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1-12   2119

[인터뷰/김기식 사무처장] “이번 낙천낙선 리스트는 완결형 아닌 진행형”

다시 4년 전 그 길에 나선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참여연대가 낙천낙선운동을 선언한 1월 12일, 이후 총선 때까지 우리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그의 입에서 나올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한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일까? 인터넷참여연대는 참여연대 낙천낙선운동 선언 이틀 전인 10일 오후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김기식 사무처장을 만났다. 인터뷰 질의와 답변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2000년 총선연대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당시 살생부로 불렸던 낙천낙선 리스트를 만들면서 느꼈던 정치적 부담과 인간적 고뇌를 기억하면서 안 할 수만 있다면 안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결국 정치권 때문에 다시 이 길에 나섰다. 최근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반성할 줄 모르는 정치권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다시 낙천낙선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그 결정판이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서 보듯이 부패정치 퇴출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오히려 2000년 당시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국민적 요구를 수렴해야 하는 시민단체로서 책임을 외면할 수 없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다.

“불법성 시비는 의도적인 정치공세 성격 강해”

-벌써부터 정치권과 일부 보수언론에서 시민단체 유권자운동 일반에 대한 비방과 폄훼가 시도되고 있다. 먼저 낙천낙선운동을 포함한 유권자운동이 실정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불법성 시비는 한편으로는 무지의 소산이고, 한편으로는 알면서도 의도적인 정치 공세를 펴는 측면이 있다. 현재 선거법으로도 낙천낙선운동은 물론, 지지당선운동도 법률적으로 허용돼 있다. 현행 선거법은 낙천낙선운동을 발표하고 그것을 인터넷에 게재하고,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고, 또 단체 기관지를 통해 선전하는 등 일체의 행위가 합법이다.

다만 거리 집회, 확성기 선전 등 그 운동의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 방법적 규제를 배제한다면 전혀 합법성 시비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이미 이런 설명을 수차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정법 위반 시비를 반복하는 것은 알면서도 이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자문기구였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이하 정개협)의 선거법 개혁안에서는 현행 선거법의 유권자 운동에 대한 방법적 규제도 폐지했는가?

정개협 안은 낙천낙선운동에 대해서만 규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 일반에 대해 그 방법을 제한하고 있고, 이 제한이 낙천낙선운동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과도하거나 비현실적인 규제를 없애는 논의를 했지만, 시간에 쫓긴 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정개협 전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이번 개혁안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낙천낙선운동의 방법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2000년 낙천낙선운동의 경우처럼 필요하다면 불법까지도 감수할 생각인가?

세계 어느 나라도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같은 유권자운동을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경우가 없고, 또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참정권의 시각에서 볼 때도 현행 선거법상의 규제가 위헌적이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또한 악법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통해서 개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오는 불이익은 감수한다는 기본 입장도 변화가 없다.

다만 불필요한 정치적 시비를 불러 이 운동이 훼손되지 않게끔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동시에 일반 국민과 함께 하는 운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정법 위반을 감수하는 것은 다수 국민의 정서와 요구, 지지 여부에 따라 전술적으로 선택될 문제다. 결론적으로 국민적 정당성이 부여된다면 우리는 다양한 운동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에 일정한 불이익이 따른다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낙선운동에 대한 정치공세는 부적격 후보 과다 보유 자인하는 꼴”

-실정법 위반 시비와 함께 시민단체 유권자운동이 특정 정당 지지운동이라는 비방도 있다. 2000년 총선운동 당시 이른바 ‘홍위병’ 논란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0년 총선연대 당시에도 홍위병론, 유착설 등이 등장해 당시 김대중 정부와 시민단체가 상호교감하에 낙선운동을 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정치적 비방이 있었다. 사실 낙천리스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람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였다. 한편에서는 총선연대를 공격했지만 한편에서는 자신의 반대파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계기와 명분으로 총선연대 낙천리스트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 비춰서도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홍위병론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였음이 입증되었다고 본다.

얼마 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치권에서 ‘우리는 시민단체 낙천낙선 대상자로 선정될 만한 사람은 아예 공천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밝히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근거없는 정치공세는 그 정당이 스스로 ‘우리는 시민단체 낙천낙선 대상자 후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는 셈이다.

