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1-23   1313

“자기 전에 씹으세요. 부패정치인 껌~”

돈선거 감시와 부패정치퇴출 캠페인 펼칠 대학생 시민행동단 활동개시

“부패정치인 리스트가 발표되면, 그 이름을 껌종이에 적는거야. 그 껌들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이렇게 말해주는 거지. 자기 전에 씹으세요~”

“1인 시위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20미터 간격이면 가능하잖아. 그래서 우리들이 피켓을 걸고 20미터 간격으로 걷거나 뛰면서, 국회를 포위해보는거야. 그렇게 하면 서울시도 돌 수 있겠다.”

“낙천대상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는거야. 자진 사퇴하라고. 우리가 그 편지를 보냈다는 것을 공개하고, 그럼 선거법에 저촉되는 건가?”

설 연휴가 시작되는 1월 20일 오후, 참여연대 사무실 한켠에서는 스무살 안팍의 청년들만의 열띤 회의가 한창이다. 머리를 맞대고 ‘돈선거 감시와 부패정치퇴출 캠페인’을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는 이들은 바로 시민행동단 대학생 모임. 이들은 2004년 총선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니며 ‘불법 부정선거 현장’을 감시하고 ‘부패 정치인 퇴출 캠페인’ 등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12일 참여연대가 ‘2004 총선연대 결성’을 제안하며 ‘낙천낙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를 함께할 시민행동 조직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가칭 시민행동단으로 제안되어 2004년 총선 현장을 누비며 돈선거와 부패현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일을 할 ‘2004 총선 감시 시민모임’에 시민들의 호응은 뜨겁다. 연말 연초 방탄국회 등으로 이어진 국회의 파행과 후안무치한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통한 정치개혁’에 행보를 같이 하겠다며 참여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20여 명 가량으로 모임을 꾸린 ‘대학생 시민행동단’이 지난 주 첫 모임을 갖고 본격적 행동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정기회의를 통해 ‘낙천낙선운동’과 호흡을 같이 하며 움직일 예정이다. 본격적인 행동이 시작될 시기는 경선이 한창 이뤄질 2월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선현장 돌면서 돈선거 감시와 부패정치퇴출 캠페인 벌인다

이들이 주로 활동할 것은 크게 돈선거 감시와 캠페인이다. 즉 경선 및 선거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면서 여기서 벌어질지 모를 비리,부정 등 돈선거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한 부패정치인 퇴출을 위한 공동 캠페인도 병행한다. 주로는 온라인을 통해 ‘부패정치 퇴출’ 캠페인을 벌이겠지만, 거리캠페인도 몇차례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2-30대의 낮은 투표율도 주요한 문제라고 보고 ’20-30 투표참여’ 캠페인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일단 낙천리스트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속한 대학을 중심으로 홍보와 시민행동단 모집에 집중할 예정이다.

두번째 모임을 가진 1월 20일에는 ‘돈선거 감시와 부패정치퇴출 캠페인’과 ‘시민행동단 모집’을 알리기 위한 ‘홍보방안’ 을 모아 냈다. 이 자리에서 ‘자기 전에 씹는 부패정치인 껌’을 비롯해 공천불출마를 촉구하는 편지보내기, 각종 인테넛 사이트와 동호회에 글 올리기, 노래가사바꾸기 등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한 1인 시위를 응용한 시위기법이나 거리 퍼포먼스 등도 제안되었다.

불과 두번째 모임인데도 벌써 조직구성을 갖출만큼 이들의 준비는 치밀하고 발빠르다. 20여 명의 모임 구성원들은 연락망을 짜고 운영을 맡는 팀, 행동단 모집을 전담할 ‘힘모으기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준비하는 ‘할거리만들기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들은 2월말까지 100여 명의 대학생 행동단을 꾸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또한 ‘Just_do_it’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실시간 소통하며 행동개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 “요즘에도 이런 젊은이들이 있습니까”

대학생 시민행동단은 ‘2000년 총선연대 활동’을 통해 성과를 배우고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공부’도 잊지 않는다. 2000년 총선연대의 주역 박원순 변호사를 초청해 ‘당시의 활동상황과 어려웠던 점, 그리고 2004년에 개선해야할 점’들을 듣고 함께 토론했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대학생들을 보자 박원순 변호사는 “아니, 요즘에도 이런 젊은이들이 있습니까”라는 말로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만 알고 공익이나 남을 위해 일할 줄은 모른다고들 그러는데,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여러분이 증명하고 있다”라고 이들을 격려했다.

박 변호사는 웃으면서 “4달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하도 고생을 해서, 다시는 안하겠다고 다짐했다”며 2000년 총선연대 활동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에도 가장 괴롭혔던 “중립성과 불법성 논쟁”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개탄했다. 특히 불법성 논쟁은 헌법을 몰라서 그렇다며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운동이 현행 법이라는 현 질서 테두리에서만 갖혀 있어서는 개혁과 진보를 사회에 제시하고 추동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의 투표권을 주장한 사람은 감옥에 있었다. 또한 인종차별이 있던 시대에는 당시 법이 인종차별과 분리를 지지했다”라며 “역사적 정당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라는 말로 정치개혁을 추동할 유권자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고 나면 주권자가 아닌가. 뽑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하는지 계속해서 감시를 해야 한다. 공직자들을 국민들이 고용한 큰 머슴이라고 하지 않는가. 머슴있다고 주인이 잠만 자는 법이 있나. 똑같이 일하고 더 열심히 지켜봐야 한다”라며 ‘낙천낙선운동 이후의 지속적인 의회감시 활동’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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