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유권자위원회] “남북경협 방관자” “정치 아마추어” 꼬집자 슬쩍 농담

이 후보쪽 “‘비핵·개방·3000’도 알아달라”

문 후보쪽 “갈등해소 리더십 보유 강점”

권 후보쪽“고정적 이미지 개선하겠다”

그동안 ‘한반도 대운하’를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후보 쪽이 100인 유권자위원회 워크숍에 앞서 이를 ‘비핵·개방·3000’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워크숍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그동안 여러차례 토론과 검증이 있었던 데 반해, ‘비핵·개방·3000’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해 이번 기회에 알리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장석경(23) 유권자위원은 “가장 궁금한 게 빠졌다”며 “경부운하에 대해선 여론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큰 데 어떻게 합의를 이뤄갈 것인지” 물었다. 전 최고위원은 “당선되면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타당성과 효율성, 환경성 등을 검토해 국민적 합의에 따르겠다”고 답변해 추가 질문을 피해나갔다.

임성호(45) 위원은 이 후보 쪽이 남북 경제협력을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을 두고 “남북관계는 정부가 관여해 조정자 역할을 할 때 가능한 것이지 이익이 되면 투자하고 안되면 안하는 방식은 방관자적인 태도다”며 목소리를 높여 따져 물었다.

전 최고위원은 “강렬한 민족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웃음을 끌어 낸 뒤 “경협은 기업이 한다. 기업은 수익이 나와야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라며 “기업이 이익을 내도록 기반을 구축하고 조성하는 일은 정부가 개입하고, 단순한 대북 인도지원은 시장원리에 맡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동영 후보의 ‘한반도 평화시대 구상’을 두고는 “정 후보가 대북정책은 강하지만 오히려 경제·산업정책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황남성·45)는 비평이 나왔다.

박은규(37) 위원이 문국현 후보 쪽에 “정치 경력으로 보면 문 후보는 아마추어”라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강력한 통치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하자 문 후보 쪽 신봉호 교수는 “박정희식의 정치력은 문 후보에게 없지만 지식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쉽은 갖췄다”며 “갈등해소와 변화관리 능력이 문 후보의 강점이다”라고 답했다.

권영길 후보 쪽에는 서민들이 민주노동당이 아닌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원인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조한진 위원·39) 권 후보 쪽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민노당을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게 취급하면서 노무현 집권 5년에 대한 실망이 반사적으로 민노당에게 피해를 줬다”며 “올 대선을 통해 그런 오해와 민노당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패널들의 공약평가 >

권영길, 동북아 역학 고민해야

권영길 후보의 ‘코리아 연방공화국’ 공약은 통일과 평화라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긍정성이 있다. 하지만 남북 합의 등을 고려할 때 연방의 문제가 현단계 국가정책의 핵심공약이 될 수는 없다. 구호보다는 지금까지 진행돼 온 남북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구체적 정책제안이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권 후보는 평화롭고 협력지향적인 동북아질서를 위해 미국의 역할변경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패권을 지속하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겠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에 비춰 동북아에서 일어날 세력전에 대해 좀더 명확한 분석과 균형잡힌 장기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외교안보정책 분야에 국민참여와 민주적 통제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 박순성 교수(동국대 북한학과)

이명박, 북핵 폐기 방법론 미흡

이명박 후보의 ‘비핵·개방·3000’은 분명 기존 한나라당의 대북 및 북핵 정책보다 유연하고 진일보했다. 이 후보 쪽은 이 공약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한 뒤에야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의 핵동결-핵불능화-핵폐기 로드맵에 맞추어서 일정한 정치적 보상 및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북핵 폐기 그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답이 미흡하다. 즉 지금까지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핵 폐기 이후의 당근이 아니라, 북핵 폐기의 방법론이었다. 북핵 해결의 또 다른 통로인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은 평가절하한다.

