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1998 기타(sw) 1998-11-10   938

우리시대 한계계층의 삶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작년 말 IMF의 관리체제로 편입된 이후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실업률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생활상의 곤란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고 있다. 불과 몇 년전 OECD에 가입하면서 마치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것처럼 요란을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떻게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일삼으며 국민들을 현혹하였던 정치인, 경제정의와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요구하던 시민사회의 요구를 터무니없다며 무시하던 정부관계자, 그리고 온갖 부정부폐와 정경유착으로 기업규모를 무한정으로 키우던 탐욕스러운 재벌, 또한 갖은 논리를 동원해 성장지상주의를 부르짖던 관변학자, 우리는 이들에게 현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할 이들은 경제한파의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에, 그 때나 지금이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온 우리 사회의 한계계층은 현 경제위기의 고통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생활상의 곤란으로 자기 자식과 생이별을 해야하는 사람도 한계계층이고,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주거없이 떠도는 사람도 모두 한계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이며, 특히 20만으로 추산되는 결식아동도 바로 한계계층의 자식인 것이다. 사실 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사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가 굶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 성인들은 지금 역사적인 죄를 짓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처참한 현실에서 과연 산업화 이후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살아왔는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우리가 그간 산업화에 매진하여 국가의 경제적 부를 생산하였던 목적이 우리 모두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경제규모의 확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우리 국민 특히 한계계층의 삶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진정으로 뒤쳐져 있는 이들을 일으켜 세워서 같이 손잡고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며, 가난만은 자식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묵묵히 일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가 꿈꾸었던 사회는 분명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너무나 뚜렷하다. 그것은 바로 헌법이 지도하는 원리대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헌법 제3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 경제위기 아래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이러한 법 원리를 우리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우리 국민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한도의 인격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진영 / 서강대 수도자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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