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1998 기타(sw) 1998-12-10   1771

고실업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편집자 주 : 이 글은 지난 10월 국민회의 당안으로 청원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던 김미곤 연구원이 주요 내용을 소개한 글이다. 현재 공적 부조와 관련하여 국회에 청원된 법안으로는 참여연대가 마련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국민회의 당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김허남 의원이 청원한 '실직저소득자 생활보호특별조치법'이 있다.

1. 생활보호법 개정의 필요성

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작년 11월 2.6% (57만 명)이던 실업률이 금년 9월 현재 7.3%(157만 명) 수준으로 높아졌다. 10개월 만에 실업자가 100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실망실업자, 불완전 취업자를 합하면 그 수는 약 4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실업률이 앞으로 더 높아지고, 향후 일정기간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1)<금융연구원은 금년 경제성장률이 -3.1%일 경우 실업률은 연말 8.9%(1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KDI는 5%이상의 고실업 상태가 적어도 4∼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 경제여건상 구조조정은 필연적이고, 이러한 구조조정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량실업은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즉, 이혼, 아동·노인유기, 가출, 자살 등의 증가로 복지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해체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거리에서 잠자는 노숙자가 3천 명 이상이고,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하는 초·중·고등학생이 서울에서만 1만 명을 넘고 있는 게 현실이다(지난해 말보다 67.5% 증가). 1/4분기 자살자 수는 2,288명(25.4명/일)으로 전년 동기의 1,683명보다 35.9%나 증가하였으며,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2,038명보다 높은 것이며, 자살 동기별 분류에 따르면 IMF형 생계비관형 자살이 가장 많다. 사회적으로는 고도성장을 가능케 하였던 공동체적 연대감이 와해되고 실업자 동맹의 결성 등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10∼12%의 실업률에서 폭동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사회보장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멕시코, 인도네시아에서는 6∼8%의 실업률에서 그러한 사회적 소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신동아》, "실업자 2백만이면 폭동 난다," 1998.6, p.151)>

이러한 사실은 우리사회에서의 실업은 곧 절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업이 삶을 재충전하는 기회까지는 되지 못할지라도 절망으로는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댈 언덕, 즉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실업에 대한 1차적인 안전망은 고용보험이고 2차 안전망은 공공부조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1년 공공부조제도가 도입되고, 1995년 고용보험이 도입됨으로써 외형상의 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기본틀은 갖추었다. 그러나 실시 연혁이 짧은 고용보험은 적용범위의 제한성, 급여기간의 단기성으로 인해 실직자의 일부(약 6.6%)만을 포용하고 있다. 또한 생활보호제도는 인구학적인 기준을 두어 빈곤한 비자발적 실업자에게는 생계보호를 할 수 없고, 소득과 재산기준의 중복적용으로 소득은 없지만 어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한 실직자를 대상자로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결과 실직자 중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업자가 약 105만 명(실업자 150만 명의 69.7%)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이들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업자 중 빈곤한 자를 생활보호대상자로 책정하여 보호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생활보호법이 제도의 확충을 가로막거나 왜곡되게 만들고 있다. 즉, 장기 고실업 상태가 지속되면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빈곤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현행 생활보호법은 인구학적인 조건(18세 미만, 65세 이상)을 바탕으로 한 범주적 공공부조를 기본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 있게 대처할 수 없다. 또한 현행법은 최저생계비 개념을 법에 도입함으로써 이전에 비하여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지역별·가구규모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이 결과 행정적으로는 1인당 개념을 적용하여, 주요 복지대상인 1∼2인 가구가 선정에서나 급여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범주적 생활보호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성'(universalism)의 원칙에 위배되고, 1인당 최저생계비의 적용은 '국민복지기본선'(national minimum) 보장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생활보호제도가 최종적인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방향

법의 명칭 변경을 통한 생활보호의 권리성 강화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제5항에는 "생활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생활보호가 시혜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인 동시에, 국가에 대한 청구권을 갖는 국민의 권리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생활보호법의 명칭을 '생활보장법' 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변경하고, 법의 내용 중 보호, 피보호자 등의 시혜적인 문구를 보장, 수급자 등의 권리성 문구로 변경하여야 한다.

인구학적 기준 철폐를 통한 생활보호의 근대화

고실업·저성장 시대에는 근로능력이 있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현행 생활보호법 제3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아무리 빈곤하여도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실업자는 생계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연령제한 때문에 구조조정에 따른 빈곤한 비자발적 실업자마저도 생계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생활보호 선정기준으로 빈곤여부를 결정하는 자산기준 외에 부양의무자기준과 인구학적인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생활보호법이 구빈법적 성격을 지닌 법이라고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특정 인구학적 범주에 국한된 예외적 보호로는 대량실업하의 공동체적 생존권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인구학적인 연령기준을 철폐하고 빈곤 여부와 부양의무자기준의 충족 여부만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자산기준의 합리화를 통한 생활보호의 과학성 제고

현행 생활보호법 제3조(보호대상자 범위)의 규정에 의하면 생활보호대상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을 동시에 충족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리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비용'이므로 선정 및 급여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는 최선의 지표이다. 이와 같은 최저생계비는 산출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최저주거비(재산기준의 월 비용)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득기준으로써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최저생계비와 재산기준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다음으로 소득기준과 재산기준 둘 다 적용할 경우 현실적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소득이 23만 원이고 재산이 2900만 원인 사람은 수급자로 책정될 수 있으나 소득이 없고 재산이 2900만 원을 겨우 초과하는 사람과 소득이 겨우 23만 원을 초과하나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은 대상자로 될 수 없다. 따라서 자산기준으로는 소득기준, 즉 최저생계비 하나만을 적용하여야 한다.