-오는 총선과 관련, 정치권에서 물갈이 논의가 한창이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의 정치권 물갈이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것이 정치권 스스로의 의지라기보다는, 부패정치 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고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이 과연 개혁공천이라는 결과를 낼지, 아니면 반대파의 숙청으로 끝나버릴지, 또는 결국 공천 물갈이에 대한 기득권적 저항에 타협하는 결과를 낳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낙천낙선운동, 특히 낙천운동이 정치권의 개혁공천을 강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지당선운동은 시민사회 선거전략 일반으로서는 시기상조”

-2000년 총선연대와 달리 이번에는 참여연대 단독으로 낙천낙선운동을 선언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이나 우려가 클 것 같다. 왜 참여연대 단독으로 낙천낙선운동을 선언하게 됐고, 앞으로 다른 유권자운동단체와의 연대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2000년 총선연대 운동에 대한 비판 중의 하나로 각 부문, 지역 주체들의 자율성, 주체성, 책임성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환경운동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반환경 후보를 낙천낙선 리스트에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이 운동의 주체로 전면에 부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는 2000년과 같은 하향적 연대운동이 아니라 각 부문과 지역이 자기의 요구와 기준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유권자운동을 전개하고 그것이 상승적으로 결합돼서 연대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원리에 맞다.

물론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분화로 2000년 총선운동처럼 모든 시민단체가 단일 연대조직을 구성하지 못하는 것의 한계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런 적극적인 의미도 있다 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분명한 것은 참여연대는 열린 연대의 원칙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운동이 전개되면서 전국적으로 힘있는 연대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지당선운동과 낙천낙선운동이라는 두 가지가 이번 시민사회 총선운동의 큰 흐름을 이룰 것 같다. 왜 지지당선운동이 아니고 낙천낙선운동인가?

시민사회는 다양하기 때문에 지지당선운동을 할 수도 있고 낙천낙선운동을 할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얘기한다면 서구 시민사회를 보더라도 시민단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일반적이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물갈이국민연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지지당선운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첫째, 참여연대는 어떤 후보가 당선이 되든, 또 아무리 개혁적인 정권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그들을 하나의 권력으로서 감시해야 하는 권력감시단체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성격상 우리에게는 지지당선운동이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한국사회에서 지지당선운동이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전술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서구의 경우, 각 정당이 정책과 이념에 따라 분화돼 있고, 따라서 시민단체가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이 그 정당의 이념과 정책과 일치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와 달리 우리는 정당이 이념과 정책으로 분화되어 있지 않고, 정당간 정책적 이념적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

지지당선운동이라는 것이 후보 개인들을 놓고 평가해야 하는데, 후보 개인과 정당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강한 보수적 이념을 띠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의 개인적 성향이 개혁적이라고 해서 과연 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느냐, 내지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고 하는 열린우리당의 후보라 할지라도 이 후보가 대단히 비개혁적일 때 그를 지지할 수 있느냐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는 아직 지지당선운동이 성립할 수 있는 정치환경이 아니지 않는가 라는 개인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낙천낙선운동이든 지지당선운동이든, 정당이 아닌 후보자 개인에 중심을 두는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있다. 예를 들어 부패 문제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진보정당은 부패를 후보 개인의 청렴성의 문제라기보다는 보수정당이 정치사회를 독점한 부패 카르텔의 문제로 보고 있고, 일부 개혁세력은 거대 부패정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낙천낙선운동이 갖는 한계에 대한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한다. 2000년 총선연대 낙선운동에 대한 ‘낙선률 68%를 기록했지만 그걸 통해 한국정치가 나아진 게 뭐냐’ 라는 비판은 가장 뼈아픈 비판이고, 우리는 그걸 현실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데 있어 낙천낙선운동과 같은 네거티브 운동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대안적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그걸 통해서 우리 정치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과 정책을 기준으로 분화가 이뤄지고, 보수도 지금과 같은 수구기득권적 보수가 아니라 합리적 보수 수준의 정당구조가 탄생해야 한다. 그 결과로서 보다 분명한 진보적 정책과 이념을 갖는 정당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때 정치가 발전해갈 것이다. 다만 이런 대안적 정치질서의 형성과 구축이 현단계 시민운동의 과제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것은 정치사회 내부에서 만들어내야 할 과제이지 그걸 시민운동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갈 수는 없지 않나 싶다.

“부패와 더불어 이번에는 의정활동도 충분히 반영”

-2004년 낙천낙선운동의 키워드를 한마디도 뭐라고 할 수 있는가? 유권자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무엇을 목표로 투표해야 한다고 보는가?

