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22-02-18   1264

[취약노동자 노동 공약] ④ 여성노동자 권리 개선 위한 대선 정책 요구

언제 실업상태에 놓일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낮은 임금, 사각지대가 넘쳐나는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인 노동관계법 적용 차별.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주민·여성·청년·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가 놓인 노동현실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었습니다. 대선 후보자들이 취약노동 문제를 외면하면서 취약노동자를 위한 노동 공약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선 후보자들에게 취약노동자들을 위한 공약 마련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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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는 성평등한 노동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취약노동자 노동 공약④] 여성노동자 권리 개선 위한 대선 정책 요구

 

김용남 전국여성노동조합 정책국장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2022년 대선정국에는 여성을 위한 정책은 물론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여성이지만 ‘페미니즘’을 말하면 욕먹는 선거판이 되었다. 젠더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여남 편가르기 등 네거티브 전략에서만 갈등을 조장하는 키워드로 등장하기 일쑤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외쳐 온 성차별을 무색하게 만드는 야당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과 대놓고 혐오를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표가 되는지 안 되는지 이쪽저쪽 눈치를 봐가며 찔끔찔끔 소소한 공약들을 내놓는 후보의 모습을 보며 기성 양당 중심의 정치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노동’이 삭제된 상황도 심각하다. 우리 모두는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데도 정치권에서의 노동정책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제문제의 하위 카테고리에 불과하다. 노동정책이 일자리나누기로 치환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거짓말, 경제성장 후 커진 파이를 나누자는 약속은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불평등,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2월 17일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 주최로 열린 ‘여성노동자도 주권자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국여성노동조합>

  

구조적 차별은 명백하다

 

코로나를 겪은 우리 사회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2021년 기준,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52.3%, 남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5.4%이다. 비정규직 4명 중 1명은 저임금 노동자이기에 당연히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비율도 높다. 코로나 이후 여성의 취업률은 남성보다 1.7배 하락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도 남성정규직, 남성비정규직, 여성정규직의 임금은 그래도 모두 상승했으나 여성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만 하락했다. 여성비정규직에게 위기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각종 지표들은 여성노동자의 구조적인 취약함을 가리키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대기업, 남성 노동자 중심의 지원에 치우쳐 있고 여성노동자의 열악함은 단순히 일시적인, 혹은 일부 사례인 것으로 여긴다. 한국은 특히 고용불안, 저임금, 사회보장·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노동자가 만연한 사회이다. 저임금, 취약노동에 집중된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담론, 정책대결이 사라진 희망 없는 대선을 향한 요구를 넘어, 우리 여성노동자는 차별적 현실을 바꿔내고 성평등한 노동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2월 17일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 주최로 열린 ‘여성노동자도 주권자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국여성노동조합>

 

첫째, 탈성장,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 여성의 저임금, 무급돌봄노동에 기대어 성장해 온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체제를 유지해 온,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생계보조자(돌봄전담자)이기에 여성의 저임금, 고용불안은 당연하다는 이데올로기를 깨야 한다.

 

성별분업을 해체하고 이윤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회, 각자의 노동이 존중받고 모두가 서로를 돌보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탈성장,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당장의 정책과제로는 98.1%가 민간에 맡겨져 있는 돌봄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책임져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노동자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필수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은 67.4%이다. 필수노동자들이 일하는 노동현장은 높은 책임감과 헌신을 요구하는 자리이기에 이들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둘째, 성평등한 일터를 위해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여성노동자는 채용과정의 성차별부터 시작해 비정규직·단시간·영세사업장 등 취약한 노동부문에 집중되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렵게 취업을 해도 독박가사·육아, 승진에서의 차별 등 노동과정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성평등공시제 도입, 채용성차별 근절을 위한 지원자 성비 대비 합격자 성비 공개, 여성 관리직 및 임원 50% 할당제 등 경력단절이 아닌 노동시장 전반의 성차별 해소에 중점을 두고 성평등 노동정책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셋째, 예방과 근절을 중심으로 하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지 상처받고, 다치고, 심지어 죽음까지도 감수할 각오로 일터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적 괴롭힘, 상습적 임금체불, 남성노동자에 맞춰진 작업환경 및 안전기준 등은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실질적인 직장 내 성희롱 처벌을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의 수규자를 사업주에서 사용자로 개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직장 내 성희롱을 재해 유형으로 포괄, 작업중지권을 명시하는 등 여남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절실하다.

 

넷째, 모두가 노동자로써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각지대 없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초단시간 노동자 등 기존의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영역의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취약한 노동에는 여성노동자가 가장 먼저 유입된다. 일하는 모두를 노동자로 정의하고 모든 노동관계법을 적용해야 한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2년 이상 상시 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관계법 전면 적용, 초단시간 노동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 해묵은 과제 해결도 시급하다.

 

다섯째, 삶이 보장되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 성장과 이윤 중심의 사회는 심각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왔으며, 이는 오래 일하는 남성가부장을 보조하는 여성돌봄전담자(생계보조자)라는 관념을 굳혀왔다. 이를 극복하고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돌봄권 보장,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보장 및 충분한 급여지급을 통해 안정적인 돌봄권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노동시간 이외에 나와 이웃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며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여섯째, 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행정력을 강화해야 한다. 성평등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젠더 관점으로 수집된 통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현재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공백 상태다. 성별이 분리된 자료, 여성노동자에 대한 상세한 노동 데이터, 정책의 수혜를 주로 얻은 성별 등이 파악돼야 성평등 정책을 마련하고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가 요구하는 성평등 노동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국가 행정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고용노동부 차별시정국과 지방노동관서 고용평등실 설치를 제안하며, 고용평등상담실을 강화하여 현장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구조 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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