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1998 기타(sw) 1998-12-10   1617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

경제위기, 신자유주의, 건강, 그리고 보건의료

IMF 구제금융을 받은 후 1년,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건강이나 보건의료분야의 변화 내용을 잘 살펴보면, 그 원인은 경제의 급속한 후퇴와 신자유주의의 공격, 그리고 새로운 합리성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건강상의 변화는 경기후퇴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일부는 경기가 다시 고조된다 하더라도 원상으로 복귀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이러한 구분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상에 대한 설명이 없이는 앞으로에 대한 예측이나 그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없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구분해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시민건강의 변화 양상

실업률의 증가에 따른 문제

노숙자 건강문제

지난 1년 사이 그 수가 급증하여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노숙자들의 문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최근 서울시가 국회 보건복지위 등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서울의 노숙자수는 모두 2,550명이며 연말까지는 3,3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이들 노숙자들의 32%는 하루 한끼, 혹은 아예 식사를 못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코올성 질환이나 영양결핍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최근 인천시가 공원이나 역 주변 등지에서 노숙하고 있는 노숙자 8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4.4%인 56명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9.6%인 11명은 알코올중독, 6명은 장기계통, 7명은 순환계통·허리통증을 호소하는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이고 있어 건강 이상이 취업을 못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겨레신문》11월 4일자).

어린이 영양문제

보건복지부의 집계에 의하면 98년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요보호 아동수는 3천 89명으로 특히 가정빈곤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기는 사례가 급증해 616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부모로부터 버려진 기아(棄兒)도 크게 늘어 150에 이르고, 미혼모에 의해 버려지는 아이는 644명, 시설보호 장애아는 244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아동상담소에는 올 1월부터 위탁문의가 예년보다 50%이상 많아졌고 실제 위탁건수도 한달 40여건에서 70∼80건으로 크게 증가해 수용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에 수용되는 어린이들의 전염성 질환과 영양문제, 결식문제가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학교에서도 결식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중앙일보》8월 2일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시·도 교육청을 통해 올 1학기 말 결식학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초·중·고생 9만 8천여 명이 점심을 굶거나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결식아동이 갈수록 늘어나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초 조사 때보다 53% 많은 1만 6,300명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이 실시되고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5만 9,400여 명이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살 증가

실업이 증가하면 자살률은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사실은 외국에서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3년 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경찰에 따르면 96년 한해 동안 8,63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95년에 비해 12% 증가한 수치로, 예년의 자살자수 증가율인 2.3%에 비교하여 무척 높은 수치이다(《한겨레신문》1998년 4월 8일자). 한 상담기관이 서울시내 직장인 458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가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7%는 구제금융 한파 이후 자살충동이 더 강해졌다고 응답했으며, 주변에서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사람은 86%나 됐다.

이렇듯 고실업으로 인한 건강상의 변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 영향이 거시적인 지표로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실업을 당한 개인과 가족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즉, 경제한파로 인한 건강상의 변화는 일부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이러한 점은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을 그리게 하는 고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의료이용의 측면에서

지난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98년 상반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보건의료 명목으로 지출되는 가계소비는 전년대비 15.4% 감소했는데, 특기할 만한 것은 고소득층 가계의 보건의료비 지출은 완만하게 감소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보건의료비 지출은 그다지 감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의료 이용실적을 보더라도 경제위기 이후 의료보험연합회에서 집계한 입원건수는 3% 감소한 이외에는 별다르게 집계되는 것이 없다. 전체 입원건수는 월별로 큰 폭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3차 병원의 입원건수는 거의 변함이 없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적어도 의료보험을 통한 의료이용은 경기후퇴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가계소비지출에서도 저소득층의 의료비지출, 즉 필수적인 의료비지출로 추측되는 지출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로 소득감소가 의료이용의 제한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비의 분획 자체가 의료비 전체의 규모에 비하여 적을 뿐 아니라, 현재 저소득층의 의료비는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지출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

건강상태 자체에 비하여서는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양상은 98년에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경제적인 변화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때를 같이해서 들어선 현 정부와 기존의 논의들이 결실로 이뤄지는 몇 가지 개혁적인 변화는 경제위기로는 직접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노력

의료보험통합일원화

정부는 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대로 의료보험통합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다보험자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의료보험관리체계를 단일보험자로 통합운영함으로써, 관리운영의 효율성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질병의 치료 외에 예방, 건강증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건강의 향상을 도모하고자 함"을 목표로 한 국민건강보험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4대 보험 통합논의

또한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통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보험통합추진기획단이 11월 6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족되었다. 물론 귀추가 주목되기는 하나 그 동안 논의만 무성하던 4대 보험 통합일원화가 처음으로 가시화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 1년 동안 이뤄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IMF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IMF와 새 정부를 계기로 한 사회 전반적인 개혁의 물결이 아니었더라면 쉽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구조조정의 여파

IMF 구제금융 이후 구조조정의 여파가 불어닥친 것은 보건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대개의 방향은 행정자치부의 지방조직개편 추진지침에 따른 보건소 개편과 지방공사의료원의 민영화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보건소 조직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으나,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르면 주민이용률이 낮고 민간 병의원과 중복되는 지역은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기능 중에서도 위탁가능한 진료기능은 위탁하고, 지방공사의료원이 있는 경우 보건소의 존폐 혹은 기능을 검토하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한 바 있다.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공기업의 민영화와 함께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대폭 민영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화에 따른 변화

사회 각 분야에 외자가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역시 외자가 도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은 기존에도 수입과 외자에의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최근의 몇 개 의료기기업체나 제약업체가 외자를 유치한 것이 다른 분야에 비하여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들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기는 하나 이 분야에서도 아직 외자가 직접 침투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가 IBRD가 제안한 SAL II 프로그램은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편, 본인부담의 경감, 의료보호제도의 변화 등 거의 혁명적인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Minor risk에 대한 급여제한과 Major risk에 대한 급여확대, 의료저축제도의 도입 등은 불완전한 사회보험의 성격을 겨우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체계에서 형평성이나 사회부양의 성격이 퇴색할 우려도 안고 있다(월간《복지동향》 11월호 참고).

결 론

이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MF 이후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는 논리적으로는 지나치게 당연한 귀결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사건들의 나열과 같이 보인다.

그러나 분명하고도 우려되는 것은 IMF 이후 건강상태나 의료이용의 변화가 국민전체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특정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강타하여 계층간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다른 변수에 힘입어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보험통합일원화나 4대 보험통합논의가 지속되고 있기는 하나 전도가 반드시 밝다고 만은 할 수 없다. IMF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그리고 앞으로도 밀려올 변화들은 반드시 우리의 뜻대로 될 것도 아니며, 전체로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또한 내부의 의견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사회의 연대(soildarity)를 튼튼히 하면서 개혁을 향하여 가야 한다는 원칙이다.

사회 각 분야의 대책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계의 변화에서도 이러한 원칙 아래 각 사안별로 더욱 심층적인 분석과 예측,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김선민 /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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