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유권자위원회] 유권자위원 선정 뒷얘기·포부

“복권 당첨 바라는 심정…꼭 뽑아달라”, “공약 실현가능성 철저히 따질것” 의욕

유권자위원 선정 뒷얘기·포부

지난 11일 정식 출범한 ‘100인 유권자위원회’의 위원 최종 선정을 앞두고 〈한겨레〉에 한 통의 전자우편이 도착했다. 지원자 가운데 한명인 장명욱(26·대학생)씨가 “꼭 유권자위원이 되고 싶어 로비를 하려고 보냈다”는 이 편지엔 “마지막 남은 한 학기 동안 토익이나 전공공부 보다는 대학생활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복권 당첨되는 심정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부탁드려 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청탁성 전화도 있었다. 유통업을 하고 있는 김용기(42)씨가 ‘참여연대’에 몇차례 전화를 걸어 “꼭 뽑아달라”고 간청을 했다. 시민단체 회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예전에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낙선·낙천운동,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운동 등을 함께 해보니, ‘평범한 시민인 나도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이번 대선에도 미약하나마 정책이나 공약을 꼼꼼히 따지고 이를 주변사람에게 전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100인 유권자위원회’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주인공은 올해 만 19살이 되는 이기은(19)씨. 이씨는 선정됐다는 전화 통보를 받자마자 “미안하다. 정말 하고 싶었는데 아직 선거권이 없어 참여를 못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1988년 2월생인 이씨는 만 20살이 되지 않아 투표권이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뒤늦게 2005년 선거법이 바뀌면서 만 19살도 대선 투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씨는 뛸듯이 기뻐했다.

100인 유권자위원에는 이제 막 투표권을 얻은 ‘새내기 유권자’부터 주부·학원강사·농민·시민운동가, 그리고 한의사·공무원·대학교수·기업체 임원 등 전문직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이 포함돼 있다.

위원들은 나름의 기대와 포부도 밝혀왔다.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제시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자를 찾는 ‘지혜로운 주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껏 정치에 무관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이번만은 이미지가 아닌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또 유권자위원으로 선정된 것에 설렘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치판은 쳐다보기도 싫었다”는 김수미(27·웹기획자)씨는 “지금은 정치에 질린 상태지만 훗날 바른 정치, 바른 나라로 발전될 모습을 기대하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고 싶었다”며 “100인 유권자위원회가 정치의 미래에 한자락 희망의 빛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군 복무 중이던 1987년 대선에서 강제로 노태우 후보를 찍은 뒤 정치 혐오로 지금껏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박광수(42·호텔운영)씨는 “이번 대선만큼은 어느 후보와 정당이 가장 나라를 잘살 수 있게 만들지 철저하게 평가해 투표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종사경력이 있는 유권자위원들은 관련공약의 타당성을 직접 따져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덕묵(55)씨는 “직장생활 대부분을 건설 관련 업무를 해왔다”며 “후보들이 내놓은 수많은 건설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령 유권자위원인 김정홍(65)씨는 “각 후보의 정치철학과 서민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을 널리 알리는 데 유권자위원회가 기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참여연대-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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