제일 중요한 화두는 반개혁, 부패정치 퇴출이다. 특히 부패정치인의 완전한 퇴장이다. 또 하나 정경유착의 근원인 돈선거를 완전히 추방하는 선거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그 결과로서 지역구도 타파와 정당의 혁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2000년 낙천낙선운동이 전국적으로 높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극복하지 못했다. 일상적으로는 반개혁, 부패정치 퇴출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서는 지역주의적 정당구조의 포로가 되어 마땅히 퇴출되어야 하는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찍어주는, 그런 투표양상이 재현돼서는 안된다.

유권자의식과 관련해서 보면, 정치권은 ‘유권자들이 돈을 원한다, 밥 사주지 않으면 선거가 안된다’ 라고 하면서 마치 돈선거가 유권자의 의식과 태도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고, 그것을 통해 현실을 들먹이며 선거제도 개혁안을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돈 쓰는 후보, 금품 향응을 제공하는 후보는 적극 제보하고 신고하는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돈 쓰고 당선된 후보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낙천낙선 리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그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두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부정부패, 선거법 위반, 반인권 전력, 의정활동의 개혁성과 성실성, 자질과 도덕성 등이 될 것이다. 2000년 총선 당시는 반개혁, 부패, 반인권, 선거법 위반 중심으로 낙천낙선 대상자가 선정됐다. 그 당시의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기준이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평가에 있어 원내활동인 의정활동보다는 원외 활동이 중심이 됐다는 비판이 있었고, 그 비판은 일정하게 옳다. 이번에도 기본적으로 부패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는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의정활동과 국회의원의 자질 등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다.

-리스트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는 자신하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2000년 총선연대운동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하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당시 수많은 시비에도 불구하고 2000년 낙천낙선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리스트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사적인 관계나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하고, 그 다음 그 기준의 적용방식을 결정하고, 그것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예비조사, 본인의 소명 절차, 정책사업단과 유권자위원회의 검토 등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통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할 것이다.

-이미 낙천낙선 대상자 기준에서 부패를 중요한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음에도 부패정치 추방 캠페인을 별도로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야말로 정말 깨끗한 선거, 돈 안드는 선거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에도 정치제도를 통해서 정치가 깨끗해졌다기보다는, 부정선거를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선 이후에도 반드시 사법적으로 처벌하는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서, 거의 과반수를 당선무효 시킬 정도의 상황을 만들어냄으로써 깨끗한 정치를 만들어냈다. 이번 총선에서는 돈선거 후보는 반드시 낙선시켜야 하고 당선 후에도 당선무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캠페인과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2000년 총선연대 운동과 이번 낙선운동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낙천낙선운동 대상자가 계속적으로 추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0년에는 1차 낙천 대상자, 2차 낙천 대상자, 그리고 최종 낙선대상자 이렇게 선정됐다면, 이번에는 돈 선거가 적발되는 후보의 경우 그때그때 낙천낙선대상자로 추가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선거 뿐만 아니라 이번 공천의 특징인 당내 경선과정에서도 돈 뿌리는 후보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라도 돈선거사실이 확인되면 낙천낙선운동 대상자에 포함시키겠다.

“언젠가 낙천낙선운동의 뒷 얘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

-정개협 정치개혁안이 국회 정개특위에서 오히려 개악으로 치닫다가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의해 다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난 연말만 해도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좌절을 경험했다. 정치개혁안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의 방향으로 치달았고, 체포동의안이 전면 부결되는 상황이 벌어짐으로써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증폭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엄청나게 고조되고 또 시민단체들의 항의와 투쟁이 진행됨에 따라 국회가 감히 방탄국회를 소집하지 못하고, 또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국회의원 전원을 구속할 수 있는 상황으로 진행되었다는 것, 그리고 정치 개악을 시도했던 정치권이 국민들의 비난에 떠밀려서 정개협의 개혁안을 수용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유권자의 힘이다. 이 유권자의 힘을 더욱 전진시킨다면 2000년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해 연휴 4일 동안 거의 밤잠을 못 자고 고민을 했다. 정말 ‘피해갈 수만 있다면….’ 그런 심정이 있었다. 실제로 살생부를 만들어 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고통스런 과정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피가 마른다는 것을, 그 일을 또 다시 해야한다는 것이 이 운동의 정치적 부담을 넘어서 개인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 때도 인간적 관계가 있는 몇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보면 몹쓸 짓을 했는데, 이번에도 또 그걸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마음이 편치 않다. 2000년 총선연대 하면서 보았던 정치인의 추악한 뒷모습, 그걸 검증하는 과정에서 보여진 그들의 비굴한 모습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낙선운동의 뒷 얘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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