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유권자위원회] 대북경협 초점 ‘비핵 명박’ ‘개성 동영’ ‘통일 영길’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문국현 후보의 대표공약 평가 토론회

지난 20일 ‘100인 유권자위원회 정책평가 워크숍’을 열기 전, 대표공약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네 후보 중 셋은 대북 관련 경제정책을 택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비핵·개방·3000’ 구상,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한반도 평화시대’ 구상,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한반도 경제 공동발전을 통한 신한반도 복지경제 실현’을 각각 대표공약으로 삼았다. 이름은 각기 다르게 붙였지만 남북 경협을 비롯한 대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정책 목표나 남북 경제협력 방식, 투입될 재원의 규모와 조달 방법 등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명박후보 핵 불능화땐 10년내 북 주민소득 3000달러로

정동영후보 서울 금융-인천 물류-개성 생산 ‘특구’ 추진

권영길후보 군축 통해 2012년 100조 ‘공동발전기금’ 마련

목표와 철학

어슷비슷해 보이는 세 후보의 대표공약은 정책의 목표에서부터 뚜렷이 갈린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의 성격이 짙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대북 지원을 통한 평화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권영길 후보는 평화의 바탕 위에서 민족경제의 활로를 찾자는 거시적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스펙트럼 상으로는 이 후보가 맨 오른쪽, 권 후보가 맨 왼쪽, 정 후보가 중간쯤에 있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는 권 후보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정 후보, 맨 마지막이 이 후보 순서로 나타난다.

이, 경협을 ‘당근’으로 활용

정, 평화경제 이정표 제시

권, 한반도 공동발전 지향

이 후보는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해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라 요약하고 있다. 이 후보 쪽을 대표한 전재희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워크숍에서 “기존의 북한 핵폐기 정책과 무엇이 다르냐”는 정의길 〈한겨레〉 민족국제편집장의 질문에 “북한 핵 폐기라는 목표는 이 후보와 미국이 서로 같지만, 이 후보는 북한이 올해 안에 핵을 불능화하면 10년 내에 (북한이 국민소득) 3000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5개 분야에서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이 후보의 구상이 가동되기 위한 ‘방아쇠’는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다. 북한 핵이 폐기되지 않으면 지원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 후보는 큰 틀에서 남북간 국가연합으로 가는 이정표의 하나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글자 그대로 평화가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특히 ‘개성동영’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 가며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왜 개성공단 확대가 꼭 정 후보의 대표공약이어야 하는지 구체적 설명을 달라”(정석구 〈한겨레〉 선임기자)는 질의에 “이제는 평화경제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호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남한에 미칠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이날 워크숍에서 정 후보 쪽을 대표한 김연철 고려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당장)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공약에서 “경제 공동발전의 지향은 오로지 ‘평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약은 민노당이 내세운 ‘코리아연방공화국’안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공약의 세부안으로 제시된 7대 정책도 새로운 통일기업·산업의 육성 등 단순한 평화유지나 공존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대북 인식에서는 고답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경협 방식 어떻게

이, 북 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정, 개성-파주 디지털벨트도

권, 남북 전역 재투자 실시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어떤 방식과 절차로 풀어갈 것인지를 놓고도 세 후보간 견해차는 크다.

이명박 후보는 북한의 핵 폐기 또는 불능화를 전제로 “북한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도록 한국이 주도하여 국제사회의 지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 쪽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비핵·개방·3000구상 가동→북한 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전환→400억달러 상당 국제협력기금 투입→매년 평균 15% 성장→10년 뒤 3000달러 달성’을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이 로드맵의 적용 범위나 대상은 북한 경제에 국한돼 있고, 남한에 미칠 영향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워크숍에서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북한의 시장경제 수용을 강조하면서 남한 기업들의 투자도 시장에 맡길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동영 후보의 구상에서는 개성공단이 핵심 고리에 해당한다. 개성공단 2, 3단계 사업은 물론 서울(금융)-인천(물류)-개성(생산)을 잇는 ‘평화경제복합특구’, 개성-파주를 연결하는 ‘디지털 평화경제벨트’ 구상 등에서도 중심은 개성이다. 정 후보 쪽은 여기에 ‘10·4 남북정상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해주특구 등 서해평화경제지대 구상을 결합시켜 “본격적인 환황해경제권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들에 대한 상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워크숍에서 답변에 나선 김연철 고려대 교수는 “추가 공단은 해주와 남포, 단천 근처에는 자원개발 특구로, 나진·선봉·신의주는 물류 등으로 특성별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 경협에서는 육상물류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는 상설 기구인 ‘남북공동경제기획협의체’를 만들어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기획을 추진하고, 나중에는 경협위원회와 남북공동경제기획원으로 발전시켜 한반도 전역에 걸쳐 사회 재투자와 서민 분배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워크숍에서 “북한이 (군사문제를 우선시하는) ‘선군사상’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박순성 동국대 교수의 질문에,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그것은 경제건설과 국방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재원 조달은?

이, 37조 국제협력기금 조성

정, 정부·민간투자서 돈 마련

권,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추진

남북한 경제협력에 투입될 재원 문제는 민감도가 매우 높다. 자칫 잘못하면 ‘퍼주기’ 논란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세 후보들은 매우 조심스런 접근 태도를 보였다.

40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국제협력자금을 조성하겠다는 이명박 후보는 남북협력기금에 해외 자금을 얹는 방식을 제시했다.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면 한국과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400억달러 내외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차관, 북-일 관계 개선에 따른 일본의 대북지원금 등을 바탕으로 하되 북한이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1970년대 남한의 ‘박정희식 개발 모델’과 흡사하다.

남북협력기금의 사용이나 증액에 대해 이 후보 쪽은 서면 답변서에서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북핵 폐기가 이뤄지면 국민들이 (사용과 증액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동영 후보는 경협자금의 규모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 재정과 국내 민간상업 투자, 국제 금융 등 세 부문에서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가운데 민간 투자는 해당 사업자가 실태 조사를 통해 투자규모를 결정할 문제인 만큼 당장은 비용 추산이 어렵다고 한다. 또 국제 금융도 북-미 관계 개선과 연동돼 있어 지금 규모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정 투입과 관련해 정 후보 쪽은 ‘공공성’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교수는 “경제특구의 핵심 인프라 구축, 북한 쪽 철도·도로 구간에 대한 개보수 등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10·4 남북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는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1조3천억원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는 2012년까지 모두 100조원 규모의 ‘한반도 경제공동 발전기금’을 만들겠다고 한다. 재원은 주로 군축을 통한 인건비·병력 운영비 감축분과 각종 무기 등 전력유지비용의 절감분,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과 미군 기지이전 사업비 절감분 등에서 가져온다는 발상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추가 재원을 확보한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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