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낙천대상 의원들의 소명자료 소개
“—평소 저를 후원해 오던 대학동기생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의해 6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을 마치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댓가인냥 조사를 한 바 있습니다. —담당국장과 사무관에게 억울한 부분에 대한 소명기회를 한차례 마련해준 것이 전부이며—.”
2002년 창윤(주) 대표이사로부터 국세청의 탈세혐의 특별세무조사에 대해 국세청 담당공무원에게 청탁과 선처를 부탁하고 총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명환 한나라당 의원이 총선연대에 보낸 소명자료의 일부 내용이다.
지난 1월 12일 참여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선언 이후 2월 5일 2004총선시민연대의 1차 낙천대상자 발표일까지, 59명의 16대 현역(또는 역임) 국회의원들이 소명자료를 보내왔다. 이번 1차 낙천대상자로 선정된 66명의 의원중 소명자료를 보낸 의원들은 20명이다.
소명자료를 보낸 20명 의원들의 낙천대상 선정 우선사유별로 보면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범 위반 등의 부패비리 사건이 12건으로 가장 많고, 경선불복 및 철새정치 행태가 5건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그밖에 후보단일화 입장 번복, 의원꿔주기, 색깔론 등 반유권자적 행위가 1건씩 있다.
비리부패 연루 인사들의 ‘천태만상’ 사연
부패비리가 낙천 사유가 된 12명의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사실관계를 부인하거나 불법이 아님을 주장하는 ‘부인형’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지만 고의나 악의가 없는 실수 또는 당시의 정황을 호소하는 ‘정상참작 호소형’이 2명이었다. 총선연대 낙천대상 선정 사유와 관계없는 사안만 소명하는 ‘빗나간 소명형’도 있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명환, 박주천, 이양희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박상희, 박주선, 이훈평, 최재승 의원이, 그리고 무소속 이상희 의원이 부패비리 사유에서 ‘부인형’에 속한다. 반면 열린우리당 송영길, 이상수 의원은 ‘정상참작 호소형’에 속한다.
박주천 한나라당 의원은 현대건설 김윤규 사장으로부터 대북사업에 대한 협조와 2000년 정무위 국정감사시 정몽헌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5000만원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의원이 보낸 소명자료는 “우선 현대건설 김윤규 사장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액수는 3000만원입니다. 이는 적법하게 영수증 처리되었고, 선관위 정기회계보고에도 포함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며 사실관계의 일부를 부인하고, 검찰의 뇌물죄 주장에 대해서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주장했다.
특가법상 뇌물죄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최재승 민주당 의원은 비리사실에 대해 “청탁과 관련하여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아니고, 정치 선배인 손 전 의원으로부터 ‘선배가 정치활동 자금으로 주는 용돈이니 지구당 운영에 보태어 써라’고 하여 고사하다가 명절이나 행사 때에 선배가 후배를 챙겨주는 관행으로 생각하여 정치인으로서는 꺼리는 수표를 받은 정황 —.” 등을 설명하고 사법부의 뇌물죄 적용에 맞서 역시 댓가성이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대우 김우중 회장으루보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사실과 관련, 사실관계와 정치자금법 위반 자체는 인정했으나 고의가 없는 실수임을 강조했다.
“— 돈이 없어서 — 중앙당에 알아보았지만 ‘공천헌금도 받지 않고 공천받은 것도 고맙게 생각하여야지 그러한 문제까지 중앙당에서 해결해 주냐’는 식이었습니다. — 당시 연대 총동문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1999년 5월초 전화로 동문선배들이 동문 차원에서 송 변호사를 적극 격려하자는 차원에서 격려금을 보내니 열심히 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 당시에는 후원회 차원에서 이를 접수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지구당 개편대회 준비와 선거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어서 그 후의 상황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해 탈당한 이상희 의원은 총선연대의 낙천대상자 발표 이후 소명자료를 보내왔다. 이 이원은 자신의 공천 배제와 시민단체 낙천대상자 선정을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이공계 죽이기’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하며, 선거법 82조의3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죄와 250조 허위사실공표죄, 255조 부정선거운동죄 등의 관계법조문을 첨부해 보냈다.
철새정치, 의원꿔주기, 색깔론 등은 ‘소신의 정치’로
총선연대에서 철새정치, 경선불복, 의원꿔주기, 색깔론 등 반유권자적 행위를 들어 낙천대상에 선정한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행동이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소신 강조’에 속했다.
2000년 이른바 DJP 공조에 따라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새천년민주당에서 탈당, 자민련으로 입당했다가 다시 복당한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 거대 야당 한나라당의 횡포와 원내 독점 그리고 국정운영 방해 행위를 중단시키고, 산적한 민생 현안을 제대로 해결해가고 국정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선택’ 즉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소명했다.
이완구 한나라당 의원은 98년 5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틀 뒤에 자민련에 입당했고, 2002년 대선 직전 자민련을 탈당해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 그러면 왜 이완구 의원이 당적을 옮겨야 했나? — 자민련과 민주당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다섯 번에 걸친 공조와 공조파기를 되풀이했습니다. — 한 국가의 국회의원으로서 다섯 번에 걸친 공조와 공조파기를 할 때마다 왔다갔다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 따라서 이는 무원칙한 당적 변경이 아니라 — 이념과 노선이 도저히 맞지 않아 이미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인터뷰를 한 후 자민련을 탈당하고 한나라당에 입당을 한 것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낙천대상자로 지목된 김용갑 의원도 자신의 ‘보수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피력했다.
“—만약 귀 단체에서 본인의 ‘2중대’ 발언을 등 이념논쟁을 색깔론이라고 매도하고 이것을 반유권자적 행위라고 주장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 국회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대북정책을 성토하고 그 과정에서 ‘2중대’ 등의 발언을 했던 것은 본인이 우리나라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였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16대 국회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일생 동안 단 한 순간도 개인의 이익이나 몸담은 정권이나 정파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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