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2-08-10   24393

[공동성명] 폭우에 스러져간 이웃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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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일가족과 동작구 상도동에 살던 50대 김모씨가 숨졌다. 이들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였으며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평범한 이웃이었던 이들의 죽음 앞에 참담한 심경으로 명복을 빈다.

물은 낮은 곳부터 차올랐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약 33만 가구는 반지하에 거주한다. 이들 중 96%는 수도권에 몰려있다. 반지하는 나날이 비싸지는 도시에서 서민들에게 그나마 열린 거주공간이지만, 고시원, 옥탑방과 비닐하우스가 그렇듯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주거지는 화재, 혹한, 혹서와 반복되는 재난 앞에 위태로웠다. 국토부는 반지하 거주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획하고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시행하지 않았고, 2020년부터 반지하 거주가구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대상에 포함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만들었지만 공공임대주택의 실제 물량은 늘지 않아 ‘신청은 할 수 있지만 갈 곳은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 이들 모두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였다는 사실은 현재 주거급여가 ‘적절한 주거여부’에는 관심없이 단지 월세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있음을 방증한다. 주거급여 신청 후 국토부는 주택조사원을 주거지로 파견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나, 그 결과에 따라 주거 상향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2020년 12월 방배동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발달장애 청년의 어머니 김모씨 역시 주거급여 수급자였다. 이들은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집에 살고 있었지만, 서초구청도 국토부도 이사갈 곳이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월세만 보조하는 정책은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가 보여주듯 수급권자의 손을 거쳐 주택소유주로 지원금을 흘려보낼 뿐, 적절한 주거 실현에는 단기처방조차 될 수 없다.

주거권은 생명권과 직결된다. 최저주거기준은 누구에게나 살 집이 필요하다는 변할 수 없는 명제와, 누구에게나 그 집에 사는 일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는 명제 위에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땠나. 생명권인 주거권보다 재산으로서의 땅과 주택의 가치만을 앞세우고, 모든 인간의 권리인 최저주거기준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요구는 걸핏하면 정책적 규제,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고 읽지 않았나. 반지하 가족들이 당한 참변은 집으로 돈버는 사회가 만든 죽음이다. 가난과 장애를 사회가 아닌 가족의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해온 사회에서 발생한 인재다.

오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침수 피해지역을 방문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하며 ‘주거환경 정비, 도시계획, 스마트기술 등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두려운 것은, 이런 사고를 빌미로 대책없이 반지하마저 사라지면 서민들이 살 곳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이다. 원희룡 지사가 만들어야 할 근본적인 대책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만 안전을 보장하는 개발 도시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조차 평등한 안전과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로의 전환이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공공임대주택의 대폭적 확충과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저렴주거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주거급여 수급가구와 비주택 거주가구를 포함한 이들에 대한 더 나은 주거대안을 마련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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