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23-08-31   936

[언론기고]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①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반쪽짜리 보고서’ 내놓을 셈인가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①] 내가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사퇴한 이유… 국민연금의 ‘목적’ 반영해야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국민연금법 제4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에 의거하여 5년마다 실시된다. 제1차 연금개혁이 있었던 1998년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의 다섯 번째 재정계산에서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은 재정계산 관련 위원회의 편제이다. 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일부 언론에서 국민연금의 재정계산과 관련하여 외부 전문가에 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싣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오류이다.

현재 재정계산과 관련하여 운영되고 있는 위원회는 그 자체로 외부 전문가 자문기구이자 모니터링 기구이다. 외부자문기구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데 외부자문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기구를 추가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외부자문기구의 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관련된 외부자문기구는 대부분 재정추계과정 자체에 관한 자문기구와 기금운용의 개선에 관한 자문기구, 그리고 제도개선에 관한 자문기구로 구성된다. 기술적 차원에서 보면 재정추계에 관련된 자문기구의 활동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당연하다. 재정추계결과가 어느 정도 나와야 그에 기초하여 기금운영 개선방안과 제도개선 방안이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발전’과 ‘제도개선’이 사라졌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GDP 대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점에서 기금운용의 개선방안도 매우 중요하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제도개선에 관한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법 제1조에 명시된 바 “이 법은 …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에 복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4차 재정계산 때까지 재정계산과 관련한 자문기구는 재정추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혹은 제도개선위원회)라는 명칭을 가지고 각기 동등한 위상으로 편제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제5차 재정계산에서는 외부자문기구의 명칭에서 ‘제도발전’ 내지 ‘제도개선’이라는 명칭이 사라졌다. 추계과정과 관련된 자문기구로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두고 기금운용개선과 관련한 자문기구로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를 두고 이 두 전문위원회의 상위 자문기구로 재정계산위를 두었고, 재정계산위 명칭에서 제도개선 혹은 제도발전이라는 문구를 없앤 것이다.

이 단어를 삭제한 것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의도는 없으며 재정계산위에서 제도발전에 대해 함께 논의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재정추계전문위원장과 기금운영발전전문위원장을 재정계산위의 위원으로 자동 위촉하도록 함으로써 세 자문기구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해 과거의 자문기구 편제보다 더 향상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실제로 정부가 그렇게 의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제도발전 내지 제도개선이라는 단어가 빠진 채 재정계산위의 명칭이 정해진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제도개선 내지 제도발전이라는 단어까지 포함시켜 제도발전위원회 내지 제도개선위원회라고 명칭을 정했어도 그 안에서의 논의는 늘 재정안정에 편향된 논의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탓에 전문가 자문기구에서 제도개선 내지 제도발전이라는 단어를 제외한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재정계산위 운영과정이나 재정계산위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지금 그 염려는 현실화했다.

2023.03.07. 시청 앞, 윤석열정부 국민연금 기금개악 반대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재정계산위와 관련하여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위원들의 구성이다. 정부는 실시되는 5년마다 가입자단체 및 전문가단체의 추천을 받아 재정계산 관련 자문기구를 구성한다. 이 자문기구는 5년마다 구성되는데다, 1년 정도 한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 자문기구의 구성과 관련하여 특별한 지침이나 규정 같은 것을 두고 있지 않고 정책적・관행적으로 자문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구성은 위원회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번 제5차 재정계산위의 위원은 유난히 재정중심론의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 많이 위촉되었다고 판단한다. 총 15명의 재정계산위원 중 위원장 1인과 정부위원 2명, 연금연구원장 1인, 전문위원장 2인(재정추계전문위와 기금운용발전문위)을 제외한 9명 중 1명은 비교적 중립적 입장이고 6명은 재정중심론 입장이며 2명만 연금의 노후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장성강화론을 지지하는 위원이어서 2/3가 재정중심론자들로 구성되었다고 본다. 위원회의 명칭에서도 제도개선 내지 제도발전이라는 단어가 누락된 데다 위원의 구성에서도 재정중심론의 입장에 크게 편향되게 구성되어 재정계산위에서의 논의도 재정중심론에 치우친 채로 진행되었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생산세대(노동세대)와 퇴직세대가 매 시기에 생산된 산출(GDP)을 나누어 갖기 위한 방법이다. 공적연금이 없던 과거에는 개별 가정에서 성인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통해 산출을 나누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성립되고 퇴직제도가 확립되면서 이를 나누는 방법은 개별 가정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인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제도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다.

