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질문-대답] “실현 가능하냐” 날선 질문에 “일리 있다” 진땀

첫 비행기로…사우나서 ‘쪽잠’, 유권자위원들 참여 열기

유권자위원들의 질문은 직설적이고 날카로왔다. 참여열기도 뜨거워 워크숍 중간중간에 서면으로 접수한 질문수만도 한 후보당 20개를 넘어섰다. 공약의 빈곳을 찌르는 질문에는 후보 쪽 답변자들이 “고맙다”, “반영하겠다”고 답했고, 후보 쪽의 명쾌한 답변에는 유권자위원들이 “시원하다”, “믿음이 간다”고 호응하기도 했다.

일자리·경제관련 공약에 대한 유권자위원들의 관심은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구체성을 확인하는데 모아졌다.


김종규(60) 위원은 권영길 후보 쪽에 “임기내 400만명을 정규직화 하겠다는데 과연 실현가능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기다렸다는 듯 “가장 핵심적인 질문으로 (질문해 줘)고맙다”며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쓸 때 그 사유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조처만 취해도 150만명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 중소기업도 정규직 전환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면 200만명을 정규직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이 계속해서 “상당수 비정규직은 정규직 생산력에 미치지 못하는 분들인데 모두 정규직 대우를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묻자, 이 정책위원장은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며 “초점은 아이엠에프 뒤 대기업의 정규직 일자리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나머지를 하청이나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으로 쓰고 있는 게 문제다”고 피해갔다.

황남성(45) 위원이 권 후보가 일자리 공약의 하나로 내놓은 산업대학 집중 육성 정책에 대해 “이미 많은 산업대학정책이 실패했다. 민노당이 방향을 잘못 짚었다”고 지적하자 이 의장은 “일리있다.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지만 검토해서 풍부하게 바꿀 수 있다”고 물러섰다.

정동영 후보 쪽에는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져 내용을 묻고 확인하는 단순질문이 이어졌다. 최진영(22·여) 위원은 “정 후보의 일자리 창출 공약인 항공우주산업 육성은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춘듯 한 ‘한줄 공약’같다”며 “큰 규모의 재정지원과 기술인재 양성이 필요할텐데 어떻게 집행할지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류근관 서울대 교수는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남북한 종단길이가 늘어나 항공산업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며 “우리는 중·소형 항공기로 특화해 정부차원에서 매년 12억 달러씩 5~6년 투자가 이뤄지면 연간 8%씩 성장하는 미래산업이 될 것이다”고 답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고우주(33) 위원은 문국현 후보쪽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세부대책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문 후보 쪽 신봉호 교수는 이에 대해 “독자생존이 가능한 1/3의 중소기업은 학습시스템 구축과 대폭적인 수출활로를 열어 주고, 나머지는 대기업과 서로 ‘윈윈’하는 상생발전 프로그램을 확대하려 한다”고 답했다. 케이티엑스 승무원에 대한 문 후보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조한진·39) 신 교수는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은 번창할 수 없다”며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는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승무원을 버려놓고 성공할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후보쪽에는 “중소기업·대기업 공약만 있지 정착 농·어촌에 대한 공약이 부실하거나 빠져있다”는 지적(고우주)이 나왔고, 이 후보 쪽 전재희 최고위원은 “좋은 질문이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식량안보 등의 문제가 있어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발표를 안했을 뿐이지 내부적으로 농가부채, 농업 대규모화 문제, 농업 기업농 전화 등과 관련된 심도있는 공약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답했다.





첫 비행기로…사우나서 ‘쪽잠’

유권자위원들 참여 열기

20일 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100인 유권자위원회 정책평가 워크숍’은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멀리 제주도에서 아침 첫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한 박윤희(44) 위원, 전날 밤 12시 경남 사천을 출발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사우나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참석한 조한진(39·학원강사) 위원 등 이날 워크숍에는 모두 60명이 참석했다. 특히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박근호(36)씨는 학교 수업과 워크숍 일정이 겹쳐 참석이 어렵게 되자 <한겨레>와 참여연대에 ‘출장공문’을 요청해, 결국 학교 쪽의 허락을 받아 워크숍에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유권자위원들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을 이용해 틈틈히 참석한 후보 쪽 인사를 둘러싸고 “대학입시 자율화는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배려를 더욱 기울여 달라”는 부탁을 쏟아내기도 해 후보 쪽 인사들이 답변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넘어까지 10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참석자들이 거의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킬 정도로 이번 행사에 대한 참가 열기가 뜨거웠다.





<패널들의 공약 평가 >

이명박 ‘7% 고성장-분배’ 논리 안이

이명박 후보의 일자리·노동분야 공약은 ‘고성장, 일자리 창출을 통한 분배개선’과 ‘노사관계의 법치주의 원칙 확립’ 정도이다.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확대 유도를 통한 7%의 고성장을 달성해 생산적 분배를 이루겠다는 이 후보의 정책논리는 우리 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매우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그레이드 비정규직’ 프로젝트 역시 비정규직의 직업능력 개발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제안하고 있을 뿐, 사용자들의 남용과 차별을 제한·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규제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약 체결 유도와 신성장 산업부문의 육성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 의해 지난 10년 동안 추진되어온 것으로서 차별성이 없다. /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정동영, 일자리 ‘질’에 대한 고려 없어

정동영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 늘리기에 한정되어 있었고,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이외에 언급이 없었다. 비정규직 문제 등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공약은 앞으로 보강할 계획인지를 물었지만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최고의 복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 해를 제외하면 성장은 계속되어 왔고, 1998년과 2003년 두 해를 제외하면 일자리도 계속 늘어났다. 그렇지만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였고, 노동시장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어 왔다.

따라서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단순한 일자리 늘리기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정동영 후보의 일자리 공약에서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 김유선(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문국현 ‘뉴패러다임’ 일자리 창출 의문

문 후보는 중소기업주도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240만개와 교대조 확대나 학습형 일자리 등 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일자리 창출 200만개를 약속했다. 그에 비해 사회적 서비스일자리 창출은 상당히 적은 60만개이다. ‘성장’ 혹은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 정도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정규직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보다 진일보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채용사유제한, 노조 등 제3자에 차별시정 신청권을 주는 것 등은 노동계가 오랜 기간 도입을 주장한 내용이다. 노사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도 문 후보 공약 중의 하나이지만, 대타협을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내용 파악은 아직 미진한 듯하다. /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권영길, ‘국가고용책임제’ 구체성 없어

권영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 창출을 국가가 책임지려 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국가고용원 등 새로운 국가기구를 신설해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자칫 국가기관의 비대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예산 역시 일년에 20조원이 드는 큰 정책사업으로 이는 현 예산의 15%를 매년 증액해야 하는 규모다.

평생교육훈련 프로그램은 시대적 흐름에 비춰 방향자체는 옳지만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산업대학육성을 방안으로 내놓는 등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행정력을 통해 정리해고,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하는데 국가가 민간에 개입해 고용조정력을 행사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무엇인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김남근(변호사)

참여연대-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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