는 현실에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싹텄습니다. .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총선연대에서 낙선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비견한 예로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참여연대에서만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수십 개에 이릅니다. 참여연대에서는 법안에 대한 단순한 아이디어만을 제공한 것이 아닙니다. 법안의 골자, 법문, 법개정을 청구할 때에는 신구안 대비까지 상세히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96년 처음 청원했던 부패방지법의 경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무엇을 하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전 총선연대 임원들

낙선운동은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

낙선운동은 유권자 운동으로 핵심적 절차이며 정당한 권리입니다. 미국의 경우 의회 주변의 허름한 건물 수백개에 수천개의 시민단체들이 포진해 의정활동을 일상적으로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때로는 낙선운동을, 때로는 당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정 활동을 모니터하며 특정 의원에 대한 낙선·당선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총선연대를 기소했던 검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낙천 운동을 실정법 위반으로 기소하는지…

물론 현 선거법에 따르면 총선연대 활동은 위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보자와 그 운동원이 벌이는 선거운동과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해 시민단체에서 벌이는 선거운동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저희 활동의 정당성은 총선연대 활동에 경고조치를 취했던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시민단체의 선거 운동에 더 많은 권한을 주도록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검사님은 몇몇 국회의원들이 시민단체의 눈밖에 나면 당선되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들어 총선연대 활동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총선연대 활동을 68%의 국민이 지지했다는 점을 들어 그 것이 왜 문제냐고 묻고 싶습니다. 시민운동은 국민들의 지지에 기반해 존립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시민운동은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단체의 눈 밖에 난다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잃은 것입니다.

검사님은 또한 총선연대가 운동과정에서 정의를 독점했다고 문제제기 했습니다. 정의는 정의로운 사람이 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연대가 정의를 독점할 수 있었다면 그 활동이 정의로웠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선 것은 총선연대를 지지한 국민들

개인적으로 총선연대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이었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말했습니다. 여기서 호랑이란 국민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총선연대 활동을 하면서 낙선운동을 제안했던 실무자들을 원망한 적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한국처럼 인간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특정 사람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지목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낙선운동 대상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지내왔던 사람들도, 연고가 있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낙선운동 대상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청탁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검사님께서는 낙선운동 대상 선정이 몇몇 시민운동 지도부의 자의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개인적 청탁이 영향을 미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검사님은 또한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300여명이 넘는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자료를 조사할 수 있었냐며 선정과정을 문제삼았습니다. 저는 검사님께 제가 일하고 있는 참여연대에 한번 방문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여연대에는 지난 98년도부터 297명의 국회의원과 2천명에 달하는 법조인들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니터링 작업을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일상적으로 해왔으며 낙선운동 대상 선정은 이런 자료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검사님께서는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 몇몇 시민단체 대표자들의 권력욕에 기반한 활동이었다고 말씀했습니다. 저는 이 지적만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욕이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지난 80년대부터 제 고향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계속 권유받았습니다. 저는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사심 없이 오직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몇몇 총선연대 지도부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총선연대 활동을 지지했던 백만명의 네티즌들, 수만명의 자원봉사자들, 3억 8천만원이라는 후원금을 보내왔던 국민들이 이 자리에서 함께 재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재판부에서는 현명한 판단을 하셔서 이 땅에 정의가 굳건히 서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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