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선관위의 대선 출마 예정자의 지지조직 명령에 대한 논평 발표

자발적인 네티즌 정치참여 봉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1. 지난 11월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일부 산악회와 인터넷 회원모임이 ‘특정입후보예정자의 지지를 표명하고, 사전선거운동에 이르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대선 출마 예정자의 지지조직 중 10개 조직에 대해 조직폐쇄, 대표자 고발, 활동 중지 등의 명령을 내렸다.

2. 선관위의 이러한 결정은 관리를 중심으로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치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한 것으로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활동, 결사의 자유까지도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인터넷 신문은 신문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인터넷 신문 주최의 후보초청 토론회를 열지 못하게 하여 빈축을 샀던 선관위가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이미 수년의 활동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이버 모임들까지 일률적으로 사조직으로 규정, 폐쇄하겠다고 나선 것은 변화된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다.

선관위는 무조건 ‘폐쇄’ 논리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현행 선거법의 포괄적인 제한규정을 신중하고 유연하게 적용하여 아래로부터의 정치참여 시도는 장려하되 이러한 활동 가운데 불법행위가 있다면 그것을 엄벌하는 형태로 선거관리에 임해야 한다.

3. 선관위는 ‘선거법’에 따라 ‘사조직’에 대해 일률적인 규제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조직의 선거활동 제한이 선거법에 포함되게 된 것은 후보자가 당선을 위해 임의로 구성한 조직을 통해 세몰이, 금품 살포를 일삼음으로써 선거판이 혼탁하게 되곤 했던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였다.

실제로 사조직에 투입되는 비용이 고비용 선거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행 선거법이 ‘사조직’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사조직의 선거개입 방지란 명목으로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일찌감치 제기되어 왔었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통해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조직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을 ‘사조직’으로 몰아 규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자칫 무분별한 규제의 칼을 들이댈 경우, 혼탁선거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건전한 시민참여를 거세하고 선거를 유권자가 배제된 낡은 정객들만의 잔치로 퇴행시키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 또한 높아져 왔다.

4. 이렇듯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선거법으로 포괄적인 참정권 제한이 가능하게 된 데는 우선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지난 총선연대 이래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선거법의 이 같은 독소조항(선거법 59조, 87조 등)과 돈 쓰는 선거를 방지할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였고, 각 당 대표와 대선 후보들은 시민단체와 만나 수 차례 연내입법을 약속하였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이번에도 선거자유는 지극히 제한되고, 선거자금의 투명한 운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행 선거법으로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정치권이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법을 바꾸지 않았다고 해서 선관위가 이 낡은 법 조항을 기계적이고, 시대착오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납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선관위는 자발적인 유권자 조직의 옥석을 가리고, ‘조직 자체의 폐쇄’ 같은 편의적 발상이 아니라 그 조직의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유연한 방법으로 선거법을 적용해야 한다. 선관위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

의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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