‘비핵·개방·3000’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틀을 바탕으로 한 대폭적인 대북 지원이다. ‘비핵·개방·3000’은 스스로가 작동되기 위한 조건, 즉 북핵 폐기와 남북관계를 먼저 만드는 전제가 필요하다. / 정의길(<한겨레> 민족국제부문 편집장)

정동영, ‘개성공단 확대’ 진부

정동영 후보의 개성공단 확대 공약은 다른 후보에 비해 강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골격도 나름대로 잡혀 있다. 하지만 ‘10·4 남북정상 공동선언’으로 ‘노무현 따라하기’로 비춰지고 있어 대표공약의 의미를 잃고 있다. 실제 재원조달 방식 등에 대해 정 후보 쪽은 현 정부의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앞으로 남북 총리회담 등에서 로드맵이 확정되면 정 후보가 아니라도 큰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정 후보는 개성공단이나 남북경협 확대에 대한 인식도 남한 중소기업의 활로를 찾아준다는 식으로 접근함으로써 북한을 남한경제 침체의 돌파구라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북한 경제가 독자적인 자립 경제로 설 수 있도록 북한 쪽 입장에서 접근하려는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

서울~평양~파리를 잇는 대륙 철도 건설 공약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거론된 구상이어서 참신한 느낌을 찾기 어렵다. / 정석구(<한겨레> 선임기자)

문국현, ‘중기 육성’ 더 정교해야

문국현 후보의 중소기업 육성·강화 정책은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통한 기업·직원의 경쟁력 강화, 8% 경제성장과 향후 5년간 500만개 일자리 창출 등 다른 핵심공약들과 함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 진짜경제’라는 문 후보 경제공약의 큰 틀 속에서 비교적 논리적이고 짜임새있는 체계를 이룬다. 지난 40년간 한국경제를 지배해온 소수 재벌 중심의 ‘박정희식 성장 패러다임’에서 새 패러다임으로의 근본전환을 제시한 것은 정책과 비전의 신선함과 차별성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한다고 해도, 정책의 성공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개혁의 힘든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더 정교하고 세부적인 정책 묶음들이 제시돼야 한다. 또 개혁은 필연적으로 재벌 중심 체제에서 이득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과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해온 관료조직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 곽정수(<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





평생학습 ‘그물’쳐서 일자리·소득 ‘쌍끌이’

문국현후보, 대표공약 ‘중소기업 키우기’

문국현 후보는 경쟁 후보들과 달리 중소기업 관련 공약을 대표 상품으로 내놓았다.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우는 문 후보로서는,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공약의 핵심은 ‘중소기업 경쟁력 두 배,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 50% 확대’로 요약된다. 이걸 떠받치는 두 축은 ‘학습고속도로’와 ‘수출고속도로’다. 학습고속도로는, 기존 3조3교대 방식을 4조3교대 방식으로 확대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늘어난 만큼 남는 인력은 학습에 투입해 창의와 혁신의 바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일 워크숍에서 문 후보 정책자문단장인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평생학습 시스템은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독자생존을 하고 있는 3분의 1을 위한 지원”이라며 “추가고용에 따른 인건비는 정부가 1년6개월분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축인 수출고속도로는 중소기업을 위한 내수·수출시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확대 개편해 해외 전시를 지원하고, 현재 12개인 공동물류센터도 50개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이 뼈대를 이룬다. 컨설팅과 마케팅 혁신인력 지원, 해외 마케팅 전문인력 양성 등은 신설될 ‘중소기업부’의 책임지원 항목에 포함돼 있다. 대신 대기업 지원 역할을 맡아온 산업자원부는 축소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신 교수는 “중소기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시장질서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 지적에 대해 “집권하면 하도급 비리 척결,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각 기업의 사회적 책임지표 공개 법제화 등을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쪽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데 각각 5조원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재원은 2007년 재정과 고용보험 예산, 일반회계 등에서 끌어내겠다고 했다.


참여연대-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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