자산인정의 합리화를 통한 형평성과 근로유인 제고

현행 생활보호법에는 개별 가구의 자산인정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자산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적용할 경우 최저생계비에는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이 포함된 개념이므로 자산인정에서도 소득과 재산을 통산한 자산인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은 개별 가구의 소득과 재산이 각각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에 부합하느냐 여부로 잘못 오용되고 있다.

따라서 개정되는 법에 자산인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객관적인 최저생계비와 개별가구의 자산인정액3)<자산인정액은 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의 합계를 의미한다.>을 비교하여 대상자의 선정과 탈락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자산인정에서는 근로유인을 위한 공제제도4)<공제제도는 정액공제와 정률공제를 선별적으로 적용하거나 혼용하여 적용할 수 있다.>를 두어야 한다. 이는 일을 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은 자간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생활보호에 생산성을 가미하기 위함이다. 공제제도를 두지 않을 경우 미미한 근로소득 때문에 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된다(일을 하지 않으면 수급자가 되지만). 또한 향후 도입될 보충급여제도하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동일한 수준(최저생계비)의 생활을 향유하게 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최저생계비 관련 규정의 구체화

현행 생활보호법 제5조 2(최저생계비 결정)의 규정에 의하면 결정권한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있고 제3항에서 5년 단위의 계측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와 관련하여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첫째, 최저생계비에 관한 법조문에 지역별·가구규모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를 명문화하여 지역간·가구규모간·가구유형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와 같은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에 행정적으로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1인당 개념의 최저생계비를 적용하고 있다.

둘째, 현행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는 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곱하여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경우 생활의 질의 변화가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가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결과 계측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최저생계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최저생계비 수준의 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비교적 간편하게 추정할 수 있는 방식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5)<'비계측조사 연도의 최저생계비는 계측조사 실시연도의 최저생계비와 가계지출 비율이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긴급구호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대량실업의 장기간 지속은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저소득 실업자의 기초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 부양의무자 등으로 생활보호대상자로 책정되지 못하였으나 소득원의 상실로 최소한의 기초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가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6)<'비계측조사 연도의 최저생계비는 계측조사 실시연도의 최저생계비와 가계지출 비율이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긴급의료권, 긴급식품권, 긴급급식권이다.

기 타

앞에서 열거한 것 외에도 중앙생활보호위원회의 기능강화, 주거급여 및 임시급여제도의 도입, 대상자를 결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체계도입 등이 필요하고, 아울러 생활보호법시행령 제6조 보호구분 폐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3. 생활보호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과의 비교

구분 생활보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
법적성격 -시헤적인 보호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
볍률용어 -시혜성 용어

·피보호자· 보호기관·보호대상자

-권리성 용어

·수급자 · 보장기관· 급여대상자

선정기준 -선별적 범주형(4가지 조건)

·부양의무자 기준

·소득기준· 재산기준

·인구학적 기준

-일반적 보편성(2가지 조건)

·부양의무자 기준

· 자신인정액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을 경우

최저 생계비 -결정권한 : 보건복지부 장관

-최저생계비 구분 : 명시적인 표현 없음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 결정방식: 계측년도의 최저생계비에 물가상승률을 곱해 결정

-결정권한: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최저생계비구분: 지역별, 가구규모별,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비계측년도 최저생계비 결정방식의 구체화

대상자 구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거택, 시설, 자활보호대상자로 구분(시행령 6조) -삭제
급여 -6조

·생계보호

·의료보호

·자활보호

·교육보호

·해산보호

·장제보호

-자활보호대상자에게는 생계보호 및 장재보호의혜택이 제외됨

-8종

·생계급여

·주거급여(신설)

·의료급여

·교육급여

·자활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긴급급여

– 모든 수급자에게 생계급여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여타 급여

생활보장 위원회 -3단계 생활보호위원회

·중앙생활보호위원회 : 보건복지부 산하

·시.도 생활보호위원회· 읍.면.동 생활보호위원회

-2단계 생활보장위원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 국무총리 산하

·시.도 생활보장위원회

·읍.면.동 생활보장위원회 : 폐지-생활보장위원회 위원의 자격기준 구체화

급여대상자의 조사·보고등 -조사 및 보고기간 언급 없음 -보고기간 설정

·시.군.구 ->시.도 : 6월 말까지

·시.도 -> 보건복지부 : 7월 말 까지

*급여대상자를 결정한 후 예산을 확정하는 체계구축

임시급여 -관련 조항 없음 -관련조항 신설

* 급여대상자를 결정한 후 예산을 확적하는 체계구축

보장비용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대한 고려 없음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여 재정분담비율을 차등적용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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