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4-02   1191

공무원 정치적 의사 표명, 사법처리로 막을 수 있나?

시대착오적인 현행법 뜯어고칠 계기로 삼아야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를 공식선언한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에 대해 정부가 예고한대로 칼을 빼들었다.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차 출석요구 시한인 2일 오후 2시까지 출석하지 않았다”며 탄핵 시국선언을 발표한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과 함께 공무원노조 집행부 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전공노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정부의 강경처벌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수차례에 걸쳐 “강경대응” 입장을 밝혀온 정부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4월 1일 사법처리까지 강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오전에는 고건 대통령직무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헌법이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행동은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오후에는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단순가담자까지 엄중조치하겠다고 선포했다.

위법 운운하기 전에 시대착오적인 현행법을 개정해야

정부의 이같은 강경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도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법 등 현행법에 따라 공무원노조의 특정정당 지지선언이나 전교조의 탄핵시국선언은 모두 위법이라는 입장이나,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 법안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 관건선거를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당국이 해야할 일은 전공노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현행법을 뜯어 고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88만명에 달하는 모든 공무원들의 선거운동, 정당가입, 정치자금 기부 등 정치활동 전반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은 우선 지나치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부터 문제로 지적된다. 직무수행 상 아무런 지장도 없는 특정 정당 지지선언까지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이나 선거법은 헌법의 참정권에 위배됨은 물론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립대 교수 등의 고위 공직자들은 정당가입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정치활동 전면 금지는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계와 법조계도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2일 열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활동 보장 정책토론회’에서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다수의 국민들을 소외·억압시키는 정치는 그만되어야 한다”며 공무원법 등 관련 법들의 재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주공화국에서 정치는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공무원법 개정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찬반 50% 정도로 나오며 조사에 따라서는 정치적 자유 인정을 지지하는 의견이 더 많다. 국민들 스스로가 국가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공무원법을 새롭게 고칠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7대 국회는 행정가들의 판단에 의존하지 말고 국민의 여론변화에 따라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민종 변호사도 같은 토론회에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법률 규정의 위헌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부분의 국가가 공무원에 대해 정치적 의사표명은 물론 정치단체에서의 활동까지 보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공무원 정치활동 제한은 우리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비해 매우 후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위헌적이고 역사적 수명을 다한 악법을 적용하여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지 말고 이번 사태를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제도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공노 “위헌적인 공무원법, 선거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할 터”

한편 정부의 강경대응 선포와 경찰의 체포영장 청구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공노는 차분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전용해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정부가 탄압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4월 15일 이후에 자진출두하겠다고 알렸다”고 설명하며 체포영장 청구는 지나치게 과도한 법집행이라고 항의했다.

전공노는 정부종합청사 앞 1인 시위와 선관위와 행자부 홈페이지에서의 사이버 시위 등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정당성을 알려내는 활동을 계획 중이다. 또한, 현행법을 재개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미 23인의 변호인으로 법률지원단이 꾸려져 공무원법과 선거법, 정당법 등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관련 법의 위헌성에 대한 검토를 마친 상태. 법률지원단의 간사역할을 하는 김정진 변호사는 “이미 법률적 검토는 마쳤다. 공무원노조가 시점을 정하는대로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는 4월 15일 총선 후로 예상하고 있으나 정부당국의 초강경 대응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 전으로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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