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 “낙천낙선대상자는 인기가요 20곡 사용 못 해”
2000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2004 총선 후보자들도 저작권 사용승인을 받지 않고는 대중음악을 함부로 선거로고송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회장 김승기, 이하 작가연대)는 4일 오후 2시,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후보자들이 가요 등 대중음악을 선거로고송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400여명에 달하는 작사·작곡가들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음악작가들의 뜻을 담은 노래 “바램”이 울려퍼지고, 노랫말과 음표가 그려진 피켓을 든 작사·작곡가들이 무대를 채우면서 색다른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무분별 개사가 작품성과 순수성 훼손해
김승기 작가연대 회장은 “2000년 총선에서 낙천 낙선 대상자들에게 대중음악의 로고송 사용을 원천적으로 불허한 것이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를 내리고, “그러나 여전히 저작권을 무시한 대중음악의 불법 사용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했다.
로고송은 이미 잘 알려진 대중가요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치이념과 이미지를 적절하게 부합시켜 만든 노래로, 유권자들에게 감성적 호소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이로 인해 선거철마다 수많은 대중가요들이 개사되어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사용되어 왔었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과다경쟁으로 로고송들이 상호비방, 지역감정 및 저질선동의 수단으로까지 이용되어, 대중음악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 뿐 아니라, 원곡의 작품성과 순수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일도 빈번했다.
위반시 강력 대응할 것
작가연대는 질 높은 창작물을 위해 “저작권 보호는 기본이자 필수”라며, 후보들에게 다른 법들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 준수를 당부했다.
선거로고송 사용승인은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저작인격권 사용승인이고, 또 하나는 저작재산권 사용승인이다. 전자는 저작자로부터 받는 개작승인이고, 후자는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받는 사용승인이다. 대중음악을 선거로고송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작자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작가연대는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법적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법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국회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법 사용의 증거가 확보되면, 선거가 치러지기 전인 4월 13일 경에 이를 언론에 공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저작물에 대하여 원저작자의 승인을 얻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할 시 저작권법에 저촉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작가연대가 포괄하고 있는 작사작곡가는 400여명에 달하고, 또 작가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의 곡에 대해서도 작가연대가 저작권 보호을 위해 공동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로 대부분의 대중음악들이 사전승인 없이는 선거로고송으로 쓰일 수 없게 되었다.
낙천낙선대상자들에게는 “오! 필승 코리아”등 20곡 사용 금지
특히, 작가연대는 개사한 내용이 “지역감정 유발”이나, “상대방 비방” 등 각종 불법 타락 선거를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 판단되면 사용승인을 불허할 방침이다. 아울러 작가연대는 총선시민연대에서 발표한 낙천낙선 대상자에게는 일부 작품들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기로 했다.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를 비롯하여 이정현의 “바꿔”, 자두의 “김밥”, 엄정화의 “페스티벌”,”다가라”, 코요테의 “순정”, 김건모의 “제비”, “짱가”, 디바의 “왜불러”, 임종황의 “그냥 걸었어”, 안치환의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당당하게”, “자유”, “솔아, 푸르른 솔아”, “위하여”, 한동준의 “세상을 바꿔”, 다섯손가락의 “풍선”, 녹색지대의 “내가 지켜줄게”, 강도웅의 “Fighting” 등이 그 20곡이다.
이 곡들은 작가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정되었으며, 로고송 불허곡은 추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무상 지원
작가연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이라면 선거캠페인송을 무상으로 제작해 주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한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하여 공명선거를 위해 활동하는 모든 시민단체에는 작가들이 작가연대에 위임한 모든 곡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작가연대는, 선거로고송을 사용하는 후보들이 선거운동기간 뿐 아니라 당선 후에도 로고송의 내용을 가슴에 담고 올바른 정치를 펼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