만일 공적연금의 보험료를 노동소득에만 부과하고 그것으로 연금을 지급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의 소득만 퇴직세대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구고령화로 노인이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산출(GDP) 중에서 노동소득만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반쪽짜리’ 재정계산위 공청회 보고서?

재정중심론이 가지고 있는 보험수리적 시각이나 민간보험론적 시각, 기금우선적 시각은 공적연금의 실제 운영을 적절히 반영치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계산위에서는 재정중심론 위원들이 다수인 관계로 그런 시각이 우세하였다. 이런 가운데 공청회를 앞두고 보고서의 편제는 재정중심론의 입장과 보장성강화론의 입장을 각기 다른 지면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즉, 보고서의 3장에서는 현재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전제한 상태에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재정중심론의 재정안정방안과 그 시나리오를 서술하고, 보고서의 4장 1절에서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현행 40%에서 50%까지 인상하고 그에 따른 재정방안의 시나리오를 서술해 각 입장의 시나리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서의 내용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에서 일부 재정중심론자들은 보장성강화 시나리오를 서술하는 4장 1절의 전반부에 소득대체율 유지안도 서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소득대체율 유지안이 다수안이고 보장성강화론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소수안이라면서 다수안/소수안이라는 문구까지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양 입장에서 말하는 시나리오를 보고서의 서로 다른 지면에서 각자 보여주고 선택은 국민들에게 맡기기로 한 당초의 보고서 편제 취지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또한 그것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상대방의 시나리오가 보고서에 온전히 담기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으려는 편협한 태도에서 나온 대단히 독선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연금개혁논의에서 보장성강화론이 엄연히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연금개혁 논의의 지형마저 부정함으로써 보고서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주장이다.

OECD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대해 소득대체율 인상을 권고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소수안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국제적인 시각에도 배치된다.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소수안이라는 표기를 하고 소득대체율 유지안에 다수안이라는 표기를 한다면 이는 단순히 보고서에 다수안/소수안 표기를 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심어줄 수 있으며 이는 국민들의 선택을 왜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보고서를 확정하기 위한 회의에서 재정계산위는 다수안/소수안 표기 및 소득대체율 유지안을 4장 1절의 전반부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표결에 부치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처음부터 위원들을 각 입장별로 배분하여 위촉하지 않아 재정중심론자들이 과도하게 많이 위촉된 상황에서 위원회 내의 다수라는 점을 활용한 힘의 횡포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부당한 시도이다. 애초부터 수가 고르게 배분되지 않은 자문기구에서 자문의견을 다수안/소수안 표결로 결정한다고 하면 어떤 전문가가 자문기구에 참여하겠는가?

결국 보장성강화론을 지지하는 위원들은 부당한 표결 방식에 보장성강화론의 시나리오를 보고서 전체에서 철회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보고서에서 삭제할 것을 주장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재정계산위는 양 입장의 시나리오를 보고서의 서로 다른 지면에서 서술토록 한 당초 보고서의 편제 취지를 살려 양 입장이 그대로 서술되도록 재정중심론과 보장성강화론을 균형 있게 실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번 재정계산위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서 양 입장을 균형 있게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의 선택에 도움을 줄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재정계산위가 발표하는 공청회 보고서 역시 보장성강화론의 입장이 빠진 반쪽 보고서가 될 것이다. 또한, 만일 보고서의 3장에 소득대체율 40% 유지 시나리오 외에 45% 및 50% 인상 시나리오를 포함시킨다면 이는 실제로는 소득대체율을 인상할 의도가 전혀 없으면서 단순히 소득대체율을 45%와 50%로 인상할 경우의 계산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안의 본래 취지는 모두 빼고 단순히 수치만 표시한 것은 보장성강화론의 시나리오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역시 반쪽짜리 보고서이다.

재정계산위는 그 위원회 내 위원들의 수를 무기로 연금개혁논의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이 갖는 본질을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의 연금개혁논의의 지형을 객관적으로 반영해야 하며 국민연금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번 재정계산위가 국민들의 노후보장과 복지증진이라는 국민연금법 제1조에 명시된 목적에 부합하는 논의 결과를 내놓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시리즈

①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반쪽짜리 보고서’ 내놓을 셈인가
② 재정계산 기금운용발전전문위 활동을 마치며… 기록되지 않을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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