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1998 기타(sw) 1998-12-10   2919

보건의료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그 내용

우리나라 헌법 제36조 제3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청결히 하고 유지·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특정한 질병에 대하여는 이를 직접 치료하거나 예방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보건의료 관련 법률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보건의료전달체계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는 보건의료기본법의 제정 필요성을 살펴보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하려고 한다.

보건의료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보건의료기본법은 첫째, 국가의 보건의료사업의 추진목표와 그 방향을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에 따라 이를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법률간의 상호 연계성이 미흡하고, 부처간 협조체계의 미흡으로 종합적 대응방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간 한·약 분쟁, 의·약 분업, 의료계와 의료보험의 갈등 등에서 이러한 종합적인 대책이 미흡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부처가 복지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보훈처, 노동부 등으로 다양하지만, 협조연계체계가 미흡하여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둘째,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계와 의료보험자간의 협조와 정보 공유를 통한 의료수준의 향상과 적정한 국민 의료비의 유지인데, 현행제도에서는 협조의 미흡으로 인하여 의료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으며, 국민의료비는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통합의료보험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보건의료 및 의료보장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증가하고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로 국민의 참여수준이 대폭 향상될 것이 예상되므로 이를 효율적인 행정과 조화시킬 수 있는 운영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그간 보건의료의 질을 향상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의료개혁위원회, 의료윤리위원회 등의 구성과 운영을 수 차례에 걸쳐 논의하였으나, 법적 뒷받침이 잘 안되어 개혁작업이 미흡한 실정이다.

보건의료기본법의 성격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제정될 보건의료기본법은 헌법에서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건강권에 대한 일반법으로의 성격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즉, 보건의료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보건의료계의 권리와 의무, 국민의 권리와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또한 보건의료기본법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의 분야를 정의하고, 개별법의 내용과 형식을 규정할 수 있는 모법으로서의 성격을 갖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건의료와 관련된 여러 법들 중 서로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경우에 이를 중재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중심적인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행정부 등에서 보건의료관련법을 제·개정하고자 할 때 이 법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을 만들고, 반드시 이 법에서 규정하는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과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으로 보건의료관련 법들을 규제할 수 있는 규범력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보건의료기본법의 내용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제정될 보건의료기본법의 중요 내용은 첫째,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무, 국민의 권리와 의무 등을 정의하여야 한다. 보건의료기본법이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인구집단이나 질병 등 보건의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여야 하며, 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보건의료계의 권리와 의무뿐만 아니라 국민도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의무와 권리를 규정하여야 한다.

둘째, 보건의료기본법은 보건의료의 지표를 개발하고, 재정추계 및 조달을 결정하고, 의료인력 등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배치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관련 행정기관의 개혁 방향을 설정하고, 의료공급기관을 지역별·인구별로 배치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국민의 의료비용부담 등과 같은 국가의 보건의료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어느 정도 뿌리내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먼저 각 기초단체가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보건복지부가 초안을 작성하여 각 부처간 협의를 통하여 이를 조정하고, 조정안에 대하여 가칭 '보건의료정책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는 방법을 하나의 모델로 제시할 수 있다.

셋째, 위에서 제시한 보건의료목표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는 보건의료정책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의장, 보건복지부장관과 재정경제부장관을 부의장으로 하며 행정자치부, 교육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 장관과 민간전문가, 의료계, 소비자대표 등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국가보건의료계획을 3년 혹은 5년 등 일정한 주기에 따라 심의하여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 차관을 비롯한 각 부처의 실무자가 참석하는 실무자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야 한다.

넷째, 보건의료의 범위와 한계를 예측하여 보건의료에 대한 실용적 개념을 정의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의 보건의료에 관한 이념에 근거하여 보건과 의료의 성격을 규정하고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방안과 민간의 자율성에 대한 허용의 정도, 비영리성과 영리성의 성격 규정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섯째, 보건의료정책을 지속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하여야 한다. 보건의료정책위원회와 그 사무국의 역할을 하는 행정부의 조직에 대하여 규정하여야 하며, 민간의 참여를 증대시키고 행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회의를 정례화하고 위원회에서 심의 결의할 내용을 명확히 법에 담고 또 예산안처럼 의결기일을 명시하여 명실상부한 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야 한다.

여섯째, 보건의료정책이 실질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을 명시하고, 각 개별법에도 재정조달 기전을 규정하여, 보건의료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방안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재정의 낭비를 막기 위하여 보건의료에 쓰이는 비용의 총량은 합의에 의해서 적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보건의료 비용의 연간사용을 조사하고 공표하여 타당성을 심의하고 합의에 의해 다음해의 비용을 도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정보의 이용에 대한 내용이 보건의료기본법에 포함되어야 한다. 보건의료에 관한 정보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 관리운영에 중요한 자산임으로 적절하게 수집, 보관, 관리되어야 한다. 즉 이러한 정보 중 필요한 것은 가공을 통해 국가보건의료정책에 환류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여야 하며, 개인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야 한다.

박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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